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山寺 순례기도회 이끄는 慧慈 스님
108山寺 순례기도회 이끄는 慧慈 스님
  • 崔善姬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3.02 11: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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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교는 山中에서 거리로, 세계로 나가야”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한꺼번에 4000~5000명이 매달 한번씩 전국의 사찰을 찾아 108배를 올리고 108번뇌를 소멸하여 108공덕을 쌓는다.

崔善姬 자유기고가〈giongia@hanmail.net〉

禪默 慧慈(선묵 혜자) 스님(도선사 주지)이 이끄는 ‘108山寺(산사) 순례기도회’가 열린 지난 1월 8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삼각산 자락에 자리잡은 화계사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대웅전 앞마당에 운집한 佛子(불자)들은 저마다 자리를 펴고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만들었다. 정오가 되자 순례기도회 지도법사 도각 스님의 ‘천수경’ 독경이 경내에 울려 퍼졌고, 이어 법회가 시작됐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每月(매월) 한 번씩 전국 각지의 산사를 찾아 108배를 올리고, 108 煩惱(번뇌)를 소멸하며, 108 功德(공덕)을 쌓는 信行(신행)단체다. 2006년 10월부터 시작해 우리나라 三寶宗刹(삼보종찰)로 불리는 通度寺(통도사), 松廣寺(송광사), 海印寺(해인사)를 거쳐 화계사까지, 그동안 29개의 전국 주요 寺刹(사찰)을 방문했다.

화계사에서 만난 최복순(여?57)씨는 “이 행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다”며 “매월 기도회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를 올리니 信心(신심)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한 달 전부터 기도회에 가지고 갈 공양미를 미리 담아 둔다”는 고영숙(여?54)씨는 “친정 가는 것보다 더 기다려진다”며 웃었다.

약 두 시간에 걸친 기도회가 끝나자 마당 한편에서는 혜자 스님의 염주알 보시가 있었다. 순례한 사찰의 이름이 새겨진 염주알을 받는 것은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마지막 절차로, 모두 모으면 108염주가 완성된다.

▲ 1월 13일 대한민국 지속창조경영대상 사회봉사부문 봉사상을 수상한 후 수상소감을 얘기하는 혜자 스님.
이날도 여느 때처럼 혜자 스님 앞에는 염주알을 받기 위한 긴 줄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염주알 보시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신도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일었다. 맑은 하늘에 때아닌 무지개가 떠오른 것이다.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원들이 무지개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해 전 도선사에서 한국 불교 최초로 부처님 佛指(불지)사리 親見法會(친견법회)가 열렸을 때에도, 그 불지사리와 함께한 첫 순례길이었던 양산 통도사에서도 무지개가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부처님이 열반한 인도 쿠시나가라에서 봉양 받은 眞身(진신)사리를 모시고 첫 발을 내디딘 백담사 순례 때도 무지개가 떠 기도회에 참석한 佛子들을 감동시켰다.

합장한 채 한동안 하늘을 우러른 혜자 스님은 “산사 순례를 하는 동안 지금까지 총 여덟 번의 무지개가 떴다”며, “올 들어 첫 순례인데 무지개를 보았으니 매우 상서로운 조짐”이라고 흐뭇해했다.

사흘간 진행된 화계사 법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5000여 명. 순례 때마다 비슷한 규모의 인원이 참여한다. 행사에 동원되는 버스만도 108대다. 한 번에 이동할 수 없어 사흘 동안 나뉘어 움직인다. 안동 봉정사 순례 때는 10량의 특별 전용열차가 하루 2회, 사흘 동안 청량리역과 안동역 구간을 운행했다. 이 같은 대규모 기도회는 불교계에서 처음 있는 일로 ‘신행문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도도 하고, 농촌도 살리고

▲ 2006년부터 시작된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그 동안 29개 주요 사찰을 방문했다. 사진은 25번째로 백담사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사찰 순례 때마다 회원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一柱門(일주문) 밖에 지역특산물 장터를 마련, 농어촌을 돕고 있다. 직거래 장터를 통해 거래되는 금액이 한 번에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혜자 스님의 말이다.

