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1벌, 승려증이 전재산...법구사진 공개
승복 1벌, 승려증이 전재산...법구사진 공개
  • 이혜조 기자
  • 승인 2010.06.03 22:17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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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이지만 온몸 부처님께 사르며 '4대강 반대"한 문수 스님
'4대강 개발 즉각 중지'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은 청렴 그 자체였다.

5월 31일 육신을 불살라 부처님께 공양한 문수 스님은 전 재산 10만원만 남겼다.

영결식을 하루앞둔 3일 지보사와 유족이 <불교닷컴> 취재진에 공개한 유품은 참으로 단출했다.

유족이 보여준 유품은 경찰이 소신공양한 낙동간 지류 위천 제방에서 수거했다 3일 되돌려 준 것이다.

▲ 문수 스님의 유품. 낙동강 지류인 위천 제방에 스님이 소신공양하던 바로 옆자리에 놓여있었다. 스님은 이 것외에 수첩과 현금 10만원 승려증이 유품의 전부였다. ⓒ2010 불교닷컴
스님이 현장에 남긴 것은 승복 윗도리를 곱게 접은 뒤 옆에 흰고무신과 파란색 표지의 작은 수첩, 필기구 하나. 승려증과 단돈 10만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유지를 잊지 말라는 듯이 스님은 유서만큼은 3곳에 남겼다. 제방 위 유품 속의 수첩과, 지보사 자신의 방 바닥에 남겼다. 나머지 한 곳은 자신이 입고 있던 승복 윗도리에 볼펜으로 적어 놓은 것을 경찰이 뒤늦게 발견했다.

스님은 수첩 속 '유서'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文殊"라고 적었다.

▲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 직전 자신의 승복 윗도리에 볼펜으로 '4대강 즉각 중지' 등의 내용의 유서를 적어 놓았다. ⓒ2010 불교닷컴
다음 장에는 "ㅇㅇ,ㅇㅇ 스님 죄송합니다. 후일을 기약합시다. 文殊(윤국환)"이라고 씌어 있다.

지보사 방에 남겨진 유서에는 첫 장은 같은 내용이나 둘째 장에는 다른 스님은 지칭하며 "ㅇㅇ스님 죄송합니다. 文殊"라고 적었다.

승복 윗도리에 적힌 유서는 다른 것의 첫 장과 내용이 같다. 다만 말미에 "5月 31日 文殊(尹國煥)"이라고 날짜를 적고 자신의 속명을 한자로 표기했다.

도반인 관행 스님은 "문수 스님은 혹시 자신의 죽음이 헛되이 되거나 경찰 등 공권력이 민감한 시기에 자살이니 타살이니 무용한 시비를 불러일으킬까봐 유서를 3군데 남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보사에서 3년간 두문불출하며 수행정진하다 30일 해제했다.

이날 스님은 견월 스님에게 "수행자로서 사회현상에 대해 말로만 떠들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내일 내가 소신공양(燒身供養)을 결행해야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만해도 견월 스님은 그 말의 뜻을 몰랐다고 한다.

▲ 문수 스님이 31일 오전 지보사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는 모습이 주유소 CCTV에 찍혔다. ⓒ2010 불교닷컴

다음날 새벽같이 눈을 뜬 스님은 군위읍 동부리 ㄷ주유소에서 휘발유 14.5리터를 2만5천원에 샀다.

주유소의 CCTV에 휘발유를 사고 돈을 계산한 뒤 흐트러짐 없이 주유소를 걸어나가는 스님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절에 다시 들러 방을 정리한 스님이 불에 탄 채 발견된 것은 오후3시께 였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도반 각운 스님(총무원 재정국장)은 "아마도 스님이 기름의 절반은 몸에 붓고, 나머지는 모두 마신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심하게 법구가 훼손되지 않는다"고 했다. 각운 스님은 "종단 분규시에 기름을 마셔야 완벽하게 소신이 가능하다며, 그 방법에 대해 서로 일러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시를 했던 경찰도 "단순하게 몸에 기름을 부어서는 저정도로 타지는 않는다"고 스님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졌다.

유족들은 <불교닷컴>에 소신공양한 스님의 법구 사진을 공개했다.

▲ 문수 스님의 거룩한 뜻과 달리 영결식을 하루앞둔 3일 밤 군위 삼성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도반 몇명과 유족들만이 스님의 영정을 지키고 있다. ⓒ2010 불교닷컴

/ 군위 = 이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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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0-06-07 11:22:38
문수 스님의 법구 사진은 문중대표와 도반 스님들의 요청에 따라 삭제합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파도 2010-06-05 09:21:42
사대강 사업 강행하려는 정부는 진심으로 참회하라...
그리고 조계종단 집행부들도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한마음 2010-06-04 21:20:29
문수스님!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저를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문수스님! 우리 모두 둘이 아닌 까닭에 일체가 둘 아닌 도리를 깨달아 일체 우주와 더불어 부처님 마음과 더불어 한마음이 되셔서 이 세상에서 자유인이 되소서.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견철 2010-06-04 21:10:43
너무 노골적이라는 생각이듭니다.. 그 분의 깊은 뜻을 알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아사달 2010-06-04 18:55:14
소신공양은 예전에서 공개된 적이 있지요. 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스님의 법구를 보면서 3독심을 버리는 마음을 가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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