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봉은사-한전 1심 판결 자세히 들여다 보니
[단독]봉은사-한전 1심 판결 자세히 들여다 보니
  • 이혜조 기자
  • 승인 2023.08.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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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측, 재판부 판시 조목조목 반박

봉은사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에서 진 것은 절차상 하자, 필요 불가결한 경내지 여부 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항소심에서 판결에서 지적된 내용을 어떻게 극복할지 봉은사 측의 입장을 살펴봤다.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는 지난 2020년 2월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1970년대초 이전등기한 토지의 말소등기를 청구했으나 1심에서 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정재희)는 지난해 9월 16일 봉은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매매계약 당사자에 하자가 없고, 소유권이전등기 이후에도 50년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내지라는 근거가 없고 '필요 불가결한 경내지'는 더욱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항소심에서 봉은사는 당시 매매한 토지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토지로 환지된 10개 필지에 대해 말소등기를 청구했던 1심과 달리, 명확히 일주문 안에 있을 뿐 아니라 대웅전과 동쪽 80여m 거리의 산24의 4번지만을 등기말소 대상으로 삼았다.

산24의4번지가 경내지에 해당하는 지, 경내지라면 사찰운영에 필요 불가결한 토지였는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자는 입장이다.

"환지 전 토지 처분행위가 봉은사 사찰 자체의 목적을 유탈했거나 사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1심 재판부가 나열한 7가지 논거와 반박을 살펴보는 이유다.

재판부는 우선 제1차 매매계약은 '현재 봉은사 경내 동서남북 사위에 부설된 철조망을 경계선으로 하여 사찰의 품위와 풍경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2만 평 내외를 매매목적물에서 제외'했던 점을 들어 경내지가 아니거나 필요 불가결한 토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공보부의 두번째 허가로 팔려나간 산24의4번지는 제1차 매매계약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사찰 품위 풍치를 위해 매매목적물에서 제외한 바로 그 2만 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1차 매매에서 사찰 품위 풍경을 위해 팔지 않기로 했으나 2차 매매에서 팔려나간 삼성동 산24의4(붉은색). 일주문 안에 있고 대웅전 동쪽 80여m거리에 있다. [폐쇄등기부등본]



두번째 지적은 "제2차 매매계약 역시 이를 전제로 체결된 것으로 보이므로 당시 매매당사자는 봉은사의 품위와 풍경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토지는 매매목적물에서 제외한 것인 점"이라고 판시했다.

봉은사 측은 "산24의4번지는 제1차 매매계약에서 이미 매매목적물에서 제외한 부분에 해당하므로, 제2차 매매계약의 대상에서도 제외됐어야 하는 데, 실제 2차 매매계약의 체결, 이행과정에서는 추가된 매매목적물이 '제1매매계약에서 제외하기로 한 2만평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때문에 산24-4번지가 제2차 매매계약의 매매목적물로 포함되는 잘못된 결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봉은사와 대한불교조계종은 불교회관 건립을 위해 '봉은사의 유휴토지를 처분'하고자 한 점을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이에 봉은사는 "산24의4번지 임야는 봉은사 사찰 주위를 병풍과 같이 둘러싸고 있는 임야의 일부로서 사찰의 품위워 풍경을 유지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토지에 해당하므로 유휴토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단독] “한전에 넘긴 땅은 경내지” 봉은사 소송 새국면 )

재판부는 "설령 봉은사가 주장하는 위치에 일주문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내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찰의 목적 수행이나 준립과 관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봉은사는 "사찰의 담당 역할을 하는 임야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사찰의 목적 수행이나 존립과 관계된다"고 밝혔다.

<불교닷컴> 단독보도에서 ①당시 주지 서운 스님이 1969년 9월 19일 작성해 총무원장에게 제출한 부동산 목록에 삼성동 산24의1번지를 (사찰 경내 영구보존지)라고 표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해 4월 4일 이 번지에서 산24의4번지가 분할됐으므로 사찰 경내이자 영구보존지에 산24의4번지가 포함된다.



서울 강동구 삼성동 산24의1번지. 1970년 4월 15일 감정평가를 위해 촬영한 모습이다. 현재 영동대로에서 봉은사쪽을 보면서 촬영한 것이다.  



② 종정 원로원장 총무원장이 1969년 12월 18일 작성한 확약서에서 '봉은사 유지 존속'을 위해 "사찰 건물의 북쪽과 동서양방의 3면경계는 능선을 따라 각 10미터 너머로 담장을 구축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산24의4번지가 동쪽 능선에 결쳐 있다. 사찰 존족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산24의4번지를 남겨두라는 큰스님들의 약속이자 지시였다.

③ 1939년 봉은사 대화재 직후인 1942년 조선총독부의 벌채허가 문서에서도 산24번지를 '사찰 당우 주위 사찰의 존엄, 풍치의 보지상 필요한 구역'이라는 이유로 간벌 방식을 특별히 당부한 사실도 확인된다. 사찰의 '풍치'는 구 불교재산관리법에서 현재의 전통사찰보존법까지 지속적으로 경내지를 판별하는 핵심요소로 명문화하고 있는 단어이다.

