A스님, 바카라 도박·법주사 경내 도박 방조 혐의 부인
B모씨 “고의 방조 혐의 인정, 바카라 도박은 보지 못해”
조계종단의 현직 교구본사 주지 스님이 해외 호텔 카지노에서 ‘슬롯머신’ 도박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바카라 도박’ 혐의는 부인했다. 2008년 도박으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는 속리산 법주사 현 주지 A스님이 다시 상습도박 등 형사사건으로 법원 피고인석에 서서 첫 공판이 열린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청주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조현선) 재판부는 14일 오전 11시 40분 상습도박과 도박 방조 혐의로 기소된 속리산 법주사 주지 A스님과 스님을 위해 항공권 예약과 카지노호텔 예약 등을 실행하고 도박을 고의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B씨(女)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법주사 주지 A스님은 공판이 시작되기 10여 분 전에 법정 앞에 모습을 보였다. A스님과 기소된 B씨는 A스님보다 5분여 늦게 법정 앞에 도착했다. A스님의 변호인이 B씨의 변호인과 인사했고, A스님의 변호인은 이날 첫 공판과 관련해 예상되는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공판은 예정보다 15분여 늦게 시작했다. 앞선 재판이 늦어진 탓이다. A스님은 변호인과 피고인석에 앉았다. 한국불교 최대종단인 조계종의 교구본사주지 스님이 상습 도박 등 혐의로 피고인석에 선 건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들의 주소와 본적지 이름 등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A스님에게 “보은 속리산 법주사로 주소가 되어 있는데 거기서 살고 있느냐”고 물었고, A스님은 “그렇습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 사실을 물었다. 공소사실은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을 말한다.
검사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스님은 2015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홍콩과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에서 41차례에 걸쳐 슬롯머신, 바카라 등의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8년 법주사 승려들이 사찰 내에서 도박을 벌일 당시 자금을 대주고, 도박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비켜주는 등 상습적으로 이를 방조한 혐의도 받는다.
함께 기소된 B씨는 A스님의 상습도박을 알면서도 홍콩, 마카오 등지의 카지노에서 해외 원정도박을 할 때, 스님의 지시로 B씨가 항공권 및 호텔 예약, 환전 등을 통해 상습적으로 도박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검사 측의 공소사실 진술 후 재판부는 A스님과 B씨 변호인에게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하는지를 물었다.
A스님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가운데 바카라 도박 부분을 부인한다. 슬롯머신을 5000홍콩 달러(약 85만원) 미만의 불상의 금액으로 했다.”고 했다.
슬롯머신은 했지만 바카라 도박은 하지 않았고, 5000홍콩 달러(약 85만원) 미만의 슬롯머신을 했다는 주장은 여행 중 카지노에서 소액의 돈으로 심심풀이 게임을 한 것에 불과해 ‘도박 행위’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은 70개가 넘는 것으로 보여 향후 공판 과정에서 바카라 도박행위를 부인한 부분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심이다.
A스님의 변호인이 검사의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하자 재판부는 A스님에게 “변호사 의견과 동일하냐”고 물었고, A스님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A스님의 변호사는 법주사 경내 도박 사건과 관련한 검사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법주사 내 도박 사실 여부를 알지 못하고, 도박행위에 대해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며, 도박 방조도 알지 못한다”며 부인했다. 또 “법주사 경내 도박과 관련한 피의자들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법주사 경내 도박 피의자들에 대한 선고가 아직 없어 이 점을 재판부가 고려해 달라.”고 했다. 현재 정식재판을 청구한 법주사 경내 도박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B씨의 변호인은 “고의 방조 부분은 인정한다. 다만 바카라 도박은 보거나 들은 적이 없고, (도박) 액수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B씨는 공판 전 도박 고의 방조 혐의를 부인했었다.
A스님과 B씨 모두 증거목록 70번에 대해서는 증거채택에 대해 ‘부동의’했다. 증거목록 70번은 경찰의 수사보고서로 A스님과 B씨가 나눈 문자메시지(SNS)와 인터폴의 수사 의견 등이 담긴 수사보고서이다. 재판부는 70번과 관련해 검찰 측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검찰의 의견서가 제출되면 증거목록 70번 증거물은 다음 기일 때 증거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증거채택 과정에서 재판부는 “30만불, 10만불을 도박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5000홍콩 달러(약 85만원) 미만의 금액을 슬롯머신에 사용했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A스님의 변호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첫 공판은 법주사 주지 A스님이 법정에 직접 출석한 자리에서 해외 카지노 호텔에서 ‘슬롯머신 도박’을 했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국민에게 신뢰받고 존경받는 종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직 교구본사 주지 스님이 도박 관련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A스님은 현재 법주사 주지이자 지난해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이었다.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20일 오후 2시 40분 속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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