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사찰문화재 버젓이 미술관 전시
도난 사찰문화재 버젓이 미술관 전시
  • 구호명
  • 승인 2006.06.27 16: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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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적인 법 적용 문제...성보문화재 제도적장치 마련 시급

사찰에서 도난당한 불교 미술품이 일정기간 경과했다고 해서 과연 개인이나 미술관의 소유가 되는 것이 타당한가.

백양사박물관은 27일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난당한 '영산회상도'는 전남 장성 백양사 극락보전에 걸려있던 18세기 중반의 탱화로 지선스님이 지난 4월 10일 우연히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을 관람하던 중 전시실에서 전시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난 10여 년이 흐른후에야 종로구 원서동 개인 박물관에서 발견된 것이다.

백양사측은 "박물관측에 도난 문화재라는 자료를 제시하고  반환을  요구했으나 박물관측에서는 '선의취득'을 내세우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며 "법적 소송과 서명운동을 전개해서라도 반드시 되찾겠다"고 말했다.


백양사 극락보전 아미타회상도 조성시기:1775년(영조51) 크기:365*254cm 소장처:전남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 도난일시:1994년 9월 29일 새벽 신고처:장성경찰서,문화재청,총무원

이에 대해 박물관측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시 중인 영산회상도는 95년 인사동에서 정식으로 구입한 것으로 문화재청에 도난문화재 여부까지 확인해 가며 구입한 것"이라며 설령  백양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도난품이라 해도 '선의취득'에 해당하므로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양사 '영산회상도'만의 문제 아니다

이처럼 도난당한 뒤 일정기간이 흘러 개인이나 미술관 등에서 구입해 버젓이 전시하고 있는 경우가 백양사만의 사안이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한국불교미술박물관에는 해남 대흥사 사천왕도(1775년), 창녕 관룡사 영산회상도(1741년)로 추정되는 불화, 백양사 말사인 나주 불회사 동종(1768년) 등이 보관돼있다. 모두 1990년대 초반에 도난당한 성보들이다. 3건 모두 도난신고가 돼 있고 성보를 잃어버리기전에 조사했던 자료까지 명백히 남아있다.


대흥사 사천왕도 조성시기:1775년(영조51) 크기:98*163cm 소장처:전남 해남 대흥사 도난일시:1978년 신고처:강서경찰서

이처럼 불교 성보문화재임을 뻔히 알면서도 되찾아오지 못하는 데는 현형 문화재보호법과 민법등의 상충하는 맹점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제자리에 보존하고, 그 가치를 후손에게 전해주고자 마련한 법이다. 그런데 이는 민법 249조에서 정한 '공소시효' '선의취득' 그리고 문화재 보호법 81조의 '문화재은닉 및 손상죄'라는 이율배반적인 요소가 충돌하고 있다.

민법이 정한‘공소시효’와 ‘선의취득’조항에 따르면 '구입한 시점으로부터 7년이 지나면 도난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 장물인지 모르고 산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즉 훔친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7년만 보유하고 있으면 보유자의 소유로 귀속되는 것이다.

반대로, 문화재보호법 제81조 2항은 문화재은닉 및 손상죄를 적시하고 있다. 1994년 9월 29일 새벽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이 백양사 극락보전에 침입해 불화를 절취해갔다는 점은 엄연히 문화재 손상죄에 해당한다. 도난 문화재임을 알고도 구입해 수장고에 감춰뒀다 공교롭게도 공소시효인 7년이 지난 2003년 후반기부터 전시하기 시작한것은 은닉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불회사 동종
조성시기:1768년(영조44) 소장처:전남 나주 불회사 도난일시: 1992년 1월 9일 신고처: 나주경찰서

백양사 관계자는 "문화재를 제자리로 되찾아오는 문제에 있어서 어찌 공고시효라는 법적 기준만을 가지고 평가해야하는지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라면서 "진정 공소시효라는 잣대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코자 한다면 수장고에 감추어져 있던 시기, 즉 한국불교미술박물관에서 본 불화를 구입한 1995년 3월부터 전시 공개하기 시작한 시점인 2003년 후반기까지의 8년의 기간을 정지된 시간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장고에 있었기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박물관에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던 그 시간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사찰 소유라는 자료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증거불충분이나 선의취득 또는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환수받지 못한다면 산재해있는 수많은 도난문화재들은 결코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할 것이다. 백양사는 총무원은 물론 대흥사 불회사 통도사 등과 공동대응을 통해 한국불교미술관에 있는 성보를 찾기위해 주력키로 했다.

