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스님 원공(圓空), 뛰는 스님 진오(眞悟)
걷는 스님 원공(圓空), 뛰는 스님 진오(眞悟)
  • 월간중앙
  • 승인 2012.10.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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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명의 이기는 걷기를 방해하거나 흉물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라톤을 부처님 앞에 절할 때와 재미 있게 비교하기도 했다. “10㎞는 108배, 하프코스는 300배, 풀코스는 1080배, 울트라 마라톤 100㎞는 3000배와 같다고 생각한다. 1080배를 할 때 처음 100~200배는 수월하지만, 300배쯤에 목이 마르다. 500배가 되면 힘들고, 700배 정도하면 배가 고파지고, 800배를 넘어서면 저절로 절을 한다.”

뛰기든, 걷기든 꼭 필요한 것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앞서 원공 스님 말처럼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리를 하면 몸에 어떤 식으로든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걷다 보면 하루 100리를 넘길 때가 있다. 해가 길 때는 200리를 걸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걸으면 안 된다. 한 번 걷고 말려면 그렇게 걸어도 되지만 앞으로도 계속 걸을 사람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그날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으면 자꾸 한 코스만 더 가자는 욕심을 낸 결과다. 걷다 보면 그런 경우가 더러 생긴다. 하루 70~80리가 적당하다. 그 조차도 계절이나 날씨,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거리를 조절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원공 스님과 진오 스님이 걷기와 뛰기를 하면서 어떤 복장을 하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일반 사람들처럼 등산복을 입은 원공스님, 마라토너 복장을 한 진오 스님을 상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스님 모두 걷거나 뛸 때도 기본적으로는 승복 차림을 유지한다.

“걷기와 뛰기, 마음 비우는 데 도움”

원공 스님의 걷기 행장은 참으로 단출하다. “그냥 일반 옷(승복)을 입고 걷는다. 여벌 옷도 안 가져간다.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땀에 젖으면 밤에 잘 때 빨아 입으면 된다. 옛말에 한양에 가는 사람은 눈썹까지 뽑고 간다고 한다. 먼 길을 걸어 지쳤을 때는 눈썹조차 무겁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마음의 짐도 생각을 하면 무게가 느껴진다. 그것까지  놓아버리려고 걷는 것이다.”

원공 스님에게 “요즘 통풍도 잘되고 땀 흡수도 뛰어난 기능성 아웃도어 복장도 많지 않느냐?”는 말을 꺼냈다가 혼을 내는 듯한 반론을 들어야 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매일같이 길을 걷나. 그럼 그런 옷이 없던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걸어 다닐 수 있었겠나. 기능성 옷들이라는 것도 모두 장사하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걷는 데 그런 옷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요즘 들어 원공 스님의 행장이 조금 무거워졌다. 잠잘 때 필요한 침낭과 간단한 안전 장비를 챙겨 갈 때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님임에도 절집 신세를 지는 것조차 가능한 삼가고 있다. 남에게 민폐 끼치는 일을 싫어하는 그의 심성 탓이다.

 

▲ “걷기는 걷기다. 굳이 수행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 나는 걷지만 수행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걷기가 마음을 비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얻는 것 중 하나다.” - 원공 스님

“침낭을 챙겨갈 때는 다리 밑에서도 잠을 잔다. 걷다 보면 먹는 게 문제가 된다. 출발할 때는 먹을 것을 조금 챙겨간다. 이게 떨어지면 음식 끓일 곳이 없어 생쌀, 생라면도 먹기도 한다. 나는 음식을 맛으로 먹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뭐를 먹든 맛있다. 사람들이 짜다, 싱겁다 하고 입맛 까탈을 부리는 것은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마라톤용 승복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진오 스님을 만나고 처음 알았다.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그 승복을 선보였다. 색깔도 회색으로 승복과 같았다. 승복과 비교해 바지는 바짓단 아래쪽을 졸라 맨 것처럼 만든 점만 달랐다. 윗적삼도 반팔이라는 것 외에 별반 차이가 없었다. “스님이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마라톤복을 입고 뛰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승복을 마라톤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

진오 스님은 사진 촬영을 겸해서 잠깐 뛰는 시범을 보였는데 특별히 복장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마라톤용 승복을 입고 뛰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욕심(?)이 숨어 있다. “내가 뛸 때 입는 마라톤 승복은 처음 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같은 목적으로 뛸 때도 ‘간절한 염원’을 나타내려 108염주를 목에 걸고, 단주(합장주)를 팔목에 차고 스님 티(?)를 단단히 낸다.

이는 진오 스님이 의도적으로 노리는 바다. 그래야 자신이 하는 일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진오 스님도 신발만은 마라톤화를 신고 있다. 100㎞를 넘는 울트라 마라톤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 그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원공 스님도 걸을 때는 운동화를 신는다고 했다. 그의 신‘ 발론’이 자못 흥미롭다.

“사람들은 신발도 상표만 보고 값이 비싸도 산다고 들었는데 허영이다. 나야 무슨 상표를 따질 일이 있나. 불편하지만 않으면 보통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이 낫다. 매일 걷는 나는 40일 정도 신으면 어떤 신발도 밑바닥 스펀지가 드러나버린다.”

원공 스님은 한 달에 평균 대여섯 달 정도는 늘 어딘가를 걷는다. 그는 “불편하긴 하다”면서도 “눈이 오더라도, 비가 오더라도 그냥 걷는다”고 말한다. 원공스님에게 특 별히 걷는 요령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 나면 마음 내키는 대로 걸으면 된다. 산짐승들도 그들이 걷고 싶은 대로 걷지 않는가. 어떨 때 어떻게 걸어야 한다는 식의 정답은 없다.”

원공 스님의 걷기 역사는 34년의 연륜만큼 듣는 사람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대표적으로 1980년부터 3년간
전 국토 1000일 걷기, 통일기원 180일 국토순례, 이산가족 고향 자유왕래 염원 220일 걷기, 2002년 한일월드컵 때 123일 동안 걸었던 환경과 평화를 염원하는 한일도보 대장정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전국토를 걸어서 다닌 셈”이라고 말한다. 그 말대로라면 최소한 30회 이상 우리 국토를 두루 훑은 셈이다.

원공 스님은 바퀴 달린 것은 일체 타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 오토바이나 자전거 어느 교통 수단이든 그는 몸을 싣는 법이 없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조차도 발을 들여놓치 않는다. 아무리 고층 아파트일지라도 원공스님과 동행하면 어김없이 등산 아닌 등산을 해야 한다. 원공스님은 이런 문명의 이기를 숫제 걷기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흉물로 본다.

원공 스님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교통수단은 배 밖에 없다. 천하의 원공 스님도 물 위를 걷지는 못한다. 그래서 바다를 건널 때는 ‘부득이’ 배 위에 오른다. 2002년 한·일 도보대장정 때 목포에서 제주, 제주에서 부산,부산에서 시모노세키(下關), 오이타(大分)에서 고베(神戶)로 이동할 때는 배 신세를 톡톡히 졌다. 이에 앞서 1997년에 중국을 갈 때도 인천에서 텐진(天津)까지 배를 탔다. 그리고는 또 텐진에서 베이징(北京)까지 내리 걸었다. 당시 한 중국기자로부터 “베이징까지 걸어서 온 한국사람은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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