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원, '10·27법난'에 거액 지원했다
진흥원, '10·27법난'에 거액 지원했다
  • 이혜조 기자
  • 승인 2010.02.04 15:5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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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 무엇이 문제인가-1] "이사 자격도 하자"
특위 "현 이사 한 명 신군부 일원으로 참여"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 이하 진흥원)이 '10·27법난'과의 관련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으나 <불교닷컴> 취재 결과 진흥원이 10.27법난과 관련 거액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진흥원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자격도 하자가 있으며, 현재 이사 가운데 한 명이 당시 10.27법난을 지휘한 실무대책반에 가담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향후 진흥원 제자리찾기에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진흥원의 김규칠 상임이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1980년 11월 이전에 신군부에 예산을 지원한 적이 없다. 또 이후에 조계종단 지원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군종교구 등으로 전환했을 뿐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불교닷컴> 2010년 01월 27일자 보도)

이 발언은 '진흥원이 10·27법난을 전후해 신군부에 예산을 지원하고, 되레 종단 지원 예산을 중단했다'는 조계종 중앙종회 대한불교진흥원 제자리 찾기 특별위원회(위원장 의연 스님, 이하 특위)의 조사내용에 대한 해명이었다.

 

▲ 진흥원이 신군부 산하 기관인 불교정화기획자문회의에 2,500만원의 지원을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한 내용이 담겨진 제17차 회의록. 불교를 정권차원에서 잔인하게 유린한 10.27법난을 진흥원에서 지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제자리찾기 특위
진흥원, 10.27법난 지휘부에 2,500만원 지원 결의

 

그러나 진흥원의 주장은 17차 회의록을 볼 때 거짓임이 드러났다.

<불교닷컴>이 1980년 12월 17일 열린 대한불교진흥원의 제17차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불교정화기획자문회의 지원요청의 건’이 안건으로 채택됐고, 참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불교정화기획자문회의에 2,5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김규칠 이사의 주장 가운데 시간상의 차이가 날뿐 지원은 명백한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당시 2,500만원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약 2억5,000만원에 해당한다.

'불교정화기획자문위원회'의 활동기간이 1980년 10월 24일(10·27법난 5일전)부터 1981년 1월 10일까지 불과 79일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의 규모는 거액이다.

'불교정화기획자문위원회'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종합보고서에는 '수사자문회의'로 기재되어 있다.(이하 수사자문회의)

수사자문회의는 10·27 법난과 불교계 수사를 총괄 지휘한 합동수사본부(본부장 노태우 보안사령관)의 합동수사단 실무대책반의 하부조직으로 과거사위원회의 종합보고서에 실무대책반의 역할이 잘 언급돼 있다. 

 

▲ ⓒ진흥원제자리찾기 특위

"지원 요청 뜻이 훌륭하니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진흥원의 수사자문회의에 대한 지원은 10·27법난에 조력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원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이 가운데 한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불교정화기획자문회의에서 요청한 분에 대하여는 자료도 충분하고 지원 요청의 뜻이 훌륭하니 지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발언도 한다.

엄연히 국가기관에 해당하는 수사자문회의에 민간단체인 진흥원이 예산을 지원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가기관이 민간단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진흥원이 수사자문회의에 대한 지원을 결의할 당시 이사장이 황산덕 전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황 전 장관은 1974년 9월 18일부터 1976년 12월 3일까지 법무부 장관에 재직했고 재직기간이 역대 법무부 장관 중 3번째 장수 장관에 해당한다.

따라서 진흥원이 수사사문회의에 대한 지원을 실수 또는 신군부의 강압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부 법률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국가에 대한 민간단체의 예산지원이 명백한 불법행위였던 만큼 지금이라도 진흥원이 국가로부터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진흥원에서 신군부에 2,500만원 지원을 결의한 17차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의 이름이다. 이 가운데 황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이사 자격이 없다고 특위는 주장한다. 따라서 이사회 결의도 무효일 뿐 아니라 민간단체가 정부에 지원금을 주는 것은 불법이므로 소송을 통해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진흥원 제자리찾기 특위

"진흥원 17차 이사회 참석 이사들 자격 없다"

특위 관계자는 "또 다른 불법사항은 진흥원의 17차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이 법적으로 이사의 자격이 없었다는 점이다."고 주장했다.

당시 진흥원의 정관은 이사의 해임과 취임을 감독관청인 문화공보부 장관의 승인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17차 이사회에 참석한 4명의 이사 중 황산덕 이사장을 제외하고 정재각, 정육수, 홍진기 이사 등 3인은 문화공보부 장관으로부터 취임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17차 이사회까지 진흥원의 재적이사는, 사임을 했으나 문화공보부 장관으로부터 해임 승인을 받지 못한 구태회, 육인수, 이선근 이사 3인과 황산덕 이사장을 포함하여 4인이 된다.

이렇게 보면 17차 이사회는 성원미달이고 당연히 이사회의 결의는 무효라는게 특위 관계자의 주장이다.

진흥원은 17차 이사회의 이러한 법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18차 이사회에서 17차 이사회의 내용을 추인했다. 하지만 이 추인은 성원미달로 이사회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 내용을 추인한 셈이다.

