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는 지족(知足)의 법”
“환희는 지족(知足)의 법”
  • 법진 스님
  • 승인 2023.12.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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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대전’ 초판본. 불교저널 자료사진.
‘불교대전’ 초판본. 불교저널 자료사진.

832. 옛날에 국왕이 나라를 버리고 사문(沙門)1)이 되어 산속 정사(精舍)2)에 띠집을 만들고 쑥으로 앉을 자리를 만들어 스스로 일컬어 “뜻한 대로 되었다〔得志〕” 하고 크게 웃으며 “즐겁다〔快〕”라고 말하였다. 이웃 사람이 물었다. “그대가 즐겁다〔快樂〕고 하는데 지금 산중에 혼자 앉아 도를 배우고 있거늘 무슨 즐거움〔快樂〕이 있다는 것인가?” 사문이 말하였다. “내가 왕을 할 적에는 근심이 많아 혹시 이웃 왕이 내 나라를 뺏을까 두려워하였고 남이 나의 재물을 뺏을까 두려워하였으며 혹시 내가 다른 사람의 탐욕과 이익의 제물이 될까 두려워하였으며 혹시 신하가 나의 재산〔財寶〕을 탐하여 반역할까 두려워하였는데 이제 사문이 되었으니 다른 사람이 나를 탐욕과 이익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없을 테니 그 즐거움〔快樂〕이 이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즐거움〔快樂〕을 말하노라.” -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

833. 내가 모든 유정(有情)을 관찰하니 탐욕에 오염된 까닭에 악취에 다시 떨어져 생사윤회를 받고 있으니 만약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이 탐욕을 끊은 이는 불환과(不還果)3)를 반드시 얻어 이곳에 내생치 아니하리라. - 《본사경(本事經)》

834. 만약 해탈을 구하고자 하면 마땅히 지족(知足)을 익혀야 한다. 지족하면 항상 환희하기 때문에 환희는 곧 이 (지족의)법이다. 살림살이〔資生具〕가 비록 누추하여도 지족하면 늘 편안하고 만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하늘에 태어나는 즐거움을 얻을지라도 괴로움의 불길이 늘 타오르며, 부유하여도 지족하지 않으면 이 또한 가난의 괴로움〔貧苦〕이니라. - 《불본행경(佛本行經)》4)

835. 한 도인(道人)이 강가의 나무 아래에서 12년 동안 도를 배웠으나〔學道〕 탐하는 생각을 제거하지 못하고 마음은 치닫고 생각〔意〕은 흩어져 다만 6욕(六欲)5)만 염두에 두어 눈에는 색, 귀에는 소리, 코에는 향, 입에는 맛, 몸에는 촉각, 생각〔意〕6)에는 법을 사념(思念)하여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으나 마음은 분주하여 일찍이 쉼이 없었다. 그 때에 부처님이 저 도인을 제도(濟度)하고자 하여 그곳에 이르러 나무 밑에 함께 묵었을 때 갑자기 거북이가 강 속에서 나와 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렀고 또 한 마리 수달(水獺)7)이 굶주림에 먹을 것을 구하다가 거북이와 상봉하여 거북이를 먹고자 하였으나 거북이가 그 머리와 꼬리와 네 다리를 움츠려 등껍질 안으로 숨기니 먹을 수가 없었다. 수달이 조금 멀어지면 머리와 발을 다시 밖으로 내어 이전처럼 걸어가니 수달이 어찌할 수가 없어 거북이가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다. 도인이 부처님에게 물었다. “이 거북이는 목숨을 지키는 갑옷이 있어 수달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8) 부처님이 대답하시었다. “내가 생각해 보니 세상 사람은 이 거북이보다도 못하여 무상(無常)을 알지 못하고 6정9)을 멋대로 풀어놓아 바깥의 마라〔外魔〕10)가 활개를 펴고〔外魔得便〕 신체가 무너지고 정신이 떠나서는〔形壞神去〕 생사가 가없어서〔生死無端〕 오도(五道) 윤회를 전전하니〔輪轉五道〕 고뇌가 백천 가지이다. 이는 모두 마음의 소산이니 마땅히 스스로 힘써 멸도(滅度)11)의 안락함을 구해야 한다. 6욕을 감추기를 거북이와 같이 하고 생각〔意〕을 방어하길 성(城)과 같이 하여야 하니 지혜를 가지고 마라와 전투하여 승리하면 우환이 없으리라.” - 《법구경(法句經)》

