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 성북동 길상사를 떠나 출가 본사인 순천 송광사로 이동해 문수전에 모셔진 법정스님의 법구는 이날 오전 10시 문수전을 출발해 송광사 전통 다비장으로 이운된다.
밤새 조문객을 받던 문수전은 법구 이운 준비를 위해 이날 6시부터 통제됐다.
법정스님의 법구는 길상사를 떠나던 모습 그대로 대나무 평상에 모셔진 채 가사를 덮은 상태로 스님 10명이 운구하게 된다.
오전 10시 송광사 경내 범종이 108번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법정스님의 법구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문수전을 떠나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마지막 삼배를 올린 법구는 송광사 입구 주차장에서 약 800m 떨어진 언덕에 있는 다비장으로 1시간 동안 이동한다.
11시 다비장에 도착하면 장작더미와 숯으로 구성된 인화대 위에 법구가 모셔지며, 그 위에 다시 참나무를 쌓아올린다.
스님과 내빈들이 장작에 불을 붙이는 '거화(炬火)'의식이 시작되는 것은 약 11시30분께. 이때부터 불이 붙으면 법구는 약 24시간 동안 불길 속에 맡기게 된다.
14일 오전 10시께, 타다 남은 뼈를 수습하는 습골이 진행된다.
다비준비위원회는 장례의식을 최소화하고 사리도 찾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유지에 따라 습골 작업 이후에는 뼈를 빻는 쇄골(碎骨)을 곧바로 진행하며, 사리는 수습하지 않는다. 또 만장을 사용하지 않고, 법구를 다비장까지 이운할 때 상여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비준비위는 쇄골 후에는 상좌스님들이 산골(散骨)을 할 예정이지만 산골 장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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