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찾던 순례단은 16일 오전8시30분 순례를 시작 오전11시 과천 관문체육공원에 도착했다.
봄비 치고는 밉상굿게 내리는 기상에도 아량곳하지 않고 관문체육공원에는 1천여명이 비를 맞으며, 더러는 우산을 쓴 채 서울 입성의 의미를 되새겼다.
바닥에 주저앉은 수경 스님, 문규현, 전종훈 신부 뒤로 진보신당 심상정 전 의원, 민주당 김상희 의원, 민주노총 이수호 전위원장 등이 대중들과 나란히 비를 맞았다.
하승창 운영준비위원장이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길과 완전히 반대로 100일 넘게 가고 있는 이들이 왔다"며 입성 행사를 열었다.
법륜 스님은 "우리 순례단은 어진 부모와 같이 그들의 잘못을 대신 짊어지고 스스로 자기의 종아리를 때리고 있는 중이다"며 "이제 눈 귀가 없는 이라도 이쯤이면 잘못을 뉘우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용산철거민 유족 2명과 함께 연단에 선 문정현 신부는 "용산 참사는 정치와 권력, 돈이 합동으로 저지른 학살이다"며 "모든 국민들이 쉬지 않고 분향해서 공권력이 감추고 있는 3천쪽의 수사자료가 밝혀지는 등 진실이 드러나면 이 정권은 끝난다"며 국민들의 분향을 독려하며 열변을 토했다.
1시간 가량 환영행사를 마친 순례단은 비에 젖어 천근만근같은 몸을 다시 자벌레 처럼 웅크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순례길에 올랐다.
그러기를 3시간여. 마침내 남태령고개를 지났다. 지리산 상악단을 출발한 지 꼬박 103일 째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는 비와 땀이 섞여 쉼없이 주르룩 흘러내렸다. 수경 스님 등 3명의 성직자 뒤에는 1천여명이 함께 징소리에 맞춰 온 몸을 아스팔트 위에 던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이들은 수녀 스님 정치인 언론인 용산 철거민 등 바로 '우리들' 이었다.
순례단은 17일 이수역을 지나 18일 현재 용산근처를 순례 중이다. 이들은 19일 하루를 쉰 뒤 21일 오후2시부터 서울광장-청계광장- 종각-조계사로 이어지는 구간을 '우리들'과 함께 순례한다.
이어 이날 오후5시부터 조계사에서 불교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명평화를 위한 시국법회'를 연다.
'라디오스타' 성전 스님의 사회로 화계사 합창단의 순례단 맞이 공연, 법륜스님과 청화스님의 발언과 법어, 발원문 낭독 등이 이어진다.
참가 문의 불교환경연대 02-720-1654, 정토회 02-587-8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