설사 18차 이사회의 추인을 합법행위로 본다하더라도 '수사자문회의'에 대한 지원을 왜 이렇게 무리한 절차를 통해 결정했는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현재 진흥원 특위는 수사자문회의에 대한 지원이 수사자문회의를 기획하고 지휘한 실무대책반의 반장 전창렬 중령(법무관)이 황산덕 이사장 직무대행에게 요청해 이뤄진 것이며 진흥원은 자금지원만이 아니라 사무실도 지원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닷컴>은 전창렬 중령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황산덕 이사장 직무대행과는 사제지간이고 노태우 대통령 재임시기인 1990년에 국방부 군사법원장(소장)으로 예편했음을 확인했다.

▲ ⓒ2010 불교닷컴
군법당 건립에 1,500만원, 승용차 4대도 지원

군법당 건립에 1,500만원, 승용차 4대도 지원

진흥원 특위 관계자는 진흥원이 1980년 10·27 법난 직후 2,500만원 외에 수도방위사령부 군법당 건립에 1,500만원을 지원했으나 이 지원금이 신군부 상층의 치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981년도에는 군에 군법사 기동력지원용으로 승용차 4대(1,000만원)도 지원한 증거를 특위는 확보했다고 한다.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군법당은 현재 남산에 있는 충정사가 이전하기 이전의 건물로 <불교닷컴>은 현재 충정사에 남아 있는 당시의 표지석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했다.

표지석에는 “이 법당은 제8대 사령관 노태우 장군께서 국가와 민족의 항구적인 번영과 안녕을 염원하고 장병들의 정신전력 배양의 터전으로 삼고자 1980.07.25 기공 동년 12.29 제9대 사령관 박세직 장군 부임 후 준공하였다. 1980.12.29 참모장 준장 유 재 구”라고 씌여있다.  진흥원의 지원금이 노태우씨의 치적으로 둔갑한 것이다.

합수부 실무대책반에 현 진흥원 이사 한 명 포함

진흥원 특위 관계자는 또 과거사위원회가 종합보고서에서 합동수사본부 산하 실무대책반 구성원으로 현 진흥원 이사 한 명을 명시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위의 주장과 <불교닷컴> 취재결과, 진흥원에 대한 10·27법난 관련사실을 규명하는 일은 향후 진흥원 문제 해결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 특위위원장 의연 스님이 지난달 28일 개최한 ‘조계종과 진흥원 및 불교방송의 관계 정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문을 통해 ‘10.27법난을 계기로 조계종과 진흥원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고 법난을 주도한 세력들이 진흥원 이사회 구조변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힌 것은 진흥원 특위의 향후활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대한불교진흥원 관계자는 "불교정화기획자문위원회에서 당시 3,000만원의 지원을 요청, 이사회에서 2,50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결의한 회의록은 확인했다"면서도 "불교정화기획자문위원회가 신군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진흥원이 '10.27법난'에 거액을 지원했거나, 신군부에 돈을 지원했다는 말을 잘못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진흥원은 당시 자체 건물도 없었는데 수사자문회의에 사무실을 제공했다는 말도 잘못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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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정화에 2010-02-09 11:58:36
지금은 무얼하시나요...자기 잘못을 남을 끌여들여 물타기하려나요.

진흥원정화 2010-02-06 18:20:08
왜 불교진흥원이 제대로 불사를 못하는 집단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사들이 저런 식으로 부화뇌동하고 불교를 능멸하는데 불사가 되겠습니까 저도 진흥원 이사들이 개인적인 비리가 많다고 소문을 들어도 설마 했는데, 불사에 뜻이 없고 개인의 사리사욕만 챙기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네요. 정화해야 합니다.!!!

과거사 규명 2010-02-05 16:21:45
'불교정화기획 자문위원회 지원 요청의 건'
진흥원 이사회에서 이런 제목으로 안건을 상정하여, 쉽사리 자금지원 결의를 한 것.

이런 엄청난 사실을 그간 불교계는 아무도 몰랐다는 건가요.... 광주 사태가 아니라 당시 불교사태는 내부조력이 있었군요. 그것도 재가자들의 지식인이라하는 진흥원 이사회에서...........................................................
참..... 참 슬픕니다.
그런데, 김모 이사라는 사람은 한달에 봉급, 활동비로 천만원을 쓰고 있다고 하고.....
쓰레기들....

눈물납니다... 2010-02-05 16:11:53
스님, 그래요. 스님의 지적도 필요한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알고보니 진흥원은 바로 스님의 스승들을 몽둥이로 패고 감옥으로 넣었던 진흥원이 정상이라 생각하시는 건지요... 저는 요, 스님 같은 분이 진흥원의 이사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진흥원을 파헤쳐주시길 바랍니다....

성 준 2010-02-05 16:09:10
그간 특위란 말은 들었어도 도무지 이슈가 뭔지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사실을 중심으로 취재되었군요. 참 엄청난 훼불이 그것도 불교진흥원이란 곳에서 진행되어 불교에 폭력을 가했군요. 진흥원 현 이사들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그렇다면 특위에 당당하게 나설 수가 없었겠네요. 아마 앞으로도 회피, 모르쇠, 적당한 방향전환 등으로 진행될 것 같네요.
닷컴이라서 과감하게 이런 기사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진실을 알려주시길...
진흥원은 정말 제자리 찾기 해야 합니다. 이 기회에 재가의 신뢰받는 단체들과 승가가 진흥원을 바로세워야 합니다. 진흥원 이사 자리가 뭐 퇴직자들 양로원입니까? 삼보정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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