836.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많은 욕심은 괴로움이다. 생사윤회의 고단함은 탐욕에서 비롯되니 소욕무위(少欲無爲)12)하면 몸과 마음이 자유〔自在〕로워지리라.” - 《팔대인각경(八大人覺經)》

〔주〕 -----

1) 사문(沙門): 산스크리트어 śramaṇa 팔리어 samaṇa의 음사. 室羅末拏·舍囉摩拏·沙迦懣囊 등으로 음역되기도 하고 沙門那·沙聞那·娑門·桑門·喪門 등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서역방언(西域方言: 龜茲語 samāne, 于闐語 samanā)의 전음(轉音). 의역(意譯)으로는 勤勞·功勞·劬勞·勤懇·靜志·淨志·息止·息心·息惡·勤息·修道·貧道·乏道 등이 있으면 출가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2) 이원섭 역주(478, 281쪽)에는 “수행에 정진하는 사람이 있는 집. 절. 사원. vihāra.”라고 설명하고 있다.

3) śrota-āpanna〔須陀洹〕 ; sakṛd-āgāmin〔斯陀含〕 ; anāgāmin〔阿那含〕 ; arhat〔阿羅漢〕으로 이어지는 초기불교 수행단계 중 세 번째 아나함(阿那含, anāgāmin)에 해당한다. 불래(不來) 또는 불환(不還)이라 번역하기도 한다.

4) 보운(寶雲) 한역의 《불본행경(佛本行經)》이 아닌 馬鳴菩薩 造 北涼 담무참 한역(曇無讖 譯)의 《불소행찬(佛所行讚)》이 출전이다.

5) 육욕(六欲): 1. 색욕(色欲) 2. 형모욕(形貌欲) 3. 위의자태욕(威儀姿態欲) 4. 언어음성욕(言語音聲欲) 5. 세활욕(細滑欲) 6. 인상욕(人想欲). 이 여섯 가지 법은 사람의 탐욕심을 일으키므로 ‘욕(欲)’이라고 부른다.(《智度論》 二十一 참조). 이원섭 역주(480, 477쪽)에서는 6욕을 6근 또는 6정과 동의어로 보고 있다.

6) 6근의 意(manas)를 ‘마음’(이원섭 역주)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7) 수구(水狗)라고 나오니 직역하면 ‘물개’에 해당하나 강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수달(水獺)이라고 번역하였다.

8) ‘便’에 대한 해석을 한글대장경에서는 “물개도 그 틈을 노리지 못하는 것〔水狗不能得其便〕”, “바깥 악마가 그 틈을 얻어〔外魔得便〕”라고 번역하여 “틈을 노리는” 것으로 의역하였다. 여기서는 “편한 대로”, “마음대로”, “편의를 얻어서”, “제 편을 얻은 듯”이라는 뜻으로 보고 번역하였다. 이원섭(480쪽) 역주에서는 “물개로서는 뜻대로 할 수 없어〔水狗不能得其便〕”, “외마가 침범해 들어올 기회를 얻는 것〔外魔得便〕”이라 번역하였다.

9) 구역경론(舊譯經論)에서는 자주 6근(六根)을 6정(六情)으로 한역하고 있다.

10) 마(魔): 산스크리트어 māra의 음사인 마라(魔羅)의 준말. 살자(殺者)·탈명(奪命)·장애(障礙)라고 번역. 악귀신(惡鬼神)의 총칭(總稱)으로 사법악마(邪法惡魔) 또는 사마(邪魔)라고도 한다.

11) 멸도(滅度)에는 유여(有餘)·무여(無餘)의 두 가지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일반적인 열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2) 여기서의 무위(無爲)는 유위(有爲)에 반대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단순히 욕망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소욕(少欲)을 중복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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