“전남 영암의 도갑사에 갔을 때였어요. 그 지역 농협에서 ‘월출산 달맞이 쌀’이라는 자체 브랜드 쌀을 내놓았는데 홍보가 안 됐는지, 1kg짜리 쌀을 회원 3500명에게 모두 하나씩 나누어 주더라고요. 그런데 회원들이 집으로 돌아가 밥을 해 먹어 보니 밥맛이 그렇게 좋더랍니다. 그게 입소문이 나서 얼마나 주문들을 많이 했는지 영암농협에서 ‘택배가 밀려 일손이 달릴 지경’이 됐다고 해요. ‘정말 고맙다’고 도선사로 쌀을 한 가마니 보내 왔더군요. ‘아, 우리가 이렇게 농촌을 돕고 있구나, 어려운 농촌에 꿈과 희망을 주는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기도구나’라는 생각을 했지요.”

혜자 스님은 “직거래 장터를 구상하게 된 것은 회원들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해인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일주문 밖에서 좌판에 도라지, 더덕 등을 파는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회원들의 마음을 알 리 없던 저는 ‘빨리 차에 타야 한다’며 회원들을 다그쳤어요. 버스에 탔는데 한 회원이 그러더군요. ‘스님, 이 먼 데 와서 좋은 산사도 보고, 기도도 잘하고, 스님이 주신 염주도 보시 받아 정말 기분이 좋은데, 친정어머니 같은 분들이 물건 파는 걸 도와주지 못하고 그냥 가니 그게 좀 아쉽네요. 어차피 집에 가서 가족들 밥해 먹이려면 또 장을 봐야 하는데, 여기서 좋은 먹을거리들을 사서 가족들 상에 올리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라고요. 제 소견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1월 8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화계사를 찾은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원들. 혜자 스님이 참여한 불자들에게 염주알을 나누어주고 있다.
‘장가를 안 가봐서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고 웃어 넘겼지요. 그러고 보니 온통 수입 먹을거리투성이라 우리 농촌도 살리고, 회원들에게는 우리 땅에서 나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사찰순례행사 프로그램에 아예 직거래 장터를 열게 됐습니다.”

순례 때마다 초코파이 한 상자씩을 들고 와 인근 지역 군부대 장병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기도회의 전통이 됐다. 지난해 2월, 공주 마곡사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논산 훈련소 장병들에게 초코파이를 전한 데서 시작된 ‘초코파이 布施(보시)’는 현재 기증한 초코파이가 총 100만 상자를 넘겼다. 화계사에도 1만 상자가 넘는 거대한 ‘초코파이 탑’이 만들어져 壯觀(장관)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多(다)문화 가정 108 인연 맺기’ 운동을 전개해 해외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이주 여성을 돕는 일에도 나섰다. 회원들과 이주 여성을 1 대 1로 맺어 줌으로써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他國(타국)으로 시집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 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 주는 활동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모두 36쌍이 인연을 맺었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종합선물세트’

▲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軍부대에 기증한 초코파이는 100만 상자가 넘는다.
지난 겨울에는 김장을 해 어려운 이웃 108가구에 나누어 주었고, 지난 12월 남양주 불암사 순례 때는 동국대 일산병원에 들러 환자들을 위한 쾌유의 불공을 함께 드렸다. .

이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108 산사 순례기도회’를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좋은 일을 한다고 해 ‘홍길동 기도회’라는 별칭도 붙었다. 혜자 스님은 “한꺼번에 4000~5000명이 움직이다 보니 관광버스 업체, 거기 소속된 운전기사, 도로공사, 휴게소, 주유소는 물론 초코파이를 파는 수퍼마켓에서 제조 회사에 이르기까지, 기도회가 야기하는 경제적인 파급효과만도 108가지는 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며 웃었다.

