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부처님을 만나다
라오스 국경을 넘어서 원래 가려고 했던 코스는 태국 경유 미얀마 방향이었다. 유명한 역사의 중심지인 수코타이를 경유해서 미얀마 수도 양곤으로 향하려 했지만, 변경 되었다. 미얀마의 정정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군부의 민중탄압이 불거지기 전이었지만, 로힝야족에 대한 비인도적 탄압 등 긍정적 마인드로 걸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방콕 쪽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위 지도의 메콩강 유역을 위주로 남하하면서, 아래 지도 루트를 따라 주요 사찰을 경유하면서 걷기로 했다. 구글 지도로는 비엔티안에서 방콕까지 대략 636km.
널찍한 2번 국도를 따라 우돈타니로 해서 걸어가는 태국 코스다. 같은 불교국가이지만 태국 분위기는 라오스와 달랐다.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후덕한 인심을 보여준다. 특히 순례자에 대한 인심은 지구촌 톱이 아닐까 한다. 어릴 때 불가 체험을 누구나 하는 사회 분위기도 있고, 순례에 대한 공경 분위기도 있다.
태국 인구는 7천만이지만 인구밀도는 우리의 1/4 수준이다. 게다가 평원이 산지보다 많아서 땅이 넉넉하다. 열대에 가까운 더운 날씨에 강우량도 많아서 벼농사가 잘 된다. 오래전부터 살림살이가 풍족한 나라다.
위 사진은 아직도 기억나는 감동의 선물이다. 필자가 걸어가는 것을 마주 본 큰 화물차가 정차한 후 조수석에 있던 부인이 길을 건너서 필자를 한참 따라와서 포도송이와 요구르트를 잔뜩 담은 봉지를 전해주었다. 어두워진 밤길에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필자를 좇아 거의 수백 미터는 달리다시피 와서 목적지에서 멈춘 필자를 겨우 따라잡은 것이다. 진한 감동이 온다.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태양광이 도처에 보인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2 재생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태국은 주요 재생에너지인 수력, 풍력, 태양열·태양광, 그리고 바이오 에너지 발전 설비가 연평균 8%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2012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전체 전기 발전 설비 용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2년 17.1%에서 2021년 21.7%로 증가했다.
http://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085
올해 겨우 7%를 넘긴 한국의 3배나 되는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다. 이처럼 태양광 등 발전원의 다변화에 따라 천연가스에 의존했던 발전량이 과거 70%에서 현재 55%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것은 태국의 경우 태양광 비중을 급속히 신장시켜도 어려움이 없는 것이, 태양광 생산의 변동성(간헐성)을 보완하는 데는 시시각각의 속응성(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보장되는 가스발전이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값싼 태양광을 늘리는 데 문제점이 없어서 전기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오히려 원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원전을 유지하려면 태양광을 늘릴 수가 없다. 전기값 상승요인이 되고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와 관련된 필자의 글을 소개하면,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494
보다 전문적인 자료를 소개하면,
방콕을 향해 걷기 시작해서 보름쯤 지날 무렵부터 '걷는 부처님 상'을 여러 번 만났다. 반갑고 감동스러웠다. 어쩌면 태국사람들이 순례자에게 친절한 것은 걷는 부처님을 많이 모실 정도로 '걷는 순례'의 행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수행 방식 가운데 '행선'은 '좌선'에 비길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을 떠나올 때 필자는 자비선사의 지운스님의 가르침도 받아서 '알아차림' 위주로 걷기 명상에 잠기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오히려 걸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몰두하는 경험이 잦았다고 할까.
발바닥에 자극을 받으면 신경계도 활성화되면서 뇌세포의 신진대사도 활발해지기 때문일까,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관점이 새로이 등장했다. 그런 발상, 그런 상상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로부터 이어지는 생각의 세계가 무변광대하게 펼쳐진다. 손에 잡힐 듯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 재미가 새록새록 하던 차에 '걷는 부처님 상'을 만났으니 그 반가움이 곱이 되었다. 부처님은 과연 어떻게 걸으셨을까?
/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