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상반기 중 종편 선정 불가능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종합편성채널 선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중에 종편 선정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한데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년 상반기에는 선정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그 동안 이 문제에 대한 모범답안은 "서둘지도 늦지도 않게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년 상반기는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못을 박았다.
이로써 종편 선정 시기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강화될 것이다.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도 질의에서 이 점을 꼬집었다. "보수 언론이 종편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종편권을 미끼로 지방선거에 악용하려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것은 정정당당하지 않다. 종편권을 내년 지방선거에 악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물었다. 물론 최 위원장은 "정정당당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염려가 현실로
종편 선정을 선언한 조선일보는 이미 한 달 전 이 문제를 지적했다. 김대중 고문의 칼럼(11월 23일자, '방송허가' 빌미로 정치게임 말라)을 통해서다.
“문제는 이런 중차대한 언론계의 구조적 변혁문제를 놓고 정부여당은 그들대로, 야권은 그들대로 ‘정치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시중에는 방송권(종합편성권)을 따려는 신문사들이 허가권을 쥔 이명박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정부 비판기사를 자제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종편을 따려는 신문사들의 처지를 역으로 이용해 ‘친(親) MB’적 상황을 유도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당국은 방송허가권을 쥐고 있을 수 있는 끝까지 끌고가 실컷 ‘재미’를 본 뒤에 처리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다. 어쩌면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선거가 끝난 뒤에나 방송권의 행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대중 칼럼의 결론 부분은 이렇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든 이 문제를 놓고 장난치면 안된다. 정부는 방송권 문제를 갖고 어떤 정권적 이득을 볼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당국은 그들 스스로의 게임논리에 빠져 오히려 더 많은 적을 만들고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마치 예언처럼 정확히 한 달 뒤인 12월 22일 최 위원장의 입을 통해 김대중 고문의 기우가 ‘사실상’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김 고문의 예지력인가, 아니면 정확한 정보력인가. 하여튼 그렇게 확인됐다.
정치적 유혹의 위험성은 계속된다
물론 입장은 변할 수 없다. 헌재 결정의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회는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고문의 염려 그대로 시중에는 똑같은 방식의 염려를 얘기한다.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즐기고 있고, 새로운 사업진출에 목마른 조.중.동.매경은 스스로 알아서 순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언론상황에 대해 일정한 관심을 가진 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이들 중에는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서로가 피로증에 걸린 상황이니 빨리 결정해서 빨리 경쟁시키는 게 더 낫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간혹 그 관점에 동의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현재의 언론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못하다. 낯 뜨거울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럴 바에야 빨리 결정되고, 빨리 다른 목소리의 경쟁이 있을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게 더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현재의 상황은 종편 경쟁에 뛰어든 언론사의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지루한 게임이 되고 있다. 거기에다 기존 방송사들이 너무 손쉽게 순화된 나머지 굳이 신규종편이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도 널리 유포된다. 상황은 이토록 희화화되고 있다. 정치화되고 있다. 김 고문이 염려하는 정치게임화 되고 있다. 정치적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거기에다 지상파 TV의 24시간 종일방송이 확대되거나 전면 자율화될 전망이다. 물론 종편 경쟁에 뛰어든 이들은 당연히 비판적이다. 또 다른 ‘지상파 특혜’라고 보도하고 나섰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매일경제신문의 22일자 보도가 그렇다. 전선은 지루하게 늘어져 있고, 전투는 산발적이다. 종편 진출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결국은 종이 신문이 갖는 여론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던져버리는 꼴이 될지, 그리하여 종국에는 2대주주로 참여하는 재벌방송만 늘려주는 꼴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대의 입장에서 종편 선정이, 그리고 종편 선정 시기의 연기가 순전히 정치적 측면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이 또한 모르는 일이 될 것 같다. 조.중.동.매경의 반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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