혜자 스님이 이런 독특한 형태의 신행을 구상하게 된 것은 2006년 여름, <선묵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라는 책을 내면서부터다. 책 출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문득, “‘일반 불자들과 함께 이 사찰들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 전등사에서 ‘108산사 순례기도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염주알을 나누어 주는 혜자 스님.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규모가 커질 줄은 몰랐어요. 도심을 떠나 공기 맑은 산사에서 마음을 닦으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 프로그램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가족여행 삼아 오는 불자들도 많고, 동창이나 이웃 등 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풍으로 생각하고 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불자가 아닌 분들의 참여도 계속 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회원이 됐습니다. 뉴욕에도 이 모임이 알려져 조만간 뉴욕법회에도 참석하게 될 것 같아요.”

혜자 스님은 이렇게 산사 순례를 통해 山中(산중)에 묻혀 있던 불교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 108배를 하는 동안 회원들이 마음속으로 되뇌는 기도문 중에는 “믿음이 다르다고 하여 배척하거나 무시한 잘못이 있다면 참회합니다”는 구절이 있다. 그 안에는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종교계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만해대상 포교상 수상

▲ 혜자 스님은 ‘108산사 순례기도회로’ 작년 8월 卍海大賞 布敎賞을 수상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혜자 스님은 지난해 8월에는 卍海大賞(만해대상) 布敎賞(포교대상)을, 올 1월13일에는 2009 대한민국 지속창조경영대상 사회봉사봉사부문 공로상을 수상했다.

만해대상은 만해 韓龍雲(한용운?1879~1944) 선생의 큰뜻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으로 평화?문학?학술?포교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혜자 스님은 수상소감에서 “이 상은 佛(불)보살님들과 은사이신 靑潭(청담) 종사님, 그리고 저를 믿고 따라준 108산사 순례 기도회원들을 대신해 제가 받은 것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상은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 기분 좋은 것이잖아요. 만해대상을 받은 후에 저희 기도회에서는 孝行賞(효행상)을 만들었어요. 저희가 순례를 가는 지역 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사찰 주지스님 이름으로 매달 세 사람에게 상패와 함께 수십만원의 상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혜자 스님은 현재 도선사 주지와 불교신문사 사장을 겸하고 있어 무척 바쁘다. 하지만 그는 순례 전에는 항상 시간을 쪼개 事前(사전)답사를 떠난다. 사흘 간 진행되는 기도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니 한 달에 네 번 산사를 방문하는 셈이다.

“저의 은사스님인 청담 스님께서는 생존해 계실 때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미래의 불교는 산중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한국에서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요. 저는 지금 그 말씀을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도회를 통해 역사가 담긴 천년 고찰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108번뇌를 소멸하고, 신심을 돈독하게 하고, 선행을 하면서 공덕을 쌓고, 마침내 108기운을 받아 돌아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장터를 열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주니 농민들도 돕고, 불교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기도회를 통해 얻는 게 참 많습니다.”

“한국 불교의 역사를 새로 쓴다”

한 달에 한 번씩 108산사를 모두 돌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9년. 단단한 의지와 지구력이 필요한 大長征(대장정)이라 회원들은 ‘信行結社(신행결사)’라고도 부른다.

“지금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에 포함되지 않은 사찰들의 ‘항의’가 많았어요. 기도회 때마다 이 책을 들고 가 기도가 끝나면 다함께 읽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기도회에서 發願(발원)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적으라고 합니다. 이 지역 특산품에 대한 얘기도 쓰라고 하지요. 그렇게 한 권을 모두 채우면 108가지 소망을 담은 한 개인의 역사책이자, 신행일기가 되는 것이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도 21세기 한국불교 신행 역사를 새로 쓴다는 자부심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딜 작정입니다.”⊙

/ 기사제공 =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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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처사 2009-03-15 21:19:59
스님이 108순례하늠 모습 참 좋았는데 불교신문 사장으로 있는데 거기에서 성희롱 사건이 터졌고 그런데 사장스님 이 가해자와 피해자 불러놓고 조사를 했다고 하니 그 기사가 사실이라면 많이 실망할것 갔아요.

재가불자 2009-03-10 10:18:19
이렇게 열심히 포교하시는데 불교신문 건은 많이 아쉽네요. 스님의 명성에 누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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