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관한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 10개 전시관이 텅 비어있다. 성보문화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사진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계심"이라는 검정색 안내판들이 붙어있다. 마치 근조 리본처럼.
범 불교계 행사인 개관식과 동시에 봉행하는 특별전을 불과 10일 앞두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석가탑내 발견 유물들(국보 제126호)을 불교박물관에 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종이로 된 것을 제외하고는 돌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불교계는 조건부 반환이 아니라 완전한 영구반환이 아니면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소유주는 불국사이고, 불국사는 조계종 총무원에 권리를 위임했으므로 국보 126호는 엄연히 조계종의 것이다. 지난 1967년 불국사에서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주인인 불교계가 돌려달라는 주장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전시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환불가' 결정을 내림으로써 불교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항온항습 시설 미비, 관리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조계종은 혹시 진품의 훼손 등 이유로 공개하기를 거부하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시설과 인력 미비를 인정한다하더라도 전시회 기간동안 일시반환은 가능했으나 이마저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립박물관이 반환을 늦출수록 온갖 억측과 비난이 점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항온항습시설은 국립박물관보다 훨씬 우수하고, 국립박물관에서 30여년을 근무한 전문가를 채용해 관리 중이어서 시설 인력 미비 운운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내에 있는 유물조차 제자리에 돌려주지 못하고 있으면서 국외에 유출된 국보들을 어떻게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겠냐"면서 "특히, 국립박물관의 주장은 해외박물관이나 해당 외국정부들의 주장도 다를바 없다"고 반박했다.
근조 리본같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계심'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자리에 전시할 유물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금동사리외함, 녹유유리병, 은제사리외합 등 우리나라 최고의 보물이자 불교의 성보이다. 성보는 보물이전에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다. 국가적 유물을 아끼겠다는 국립박물관의 주장을 백번이해하더라도 돌려주겠다고 수차례 확언까지 한 마당에 내린 갑작스런 반환불가 결정은 분명 불교를 업신여기는 처사로 오해받기 충분하다.
조계종도 박물관 시설을 타 기관에서 업신여기지 않도록 최고의 시설임을 알리고 굳이 국립박물관의 흠집내기가 아니더라도 성보를 모시는 박물관 답게 더욱 좋은 시설과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