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중앙종회에 출석, 의원들에게 '포살결계법'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2008 불교닷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중앙종회 초선의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돈봉투를 돌리며 '포살및결계에관한법' 제정안 통과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행정부의 수반이 대의입법기구인 의회에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며 로비를 벌인 것이다.
가뜩이나 대중공의를 모으지 않은 상태에서 총무원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시피 진행하는 이 법은 금품살포설이 나돌면서 종회 통과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중앙종회 관계자는 "총무원장 스님이 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식당에서 초선의원 20여명을 불러 아침공양을 함께했다"며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은 포살및결계에관한법이 중앙종회에서 통과하도록 독려했다"고 밝혔다.
이 스님은 "초선의원 한 명당 50만원씩이 든 봉투를 돌렸다"며 "총무원장은 뇌물이 아니다"라는 농담까지 건넸다고 주장했다. 20여명에게 50만원식을 돌렸다면 1,000만원이다.
▲ 가산불교문화연구원에서 작성한 <종단대계를 위한 대중회의 설치 시안>의 일부. 포살과 자자를 상시화해 준안거이력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2008 불교닷컴.
이른바 '포살결계법'은 가산불교문화연구원에서 2006년 4월 초안을 만든 <종단대계를 위한 '대중회의' 설치 시안>이 시초다. 그해 8월 총무원 기획실장 동선 스님과 사회부장 지원 스님이 가산연구원을 방문, 가산의 기획실장 현원 스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후 총무원장은 신년기지회견과 취임기자회견 등을 통해 동일한 사안을 계속 되풀이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제회의장에서 직접 강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총무부장 원학 스님이 기자간담회를 자청, 조계사 근처 음식점에서 종단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포살결계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중앙종회에서 통과되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대중공의를 모으는 작업은 등한시했다. 공청회 등 공론을 결집하는 행동은 단 한번도 취하지 않았다.
급기야 총무원장 스님이 나서서 초선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리면서까지 법안 통과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총무원장은 종회개회식에 참석 "결계 및 포살법을 제청하였으니 세심한 판단과 논의를 통해 심의 통과시켜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며 "내일 결산 검사 이후 진행될 종법 제개정 논의 때도 출석해 법안 통과를 당부 드리겠다"고 말하는 등 원장 인사말의 2/3을 '포살결계법' 통과를 당부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또 다른 중앙종회 의원은 "<종단대계를 위한 대중회의 설치 시안>을 보면 포살과 자자를 상시화해 본사단위 준안거이력을 전환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혹시 이것 때문에 원장 스님이 그토록 강력하게 이 법의 입법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여론수렴과정보다 돈봉투를 돌리는 등의 본말이 전도된 방식은 '현전승가'의 일원으로서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돈을 주는 원장도 문제지만 가만히 봉투를 받아드는 종회의원들의 인식수준은 더욱 심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원장 스님과 종회의원 스님들이 구내식당서 조찬공양을 한 것을 향응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하고 "교구본사주지회의와 율원장 회의 등을 통해 포살결계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공감대도 형성한만큼 여론 수렴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