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와 개운사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김성우 연세대 교수, 박경자 한양대 교수,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의 자문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재 영향 검토를 실시했다.
성북구청은 이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14일 문화재 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조사 하룻만에 영향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심의위원들은 일주일 후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2006년 성북구청이 고려대 기숙사 공사를 인허가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개운사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개운사 남원근 종무실장은 "1999년 유사한 문제로 보타사와 개운사 간에 건축분쟁조정회의까지 거쳤고 2003년에는 보타사 마애불에 대한 정밀구조진단을 했던 전례를 봤을 때 성북구청이 문화재 영향검토를 제외한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이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 요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불자모임인 연등회 회장 최문순 의원(前 MBC 사장)이 14일 오후 5시 개운사를 방문해 개운사 주지 범해스님으로부터 고려대 기숙사 공사 현황과 개운사 보타사의 대응에 대해 설명을 듣고 기숙사 공사 현장에서 농성 중인 보타사 주지 초우스님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범해스님은 지난 13일 보타사에서 이뤄진 문화재 영향검토에서 자문위원 3인이 “석조문화재 전문가의 검토 및 중립적인 전문기관의 정밀한 진동계측을 통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여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음을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이처럼 영향평가 검토가 필요한데도 이런 과정을 생략한 인허가과정 자체가 그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보타사 마애불에 영향을 주는 이면도로에 대해서도 영향평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명과정에서는 고층 기숙사 건축에 따른 개운사 보타사의 사찰 수행환경 훼손 등의 문제들도 논의했다.
범해스님의 안내로 석조마애불 등 보타사 경내와 공사현장을 방문한 최문순 의원은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며 “성북구청의 허가 과정 및 석조마애불 문화재 보호 등에 관하여 철저히 조사해 연등회 의원들과 상의하여 반드시 대책을 마련하겠다. 관련 법규를 면밀하게 검토해 불교 문화재와 사찰 수행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