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무’라는 이름의 불사
[기고] ‘종무’라는 이름의 불사
  • 법응 스님
  • 승인 2024.03.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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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과 포교원 해체는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불사(佛事)의 일반적 의미는 사찰에서 도량(성보)을 신축하고 관리하는 일로 여기나 수행과 교육, 포교야말로 최고의 불사다. 일반적으로 행정은 입법과 사법을 제외한 통치행위를 의미하는데 조계종단에서는 총무원장의 통리 행위가 종무행정이다. 이 종무행정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중심적 불사라고 나는 감히 말하겠다.  

종무행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불교발전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사회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된다. 이것은 한국불교의 대표 종교집단이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완전히 방기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조계종 총무원은 한국불교와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바, 총무원장을 위시한 높은 직책의 스님들은 한국불교를 책임진 큰 불사의 역군이라는 긍지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근래 종단은 30년간 운영해온 교육원과 포교원을 없앤다고 한다. 이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교육원과 포교원을 없애려면 먼저 그간의 성과 및 총무원과의 업무 중복 등 노정된 문제점과 향후 총무원이 두 원의 역할과 기능을 흡수할 경우 교육과 포교에 대한 종무행정을 더 효율적이고 발전적으로 펼쳐갈 것인지에 대해 연구보고서를 우선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총무원이라는 일원체제 하에서 교육과 포교 관련 업무의 전문성과 창의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구체적인 계획과 설명이 있어야 한다. 

사안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했다면 두 기구의 폐기에 대한 외부 용역보고서나 공청회 정도는 개최했어야 한다고 본다. 총무원에 교육부나 포교부를 신설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조직구성과 그 운영의 밑그림부터 제시한 후 이를 바탕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종헌 종법에 있는 총무원과 교육원 명칭부터 일소하고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내부 저항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 총무원이 기구와 종무 전반을 혁신하려면 총무원, 중앙종회 등 모든 종헌기구에 대한 진단부터 해야 한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혁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안을 마련해야 미래를 위한 발전적 개편안으로서 명분이 선다. 

현대는 고도로 전문화하고 분업화된 구조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위해 협업을 해 나가는 체계다. 그동안 교육원이나 포교원이 제 역할을 못했다면 이는 두 기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장을 역임한 각 원장들 능력의 한계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종단이 진정 미래지향적인 운영체계를 확립하려면 또 다시 오래 반복돼온 당연한 이야기들을 꺼낼 수밖에 없다. 사찰재정의 투명성 방안,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혁, 각종 인사제도의 정비, 그리고 이러한 과제들을 현실화 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제공할 규모급 연구소의 설치다. 그 외 중요 소임자의 업무중복 방지도 필요하다. 예로 총무원의 부실장이나 큰 사찰의 주지는 본연의 소임 외 별도의 직책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소임을 중첩할 경우 주지직과 종단 직책 모두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와 의식이 동시에 혁신이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도로(徒勞)아미타불’이 된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에서 점안을 하는 경건함과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이 ‘종무’라는 행정 불사를 통해서도 드러나야 한다. 출재가자들이 종단으로부터 존중받고 있음을 느낄 때 신뢰와 애종심이 고양되는 법이고 세간으로부터도 진심에서 우러나는 예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내부가 다져져야 그 힘으로 외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그러한 영향력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법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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