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조문, 기독교에 던진 관용과 자비심
강원용 목사가 타계했다. 생전에 활발한 사회활동과 인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언젠가 인간문화재인 김금화씨의 굿판에서 좌정한 모습을 보고 그 연유를 떠나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인은 황우석 박사 지지의 글을 동아일보에 기고하기도 했다. 빈소에는 각계 유명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본시 조문은 상주가 상복을 입는 절차인 성복제를 지낸 후부터 이뤄진다. 요즘 장례식장에서 이뤄지는 조문은 과거 전통의 유교적 의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간소하게 이뤄진다. 우선 상복도 굴건제복이 사라지고 검은 양복에 베 완장을 차는 정도다. 조문도 장례식장에서 영정을 모신 단상이 꾸려지면서부터 시작한다. 한송이 국화꽃을 올리고 절을 하기도하며 굴신 정도의 예를 갖추기도 한다.
종단은 1970년에 제정한 종단장조례에 따라 종정예하나 종정을 역임한 스님 그리고 순직한 원로회의 의장과 순직한 총무원장에 한해 장의위원회를 구성해 종단장으로 봉행한다. 전통장례 의례는 석문의범에 따른 다비장이나 음양오행설의 영향을 받았다.
이번 강원용 목사 조문기사를 보면서 종단차원의 조문에 대한 통일된 규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먼저 조문한 모 스님은 대가사를 수하고 영정 앞에서 분향 합장을 하고 가족에게도 합장으로서 조의를 표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큰절을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으나 한번쯤은 짚어 봐야 할 것이다.
가사는 과거 부처님시대 수행자들의 일상복이였으나 지금은 출가 수행자의 상징으로서 불공 등 각종 헌공 행사 의례에 착용하는 성스런 복장이 됐다. 종단이 가사원을 설치해 통일된 가사를 보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단 의제법에 따르면 울다라승 즉 7조 가사는 예불, 송경, 의식 및 회의시에 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제법제8조)
절은 수행의 한 방편이나 깨달으신 분, 성스런 분 부처님께 올리는 최고의 경배를 의미한다. 물론 부처님은 길가 해골 무더기에 절을 하기도 했다. 초월적 삶을 추구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불교라 하나 조문때 가사를 수하고 영정에 절을 해야할지 여부는 필자의 분별심을 떠나서 폭 넓은 의견을 듣고 싶다.
왜냐하면 빈소에서 영정에 대한 절이나 가사의 수 여부 등 이러한 것들은 각종 매체를 타고 세상에 사진과 영상이 나가기 때문이다. 원칙적 규정이 있는 상태에서 개성이나 여유로서의 방편과 그렇지 못한 경우 그리고 승려라고 하나 사회적 신분의 차이에 따라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하여간 원장스님이 고 강원용 목사의 영정에 절을 하는 것은 한국 기독교에 던진 불교의 관용과 자비심이며, 대립을 벗어난 소통의 가르침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한다. 거대 종단의 수장이 조문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상주는 물론 기자 그리고 여러 문상객들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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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문제 제기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1700년 역사를 간직한 집안에 이런 상조의례가 없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