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
  • 승인 2012.04.17 10: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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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

이제 총선도 끝났다.

이번 총선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은 선거기간 동안 피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제 승자든 패자든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다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증오와 분노로 잠들지 못하는 패자가 있다면 빨리 잊어버리기 바란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로 괴로워하는 것은 자신을 더욱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참으로 힘든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정치인의 꿈은 권력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번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매번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 선거는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비록 총칼로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편을 이기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모든 선거는 상대편과 싸워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 냉정한 게임이다.

선거유세는 곧 싸움의 과정이다. 그들은 상대편과 싸워 이기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길거리에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한 유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승리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배자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처럼 어려운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 대신 승리하면 엄청난 권력과 특권이라는 전리품을 얻는다. 그 때문에 한번 정치에 맛들인 사람은 정치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한다. 정치인이란 이기면 모두를 얻지만, 지면 모두를 잃는 도박꾼의 삶과 비슷하다.

이번 제19대 총선의 결과는 여당이 승리하고 야당이 패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은 전문가들이 할 몫이다. 다만 필자는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정책선거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은 실종되고 상대방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였다. 선거 막바지까지 최대 이슈는 ‘민간인 불법 사찰’과 ‘민주통합당 후보 김용민의 막말’이었다.

언론에 비친 선거운동도 정책 대결이나 정치철학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아주 별난 유세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가발을 쓰고 춤을 추는 별난 유세전은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천박하기 짝이 없는 선거문화였다. 앞으로 그런 저질스러운 선거문화는 완전히 청산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정치철학과 신념을 정확히 전달해서 표심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남을 비방하여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자들도 많았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보다는 남의 단점을 들추어내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도 당선되었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부터 먼저 갖추어야만 한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 죄를 지어 감옥에 갔다 온 사람,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사람, 말 바꾸기를 밥 먹듯 하는 사람들도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무리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리는 승부의 세계일지라도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겨야 한다. 결국 정도(正道)를 지키는 자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시적인 속임수나 꼼수로는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정치세계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승리했다고 너무 교만해서도 안 되며, 패배했다고 너무 절망해서도 안 된다. 승자는 유세할 때 ‘잘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한 말을 꼭 지켜야 한다. 금배지를 달고 난 뒤, 유권자들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하던 그 초심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는 나중에 유권자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한편 패자는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통해 보다 성숙한 정치 지도자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인고(忍苦)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팔리문헌연구소  http://www.rip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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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 2012-04-17 10:59:41
정부의 민간인 사찰과 김용민 막말파문. 민간인 사찰을 덮기위해 김용민 막말 파문을 확대시킨 책임이 더 크죠. 파업중인 방송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여론을 왜곡한 것 아닌가요?
국가가 권력을 이용하여 민간인을 감시하고 사찰하는 정국에서 정책 선거를 외치는 것 자체가 공허한 메아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실현할 건강한 정권이 바탕이 되야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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