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최고위급 스님들이 삼성 특검의 진행상황을 우려하며 조속히 매듭짓기를 바라는 청원서를 제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원서 연명부에 서명한 스님은 총무원장 지관 스님, 교육원장 청화 스님, 포교원장 혜총 스님 등 3원장과 중앙종회 의장 자승 스님 뿐 아니라 원로회의 의원들도 당상수 포함돼 있다. <불교닷컴>이 확보한 연명서에는 21명이 서명했다.
사회악을 막아야할 불교 조계종이 악을 조장하고 삼성의 위세를 두려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로의원 밀운 스님 등은 24일 오전11시30분 조준웅 삼성비자금의혹사건특별검사 사무실을 방문, 청원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일간지 기자들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들은 청원서를 통해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집착과 허물을 벗어 던지는 '포용과 화해'의 사회적 기풍이 절실하다"며 "특검의 진행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스님들은 "특검은 국민과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특검은 사회적 동료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조속히 종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들은 청원서를 통해 "불교계는 과거에 대한 포용과 화해, 미래를 위한 결속과 준비를 위해 모든 불자가 참여하는 '포살법회'를 시작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러한 '포용과 화해의 대례'에 동참하셔서 부디 범 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켜 주시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끝맺었다.
15명의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이 서명해 실질적으로 원로회의의 공식입장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사무처장 덕문 스님은 "일부 원로의원 스님들이 서명한 동참한 것은 맞지만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단지 일부 스님이 개인적인 인연에 의해 시작한 것이며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그룹의 각종 비리의혹은 지난해 국회를 거치면서 특검이 발효됐다. 삼성 특검은 24일 현재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보유하고 잇는 삼성생명 지분 16.2%가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등 삼성비자금 의혹 등을 강도높게 수사중이다.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원로의원 스님들이 특검 문제에 대해 사회일반의 시각에서 문제점이 없다고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면서도 "대 사회적인 접촉을 하고 있는 총무원장 스님등이 연명부에 서명한 것은 참으로 신중하지 못한 태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스님은 "천주교와 불교는 같은 종교의 범주에 들면서 어쩌면 이렇게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며 "비약 같지만 전두환을 백담사로 받아들인 것과 지금의 청원서가 뭐가 다른지 곱씹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총무원장과 원로의원 스님들이 대거 연명한 청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두고 사태 파악과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