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부장 원학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를 14일 앞둔 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총무부는 선거과정에서 지원 및 불법선거방지등의 업무를 맡은 중요한 부서다. 사의표명 이유가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일방적인 종무행정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학 스님이 중요한 시기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10.27법난 역사관' 건립 부지 선정과정에서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불교 전체보다는 측근 위주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원학 스님 측의 주장이다.
조계종 10.27법난 역사교육관 부지선정위원회(위원장 지관 스님)는 지난 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2차 회의를 열고 건립부지로 서울 조계사로 결정했다고 조계종 사회부가 발표했다.
부지선정위원회는 토론을 통해 서울과 부산 2곳으로 압축한 후 투표를 통해 서울로 결정한 것으로 발표됐다. 투표에는 위원 15명 가운데 14명이 참여, 8:5로 조계사로 결정됐다. 1명은 서울과 부산에 동점을 부여했다.
당시 부산(범어사) 유치에 찬성표를 던 진 한 관계자는 "회의가 끝난 뒤 조계사쪽으로 표를 던진 한 스님이 '회의전 사서실에서 전화가 왔다. 원장 스님 뜻이니까 조계사로 찍어라고 말해 그렇게 했다고 말한 사실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회의를 진행해야 할 의장인 지관 스님이 회의 진행 중에 '조계사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직접 언급, 당초 범어사 유치쪽으로 기울던 표가 결국 어른 스님의 뜻에 따라 조계사로 기울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총무부 관계자는 "지관 스님을 제외한 10명이 자신의 소견을 말하고 난 뒤 지관 스님이 조계사로 유치하면 좋겠다고 발언했다"며 "이미 10명의 의견은 5:5였으므로 지관 스님이 회의 중 발언이 표결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스님들은 미리 제출한 평가표에서 조계사에 후한 점수를 줘 결국 8:5:1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서실에 확인한 결과 조계사 유치가 원장 스님 뜻이라고 말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어사에 표를 던진 관계자는 "조계사로 정하면 안되는 이유는 두가지다"며 "조계사의 경우 내놓을 부지가 협소해 당초 위원회에서 정부에 요청한 1,500억원을 유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초 위원회는 6,000-1만평의 부지를 내놓을 수 있는 사찰을 대상으로 부지 선정에 참여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 정도의 부지가 되어야 정부측에 1,500억원을 요구할 규모의 역사관 건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게 위원회측의 설명이다.
조계사는 현재 매입 중인 삼오모텔 부지를 포함해 800평을 내놓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800평 부지에 역사관을 짓는다면 누가 1,5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 범어사 유치를 위해 허남식 부산시장이 직접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도 했고, 원학 스님이 부산이 지역구인 김무성 안경률의원 등을 접촉해서 예산지원에 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태다. 특히 전반기 국회의장인 김형오 의원도 부산지역이어서 예산 배정에 수월할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힘들여 예산을 따내려는 10.27법난 위원회의 노력이 지관 스님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원점에 맴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범어사를 따돌리고 조계사로 결정한 것은 신임 총무원장이 세민 스님에 대한 인사를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폈다.
부지 선정은 조계종 10.27법난 역사교육관 부지선정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최종적으로 총리실 직속 10.27법난명예회복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원학 스님은 "끝까지 함께 하고자 했는데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상태라면 10.27위원회 위원, 위원장은 물론 총무부장직도 더 이상 수행하지 않겠다. 사표는 곧 원장 스님에게 제출하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