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가장 큰 특징이 도시문화이다. 도시는 자연의 변덕과 위험에서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대규모 공간이다. 그렇다고 자연재해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풍수는 전통적으로 불안심리를 없애주는 지리적 기술이었다. 인간의 가장 큰 불안심리는 천재지변으로 목숨을 잃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은 하나뿐이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천재지변을 피할 수 있는 자리에 살기를 원했다. 땅에는 그런 자리가 있다. 500년 수령의 노거수가 있다면 그곳에는 500년동안 태풍과 벼락, 홍수와 가뭄도 피했던 장소라는 증거이다. 역사가 오랜 마을에는 노거수가 있기 마련이다.
대도시는 한 가족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수백만명을 위한 공간이다. 따라서 대도시는 거대하고도 정밀하게 토목기술과 과학기술을 접목하여 천재지변을 견디는 공간으로 건설한 것이다. 따라서 과거나 시골에 비해, 불안심리는 축소되었거나 감추어진 상태이다. 토목기술과 건축기술의 발달과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대도시는 홍수나 가뭄, 태풍이나 벼락, 추위로 죽는 사람이 극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도시공간은 일상생활의 편리함과 자연재해에서 상대적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정신적, 영성적 경지를 높여주지는 못한다. 소시민의 만족은 정신적인 것보다는 물질적인 충족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대도시는 자급자족의 공간이 되지 못한다. 시민들의 의식주 해결을 위해 외부에서 먹거리와 공산품 그리고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공급해야 한다. 도시의 문제가 나라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더불어 명당이 아니라 이기적 명당이기 때문이다. 천지간을 소통하지 못하는 명당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늘만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땅만 따로 떼어낼 수 없으며, 사람이 하늘과 땅이 없이 존재할 수없다. 천지인은 연결되어 있고 끊임없이 기운을 주고받는 존재이다. 대도시의 공간이 물질적인 불안심리는 해결할 수 있어도 근원적인 불안심리는 없앨 수 없다. 근원적인 문제는 자연과의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기 대문이다.
기운도 가만히 있지 않고 천지간을 운행한다. 지기는 땅속을 흐르면서 오행으로 작용하고, 지표면으로 나가 바람으로 변하고,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으로 변하며 비가 되어 땅으로 순환한다. 기의 순환시스템은 만물의 생장사멸의 작용에 관여하고 있다. 기의 순환시스템은 기후의 순환시스템과도 비슷하며, 생명 순환시스템과도 거의 동일하다. 대도시가 지속적으로 지기를 공급받으려면 주변지역도 건강해야 한다.
이를 일찌기 알려준 선지식인이 도선국사이다. 전국토는 사람의 몸과 같다. 병든 신체부분은 치료를 해주고 기운이 떨어진 곳은 기운을 올려주어야 하듯이 국토도 그렇게 적용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