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마' 윤 PD의 '죄송' 발언에 숙연해진 까닭
'다르마' 윤 PD의 '죄송' 발언에 숙연해진 까닭
  • 김자경
  • 승인 2011.12.28 17:1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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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자경] 불교언론대상 수상자를 만나고 나서

제19회 불교언론문화상 대상 수상자를 만났다. 시상식장에서 상영할 수상작과 수상자 소개를 위한 영상 작업을 위한 만남이었다. 아래 위 검은 복장에 마른 몸매, 숱이 별로 없는 머리, 나직한 음성. 사전 통화 때나 마찬가지로 말문 열기가 쉽지 않겠다 걱정된다.

그런데 인사 직후 먼저 질문을 해 온다.
“혹시 불자님들 반응 좀 들으셨어요? 참 궁금한데….”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니 본방 시청하면서, 두 번 더 나름 꼼꼼 살펴보면서 떠오른 궁금증을 직설적으로 풀어보자 싶었다.
“솔직히 말씀 드려도 되요? 불쾌하실까봐 걱정 되는데…?”

먼저 개인적 시청 소감부터 말했다. 나레이션 없는 구성이 독특했다. 대비적 편집도 특이했다. 뭔가 조금씩 아쉽게 느껴졌었는데 특히 4편은 한 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차라리 방송 안됐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심지어는 ‘대상’ 주지 말았음 좋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들은 의견들을 전한다면 4편의 경우 ‘오스트리아 신부님들이 더 돋보였다, 그쪽 수도원 풍경하며 말씀 내용이며 태도 등등 다 좋았다. 근데 우리 선방은, 스님들은 뭔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아쉽다, 뭐냐’ 이런 반응들이었다. 타 종교인들이 더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겁도 없이 쉽게 대답했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선방의 협조를 전혀 못 받은건 아닌가 생각했었다’는 질문을 던져봤다.

올해 불교언론문화상 대상 수상작, KBS TV의 ‘대장경 천년 특집 4부작 <다르마>’의 연출자 윤찬규 PD. 그는 어리석은 중생의 우문에 보살님 같은 현답을 주었다.

뭔가 부족하다는 그 느낌, 인정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말이다. 감히 불자라고 나설 자신이 없는 사람이니 어떻게 선승들의 수행 경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영상에 제대로 담았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함께 작업한 동료들과 의논에 의논을 거듭하면서 제작했다며 자신의 역량부족을 탓했다. 더불어 어렵게 너무나 어렵게 취재를 허락해주신 쌍계사 선방 여러 스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특히나 징검다리가 되어 주신 ㅇㅇ스님께는 더더욱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부족하나마 방송을 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쌍계사 선방 스님들, 해인사 강원 스님들께 제작팀이 폐를 많이 끼쳤다고 연신 감사할 뿐이라 했다. 단 한 마디도 불만이나 불평은 없었다.

대장경 조성 1천 년을 맞은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4부작이라는 초대형 다큐물로, 중국의 날선 경계와 맞닥뜨리고, 마음을 다친 환자들이 꽁꽁 묻어둔 제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공을 들여가며 제작한 프로였다. 그 시간이 1년 9개월 여.

그러나 우리 선방의 굳게 닫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적으로, 사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내노라 하는 선방들에 취재 협조 요청을 했지만 이렇다 할 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멀리 타국에서의 취재, 촬영이 다 마쳐지도록 그는 길을 찾지 못했다. 신부님들의 취재 영상을 보여 드리면서 간곡히 촬영 요청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는 최후 시간에까지 내몰렸다. 바로 그 때 쌍계사에서 허락이 떨어졌다. 언감생심 보충 촬영은 꿈도 못 꿀 듯해 보였다. 하지만 시치미 뚝 떼고 그 때마다 oo 스님께 매달렸다. 난감해 하시면서도 스님은 어떻게든 해보자며 앞장 서 주셨다. 그렇게 찍은 영상이라는 것이다.

윤찬규 PD는 이런 말도 했다.
“방송하겠다고, 선방 문 열어 달라 한 것이 사실은 황당한 일이지요. 수행이라는게 몇 마디 말로 이해될 수 있는게 아닌데 카메라에 담겠다 했으니 그것도 어이없는 욕심이구요. 그런데도 스님들께서 응해주셨으니 전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비로소 장난스레 까불댄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너무 많이 아쉽다. 대장경 조성 천년이라는 기막힌 인연으로 제작된 근래 보기 드문 대형 방송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 수 있겠는가. 제작비도 상당히 들여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다르마”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르게, 효과적으로 담기도록 힘을 보탤 길이 이렇게도 요원하단 말인가.

교계 내적으로 충분한 역량과 관심과 지원으로 해낼 수 있다면야 그 이상 좋은 일은 없을 터. 그러나, 우리 현실은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암담하게만 느껴지는 게 솔직한 심사이다. 차제에 절로 찾아온 기회를, 부처님의 위없는 가르침을 보다 널리, 효과적으로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호기를 불교계는 이렇게 또 무심히 흘려보내고만 것은 아닌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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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2011-12-31 08:47:47
'맑고 향기롭게' 전 사무국장 김자경씨가 이대 교수 직분이었던가요?

.......이대 철학과 한자경 교수님과 혼동하신듯...

창피해요 2011-12-29 17:16:58
기독교의 신보다 부처를 더 저급한 신으로 만들어 놓은 게 한국 불교잖아요.
조계사, 봉은사 보살들 모아놓고 부처님과 하나님의 차이를 물어보세요.
이거 명확하게 구분해서 대답할 신도가 있을까요? 이거 승려들 책임이죠.

법응 2011-12-29 08:18:31
다르마 4편 이는 불교를 신의 종교와 동일선상에 놓은 과오를 범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결코 버릴 수가 없다. 기획의도에 의문이 가며 과연 이 상을 결정한 분들에게도 의문이 간다.

합장 2011-12-28 21:39:08
선생님이 쓰신 불교관련 책들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시 한 번 꺼내 읽어봐야 겠군요.
최근에 발간한 책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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