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종정추대를 수락한 도림 법전스님이 22일 교시를 내렸다. 환영할 만한 조치다. 종정예하의 교시는 ‘지상명령’으로 집행부는 종정교시에 대한 특단의 조치와 더불어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는 교시가 지시한 사안들에 대한 철저한 이행의지와 실천을 말한다. 기구는 교시를 집행할 주체로서의 집행기구를 뜻한다. 흠결 없는 종단 대덕 중진을 중심으로 한 가칭 ‘종정교시이행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수순이다.
교시는 첫째 "지계청정", "견성성불", "중생교화"를 설하고 있다. 물론 종정으로 첫 추대를 수락한 당시 내렸던 내용의 반복이긴 하지만 우리종단에서 이 보다 중요한 사안이 어디 있으랴. 우선 ‘지계청정’ 차원에서 대대적 사정작업과 참회가 이뤄져야 한다. 얼마나 엉망이기에 지계청정을 첫 번째 격률로 재삼 거론했는지를 천착해야 한다. ‘견성성불’에 대한 수행력 증진의 방안 즉 선원과 강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각종 교육기관의 현안과 문제점 그리고 수행력 나태에 대한 원인 등을 진단하고 교정토록 해야 한다. 해인사의 학인 16명 산문출송 문제도 이번 교시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중생교화’를 위해 포교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시스템 점검과 문제점을 파악, 교정토록 해야 한다. 불자수가 날로 감소하는 현실을 감안한 적절한 지적이다.
두 번째로 교시는 불교의 대사회 복지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양극화 문제와 빈곤층에 대한 종정예하의 자비심을 엿볼 수 있다. 종단은 정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각 교구본사를 중심축으로 전국의 빈곤층과 소년소녀가장 노숙자 문제 등 소외계층에 대한 구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무소유를 주장하면서도 천문학적인 괴리를 현상적으로 드러내는 승려들 간의 빈부격차 문제도 집중 점검해야 한다. 교시는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라고 직시했다. 개발과정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계층을 종단의 이름을 걸고 정부와 기업에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이 문제는 불교역량에 대한 대사회차원의 시험적 과제로서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타 종단은 물론 전 종계교가 앞장서도록 조계종단이 나서야한다.
끝으로 종정교시는 ‘과거 종단의 개혁불사 기간 중 중징계를 받은 자들도 종단 발전에 회향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사면, 경감 조치를 행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과거 개혁 불사라 함은 그 범주가 종단 정치의 지각변동에 대한 사건들을 일컫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종단 집행부는 ‘종단 정치와는 거리가 멀고 치우침 없는 인사’들로 하여금 소위 ‘종단과거사 평가위원회’와 같은 성격의 조직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 종단 정치사에 대한 재평가와 중징계를 받은 분들의 역량을 어떻게 종단 발전에 회향토록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고 사면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들에 대해서는 선참회 후사면의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시에 대해 사회의 일간지에 대서특필하고 실천의지와 방향을 감시하고 있다. 교시의 실천에 있어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긴장감 있게 진정성을 담아 실행 로드맵을 작성해야한다. 교시의 이행을 서둘러 졸속으로 이행하거나, 그렇다고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이번 종정교시를 통해 청정한 종단으로서 수행과 포교역량의 강화와 대사회 책임론을 인식하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
모든 항이 중요하나 특히 사회의 이목은 빈곤층과 소외계층 문제를 조계종이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종정예하가 종단에 큰 숙제를 내렸다. 종단은 사회와 대중에게 교시의 이행 방안을 빠른 시일 내 제시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