매장문화재와 지상문화재의 이율적 법적용

불교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잘못된 문화재관련법의 수정 및 대체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매장문화재의 소유권 귀속과 관련하여 불교계 특히 사찰과 국가의 대립되는 시각이 존재한다. 김형남 조계종 고문변호사는 성보 7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전통사찰의 경내지에서 매장문화재가 발견되거나 전통사찰과 인접한 옛 가람터에서 매장문화재가 발견된 경우에, 경찰서장의 30일간 소유자 신고를 위한 공고와 거치 절차를 거쳐 국가에 매장문화재의 소유권이 귀속되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 매장문화재의 발견 사실이 사찰에 통지되는 것이 아니므로 사찰은 30일간의 짧은 거치시간에 공고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지나치게 된다. 설사 그 기간내에 공고를 인지해 소유권을 주장한다하더라 실무자가 소유권의 입증책임을 그 주장자(사찰)에게 넘기고 있기 때문에 사찰이 매장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기가 힘든 실정이다. 매장문화재에 해당 사찰을 표기하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 경우에도 이를 소유자가 판정하지 않을 경우로 보아 경찰서장의 공고 절차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관룡사 영산회상도 조성시기:1741년(영조17) 크기:305*372cm 소장처:경남 창녕 관룡사 도난일시:1992년 1월 16일 신고처:문화재청, 총무원

두 번째로는 사찰이 소유하는 있는 사리탑 등의 신앙대상으로서의 공예물의 내부에서 그 공계물과 신앙적으로나 공예 창작의 목적으로나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사리구 등이 발견된 경우 이를 소유자가 판정되지 않은 매장문화재로 보아 첫 번째 사례와 같이 국고로 귀속하는 경우이다. 즉 탑 등 지상물은 불교 또는 사찰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탑 내부에서 발견되거나 사찰부지에서 파낸 문화재는 사찰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질적인 조항들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63회에 걸친 36곳의 현존사찰 발굴 중 출토문화재가 되돌려 진 사례는 도갑사, 나주 운흥사, 실상사, 축서사 등 4곳 뿐이다. 전체 3,773점의 유물 중 213점만 반환된 것이다. 이러다보니 삼성문화재단이라는 거대 기업들도 불교성보인 사리구를 소유하고 있으나 돌려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사찰은 발굴지와 출토된 문화재에 대한 중요도를 인식하고,사찰유물에 대한 적극적인 보존과 활용책 마련, 사찰박물관 역할증대 등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종단은 무분별한 부사 지양을 위한 행정제도를 마련하고, 사리구와 상량문 및 복장유물 관리지침 마련, 폐사지 보존과 관리방안 마련 등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출토지 보존 원칙을 재정립하고, 사찰출토문화재의 귀속권에 대한 제도 개선, 사찰박물관의 활용과 지원 등의 대책을 심도있게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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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 2006-06-30 06:41:20
사찰에서 도난 당한 사실이 명백한데 어떻게 개인이...소장할 수가!!
반드시 꼭...백양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분문하고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뿐만아니라. 불자들의 신앙의 상징인 탱화인데...아무쪼록 빠른 시일내로...돌아가길...부처님 전에 발원 드립니다.^-^*

온누리 2006-06-27 21:57:30
사들인 사람 또는 단체나 잃어버린 사람,또는 단체가 모두 불교여서 우선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서로가 좋을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 이탈리아 문화재와 프랑스의 경우가 해법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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