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어려움에 처했거나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서둘러 평화의 ‘섬’을 찾으세요. 이 섬은 다름 아닌 우리의 ‘호흡’입니다.”
찬콩 스님은 틱낫한 스님과 사회 노동자 조직을 꾸리고, 1982년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에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를 세웠다. 스님은 최근 발간된 <노인예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1938년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인근 마을에서 태어난 스님은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을 돕는데 일생을 바쳤다.
불교에서 깨어 있는 사람은 삶 속에 있지만 마치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한다. 삶이라는 고단한 바다에서 거듭 이 ‘섬’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다.
스님은 “이 바다는 놀라운 일로 가득 차 있지만 때론 위험으로 들끓는다”며 “깨어 있는 사람은 키의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거친 파도와 폭풍을 피해 고요히 머무를 수 있는 섬을 찾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내면이 평화롭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충고한다면 도움보다는 나쁜 영향을 줄 위험이 크다”며 “참여 불교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비구니인 나는 어려움에 처할 때면 호흡으로 되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자신을 사로잡는 문제와 거리를 두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산책하면서 호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사로잡고 괴롭히는 분노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 온몸을 채우고 다시 빠져나가는 공기의 흐름에 주의를 집중하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자신이나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평안이 되돌아올 때까지 호흡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에 집중해서 숨을 쉬면 쉴수록 긴장을 떨쳐내고 도움을 구하는 사람을 더 잘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호흡에 집중하는 수행법은 나이에 구애 받지 않는다. 75세, 80세, 85세라도 상관없다는 것이 스님의 말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깨달음을 스님은 ‘비아(非我)’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비아를 실천하면 늙음도 두려움도 없다고 강조했다. 비아는 분리된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과거가 있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면 머리카락이나 눈동자 색깔 등은 마술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부모보다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증조모로부터 평화와 기쁨으로 빛나는 시선을 물려받았을 수도 있고, 수완은 좋지만 폭력적인 성품을 가진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수도 있다.
스님은 “비아를 실천한다는 것은 모든 사물에 제자리를 찾아준다는 뜻”이라며 “아버지가 물려주신 지능·기술에는 감사하되, 아버지가 당신에게 저지른 일과 폭력성은 멀찌감치 내려놓는 것이 비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고통스러운 과거가 자신을 사로잡거든 잘 가라고 인사하는 법을 훈련하고 마음에 행복한 기억이 자리 잡도록 초대하라”고 당부했다.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면 상처 준 사람에게 친절한 마음으로 편지를 써서 그가 한 일을 밝히려 해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스님은 “폭력적인 기억이 덮친다면 ‘섬’, 그러니까 부동의 기준점 숨·호흡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면서 ‘안정을 되찾은 다음 다시 너에게 돌아올게’라고 기억에게 말하라”고 말했다.
스님은 “우리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정처 없이 다른 곳을 떠돌고 있다”며 “마음이 몸과 같이 있지 않을 때 우리는 사물의 표면만을 본다”고 지적했다. 노끈을 뱀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그러면서 “삶의 모든 순간을 멈춤과 깊은 통찰 속에서 살아야 한다. 세월이 흘러 70세, 80세가 돼도 수행이 깊어지면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에는 찬콩 스님뿐만 아니라 27일 작고한 스테판 에셀(前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 브누아트 그루(베스트셀러 작가) 등 18명의 프랑스 지성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이들은 “나이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대전제 아래서 각자의 가치관을 설명했다.
노년예찬┃콜레트 메나주┃심영아 옮김┃정은문고┃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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