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육신을 불살라 부처님께 공양한 문수 스님은 전 재산 10만원만 남겼다.
영결식을 하루앞둔 3일 지보사와 유족이 <불교닷컴> 취재진에 공개한 유품은 참으로 단출했다.
유족이 보여준 유품은 경찰이 소신공양한 낙동간 지류 위천 제방에서 수거했다 3일 되돌려 준 것이다.
스님이 현장에 남긴 것은 승복 윗도리를 곱게 접은 뒤 옆에 흰고무신과 파란색 표지의 작은 수첩, 필기구 하나. 승려증과 단돈 10만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유지를 잊지 말라는 듯이 스님은 유서만큼은 3곳에 남겼다. 제방 위 유품 속의 수첩과, 지보사 자신의 방 바닥에 남겼다. 나머지 한 곳은 자신이 입고 있던 승복 윗도리에 볼펜으로 적어 놓은 것을 경찰이 뒤늦게 발견했다.
스님은 수첩 속 '유서'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文殊"라고 적었다.
지보사 방에 남겨진 유서에는 첫 장은 같은 내용이나 둘째 장에는 다른 스님은 지칭하며 "ㅇㅇ스님 죄송합니다. 文殊"라고 적었다.
승복 윗도리에 적힌 유서는 다른 것의 첫 장과 내용이 같다. 다만 말미에 "5月 31日 文殊(尹國煥)"이라고 날짜를 적고 자신의 속명을 한자로 표기했다.
도반인 관행 스님은 "문수 스님은 혹시 자신의 죽음이 헛되이 되거나 경찰 등 공권력이 민감한 시기에 자살이니 타살이니 무용한 시비를 불러일으킬까봐 유서를 3군데 남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보사에서 3년간 두문불출하며 수행정진하다 30일 해제했다.
이날 스님은 견월 스님에게 "수행자로서 사회현상에 대해 말로만 떠들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내일 내가 소신공양(燒身供養)을 결행해야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만해도 견월 스님은 그 말의 뜻을 몰랐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같이 눈을 뜬 스님은 군위읍 동부리 ㄷ주유소에서 휘발유 14.5리터를 2만5천원에 샀다.
주유소의 CCTV에 휘발유를 사고 돈을 계산한 뒤 흐트러짐 없이 주유소를 걸어나가는 스님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절에 다시 들러 방을 정리한 스님이 불에 탄 채 발견된 것은 오후3시께 였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도반 각운 스님(총무원 재정국장)은 "아마도 스님이 기름의 절반은 몸에 붓고, 나머지는 모두 마신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심하게 법구가 훼손되지 않는다"고 했다. 각운 스님은 "종단 분규시에 기름을 마셔야 완벽하게 소신이 가능하다며, 그 방법에 대해 서로 일러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시를 했던 경찰도 "단순하게 몸에 기름을 부어서는 저정도로 타지는 않는다"고 스님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졌다.
유족들은 <불교닷컴>에 소신공양한 스님의 법구 사진을 공개했다.
/ 군위 = 이혜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