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叢林)의 사전적, 역사적 의미를 떠나서 조계종단의 총림과 방장은 불자가 아니어도 엄격하고 무게감 있게 받아들인다.
일부 총림은 법령이 요구하는 각 기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방장스님의 덕화나 지도력에라도 시비가 생긴다면 총림은 물론 불교 전체 위상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제강점기 범어사 대중들은 독립운동과 더불어 불교 근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였고 조계종 탄생에 큰 역할을 했다. 동산 큰스님의 덕화로 범어사는 물론 대중의 위상도 향상되었다.
6.25 한국전쟁 당시 범어사는 국군장병의 영현을 모시는 국립현충원의 역할을 했다. 이 공로 등으로 인해 지난 5월 23일에는 보훈처로부터 현충 시설 지정서(관리 번호 : 40-2-36)를 받았다.
이에 앞서 수불 스님이 주지로 재임하던 2013년 9월 27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를 봉행했다. 이 대회는 2013년 2월부터 9월 까지 국제 세미나 등 대소 행사를 진행하면서 범어사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범어사의 원로스님 등 대중들이 지난해 8월 30일 범어사 보제루에서 ‘금정총림 정상화를 위한 범어문도 총회’를 개최하고 주지스님 등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했다. 주지스님이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 10월에 정여 스님이 제2대 방장으로 추대되었다.
지난달 14일 ‘금정총림 범어사신도회’와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는 부산의 한 일간지에 ‘초심불망(初審不忘)으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불교중흥을 바라며!’ 제하의 광고에서 주지 스님으로 ‘수행 정진에 귀감이 되며 재가불자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스님을 모셔주기를 요청드립니다’ 등 4개 항을 요구했다.
차기 주지 선출을 앞둔 범어사는 총림다운 행보와 방장스님의 지혜와 지도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범어사는 제2의 도시인 부산의 불교를 책임진 본사로서 교육이나 포교에 있어서 종단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 대행 체제가 끝나는 내년 1월 공식 주지가 임명돼야만 한다. 주지 인선을 앞두고서 온갖 소문이 무성하다. 사심이 앞선 원인이 분명하다.
오는 28일에 임회가 열린다. 여법한 진행과 탁월한 추천을 기대해 본다. 범어사는 지난해 내홍에 이어 그 존재가치를 회복할지 아니면 내팽겨칠지 갈림길에 서 있음이 분명하다.
/法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