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의 고독 속에 피어난 졸부들의 종단
700년의 고독 속에 피어난 졸부들의 종단
  • 우희종 교수(서울대)
  • 승인 2015.11.24 16:21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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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무리지어 찾아다니며 항의에 고성까지…바람직한가
조계종단의 안하무인 행동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최근 들어 종단 총무원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신도와 사회를 생각하고 있는 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종단 내 고위 승려들의 범계 및 파계 의혹을 제기하고 빠른 진상 규명을 통해 청정 종단이 되기를 요청한 신도회나 재가단체 대표들을 형사 고소하고도 모자라 그들의 직장까지 무리지어 찾아가 항의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하여 종단 차원에서 사과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무리지어 다시 국회를 방문해 항의하고 고성까지 내는 상황이 보도되었다.

조계사에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두 국회의원 발언은 부적절했고 이에 대한 종단의 사과 요청은 타당하다. 그러나 종단이 입장을 밝혀 사과를 요구한 후에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국회를 방문해서 항의하는 승려의 모습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잘못된 지적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고 바로 잡는 것은 중요하고 또 그에 상응한 행동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행동이 적절한 것은 아니다,

성찰과 수행이 강조되는 종교집단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거나 형사 고소 등을 했다면 그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고, 필요하면 수행집단에 적절한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 된다. 우선 들이닥쳐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이런 집단행동은 결코 수행자들의 모습은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단지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으면 무조건 무리지어 힘을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국회나 국립대학은 물론 대한 변호사협회 등 국가기관과 단체 등을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인 절차도 무시한 채 떼 지어 찾아가 항의 시위를 하는 것은 조폭들이나 하는 행태다. 아니 그들도 가릴 것은 가리면서 돌아다닌다.

총무원 승려들은 성급하게 무리지어 사회를 휘젓고 다니는 자신들이 행동이 종단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착각할지는 모르나 일반사회의 눈길은 매우 차갑다. 오히려 출가자들의 그런 과도한 행동이 교계에 폭력적 발언을 한 정치인들의 잘못을 가려주는 결과마저 초래한다.

한편,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10.27 법난이 아직도 귀에 익숙한데 한국불교를 대표한다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사회에서 안하무인의 집단으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이들에게 그럴 자격이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부패와 비리로 타락했던 고려 말의 한국불교는 그 인과로 인해 조선시대 들어와 철저히 탄압받게 된다. 1392년경의 조선 개국 이래 유학계층에 눌려 8대 천민 중의 하나로 있던 승려들은 한양 사대문 안에 출입마저 금지되었고, 이것마저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일본 강점 직전에 일본 승려가 건의해 해제되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친일행위를 하던 한국불교의 주류는 해방 이후 기독교 세력에 눌려 여전히 변방 집단이었음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50년대와 60년대에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통한 폭력적 불교정화의 역사 또한 잘 알려져 있다. 결국 1980년 군부와 일부 불교 승려와의 유착 속에서 10·27 법난마저 겪으며 온 한국불교는 고난과 고통의 전형적 집단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요즘의 조계종단의 풍요로움과 사회적 지위는 주로 1990년대 이후, 사람들이 경제가 나아지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형성된, 지극히 짧은 20~30년 사이의 상황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조선 건국 이래 700여년동안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도 하지 못하던 집단이 민주화 사회에서의 국가지원과 신도들의 보시를 통해 급속히 사회적 위치와 권력을 획득했을 뿐이다.

이런 역사의 흐름을 무시하고 당장 종단에 돈과 권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일반사회에서마저 안하무인의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자신들이 대단하다는 수행자들의 착각 속에는 호기를 어쩔 줄 모르는 일종의 졸부 근성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출가수행자의 자세와 거리가 먼 것임은 분명하다.

700여년 동안의 초라한 모습으로부터 20~30년 만에 이룬 현재 모습이 대견할수록 겸손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자세를 취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식의 행동이 이어질 경우 언제라고 사회의 철퇴를 맞을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서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미 출가자의 숫자도 감소하고 있다. 700년의 고독이 지닌 무게를 스스로 책임지지 못할 때, 승려들이 탈종은 물론 신도들마저 그대들을 버릴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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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ggol 2015-12-03 21:19:22
저 아래 사부대중 ..무뇌구만
본질을 알고 씨부리야지 ..
ㅈ 도모르고 주둥이 까면 맞는다

건초 2015-11-30 20:15:05
님! 그들을 가르키려 들지말라. 그들은 진정한 출가자가 아닐것이다.
진정한 출가자는 사회를 향해 고개돌리지 않는다.그들은 고통의바다인 사회를떠나 붓다를 이루어서, 시주의 은혜를 갚으러 올 진정한 출가자는 아닐것이다.그들을,붓다가 보신다면, 정체를 알수없는 무뢰한들 일거라고 할 것이다.
출가자가 어찌 사회를 평정 허려드는가?1 출가자는 출가자의 갈길을 묵묵히 가는것이 진정한 줄가자 이리라.사회라는 집단은 절대 평정이 될수없다. 다만 국민들 스스로가 정한 법의굴레를 기준하여 평정을 찾아갈 뿐이리라. 조계종의 의뜸이신 종정도 가만히있는데. 님이 그들을 비판하려 하지말라. 그대가 불교수행자라면 그대 또한 그대의 수행길을 묵묵히가라.그대가 간섭할 대목이 아니다. 진정성없는 출가(?)집단에 그대가 무슨행세를 하려하시는가.그들은 그대의외침을 절대 외면할것이고... 시시비비를 논하는자는 정안을 충분히 갖추고 시비 하셔야 되지 않겠는가?!
님! 그들과 대응하는 시간에 그대가 진정한불교를 발굴하고, 불자들에게 전해줌이 우선이 아닐까?!..그때 비로소 그대가 꿈꾸는 진정한 승가가 시작 되지않을까?!..
진정한 불교가..
진정한 수행자가 ...

불자 2015-11-29 07:10:47
글 내용 구구 절절이 맞는 말이구만 틀린것 하나 없다.
목에 힘주고 고함치고 고압적인 모습 정말 볼썽 사나윘어요

무촌도사 2015-11-28 19:56:56
세금이 아깝다 가르치라는 학생은 안 가르치고 스님들을 가르치는 넘을 교수라고 임명한 국립대...아사리판이다

아래 2015-11-28 19:52:29
까라마이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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