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택 스님 "불교-유교처럼 '대화'하면 다종교 갈등 해소, 평화"
"부처님은 '대화'를 통해 진리의 문을 열었다. (일상생활만큼이나) 종교와 수행에서도 '대화'가 중요하다."
백련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6일 전법회관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출판기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요즘은 대화가 실종된 사회이다. 말이 오가나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 종교의 역할은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대중의 마음을 편안케 하고 세상을 어우러지게 하는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열한 갈등과 대립했던 유교와 불교는 인간의 본모습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대립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격의'와 '융합'을 화두로 깊이 있던 '대화'가 오갔던 유교와 불교는 오늘날 대립과 갈등, 분열을 해결하는 지혜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불교는 한무제(기원전 141~87) 때 중국에 스며든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불교는 유교보다 도가사상을 차용한 '격의' 방식을 통해 수용됐다. 격의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사상, 종교가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유교는 불교가 중국 전통사회 윤리인 '효'와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불교는 '효'를 지엽적인 것으로 보고 불교의 궁긍적 가치는 지엽적인 것과 충돌하더라도 추구해야 한다고 맞섰다.
불교의 '불성'은 유교의 '인심' '인성'과 맞물려 인도불교에는 없던 새로운 개념[불성론]을 만들어 냈다.
유교사상연구소는 "<육조단경>의 불성론은 유학의 마음이론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불성 개념을 매개로 한 유교와 불교의 교류가 단순한 격의를 넘어 융합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 융합은 두 사상 간의 깊은 상호작용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확장을 나타낸다"고 했다. <유교와 불교의 대화> 가운데
앞선 2021년 11월 백련문화재단 산하 성철사상연구원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는 관련 세미나를 통해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의 소통과 조화를 조명했다.
두 기관은 당시 발표자 각각의 개별적 시각을 투영한 논문들을 거시적 관점에서 보완코자 총론 등을 더했다. 책에는 우리시대 불교학과 유교학자 10명의 연구성과가 담겨 있다.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유용빈 박사는 "이 책은 대화와 소통의 관점에서 불교와 유교의 관계를 바라보는 연구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했다.
또 "대화와 소통의 관점에서 (각각 다른 종교의) 학술기관이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여러 학자들이 동일 주제로 연구성과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같은 연구소 김도일 소장은 "책을 통해 (종교간) 대화의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타자와의 '대화'는 ①듣고 ②해석하고 ③이해하고 ⓸융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불교와 유교의 대화'도 이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남과의) 일상 대화나 종교간 대화나 과정은 같다.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격의'가 필요하다. '격의'를 거쳐야만 '융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수천년 전) 중국 유학자와 불자간 대화에서 보여준 '멜팅팟'이 오늘날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멜팅팟'은 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이나 장소를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 기독교도 불교화 유교화된 면이 있다. 이미 '격의'를 거쳐 '융합'이 이뤄져 있다고 본다. 서로 오해를 줄이는 '대화'를 통해 유교와 불교 못지않은 종교간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성철사상연구원 서재영 박사는 "종단과 동국대가 나서야 할 일을 백련암 지원을 받아 하고 있다. 불교계 관심 속에 지평이 좀 더 넓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번 책은 '불교와 유교의 대화시리즈 1'이다. 두 기관은 국학진흥원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두 사상간 대화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다.
유교와 불교의 대화┃김도일 유용빈 엮음┃도서출판 장경각┃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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