재판부는 산24의4 등 매매 이후에도 현재까지 봉은사로 531 일대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을 대표하는 국내의 사찰로서의 목적 수행을 하고 있다는 점도 패소 이유로 들었다.

봉은사는 "원심 판단은 '사찰의 품위와 풍경유지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기능적 측면 이외에 심미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고 자리에 청계사, 문화회관 자리에 명성암 등 부속암자를 가진 대찰이었고, 해방후 40만평의 토지를 소유했으나 이제는 2만평으로 줄어들었다"면서 "1941년 기록을 보면 임야가 14만평으로 풍치림이자 벌목으로 재정을 마련했으나 현재 임야는 16,000평에 불과하고 전법과 법회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고 주장했다.



1975년 삼성동 봉은사 항공사진. 봉은사 동쪽과 남쪽으로 영동대로와 봉은로가 뚫리고 북쪽으로 경기도가 이전하면서 봉은사가 3면이 잘려 나갔다. 



재판부는 또 환지 전 토지의 구체적인 용도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설령 봉은사 주장과 같이 승려의 생활에 필요한 재배지, 대처승 비구니 거주지, 불교예식 교육 공간, 경작에 해당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로 봉은사의 목적 수행 및 존립 자체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봉은사는 "산24의4는 봉은사 주위를 병풍과 같이 둘러싸고 있는 임야의 일부에 해당하므로, 사찰의 목적 수행 및 존립 자체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사찰 부지의 일부를 구성한다"며 "산24의4가 팔려 봉은사 외곽을 형성하고 있는 임야의 외형이 훼손되고 이는 '사찰의 품위와 풍경유지'를 훼손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2천년전 축성된 삼성리토성에 자리한 봉은사는 토성이 담장처럼 에워싸고 있어 담장 없는 사찰이었다"며 "이 곳은 76번지라는 새번호가 부여됐는데, 고층빌딩을 건축하려던 측과 봉은사의 마찰이 지속되고, 토성은 각종 개발로 원형이 훼손됐다" 덧붙였다. 



오른쪽 하늘색이 삼성동 76번지로 산24의4번지 자리이다. 봉은사 동쪽에 자리잡고 있으나 공사중단으로 수십년동안 방치돼 있다.[네이버지도]





삼성동 76번지 공사중단으로 흉물이 돼 있다. 왼쪽이 영동대로 오른쪽이 봉은사이다.
1차 매매에서 사찰 품위 풍경을 위해 팔지 않기로 했으나 2차 매매에서 팔려나간 삼성동 산24의4(붉은색). 일주문 안에 있고 대웅전 동쪽 80여m거리에 있다. [폐쇄등기부등본]

두번째 지적은 "제2차 매매계약 역시 이를 전제로 체결된 것으로 보이므로 당시 매매당사자는 봉은사의 품위와 풍경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토지는 매매목적물에서 제외한 것인 점"이라고 판시했다.

봉은사 측은 "산24의4번지는 제1차 매매계약에서 이미 매매목적물에서 제외한 부분에 해당하므로, 제2차 매매계약의 대상에서도 제외됐어야 하는 데, 실제 2차 매매계약의 체결, 이행과정에서는 추가된 매매목적물이 '제1매매계약에서 제외하기로 한 2만평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때문에 산24-4번지가 제2차 매매계약의 매매목적물로 포함되는 잘못된 결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봉은사와 대한불교조계종은 불교회관 건립을 위해 '봉은사의 유휴토지를 처분'하고자 한 점을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이에 봉은사는 "산24의4번지 임야는 봉은사 사찰 주위를 병풍과 같이 둘러싸고 있는 임야의 일부로서 사찰의 품위워 풍경을 유지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토지에 해당하므로 유휴토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단독] “한전에 넘긴 땅은 경내지” 봉은사 소송 새국면 )

재판부는 "설령 봉은사가 주장하는 위치에 일주문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내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찰의 목적 수행이나 준립과 관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봉은사는 "사찰의 담당 역할을 하는 임야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사찰의 목적 수행이나 존립과 관계된다"고 밝혔다.

<불교닷컴> 단독보도에서 ①당시 주지 서운 스님이 1969년 9월 19일 작성해 총무원장에게 제출한 부동산 목록에 삼성동 산24의1번지를 (사찰 경내 영구보존지)라고 표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해 4월 4일 이 번지에서 산24의4번지가 분할됐으므로 사찰 경내이자 영구보존지에 산24의4번지가 포함된다.

서울 강동구 삼성동 산24의1번지. 1970년 4월 15일 감정평가를 위해 촬영한 모습이다. 현재 영동대로에서 봉은사쪽을 보면서 촬영한 것이다.  

② 종정 원로원장 총무원장이 1969년 12월 18일 작성한 확약서에서 '봉은사 유지 존속'을 위해 "사찰 건물의 북쪽과 동서양방의 3면경계는 능선을 따라 각 10미터 너머로 담장을 구축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산24의4번지가 동쪽 능선에 결쳐 있다. 사찰 존족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산24의4번지를 남겨두라는 큰스님들의 약속이자 지시였다.

③ 1939년 봉은사 대화재 직후인 1942년 조선총독부의 벌채허가 문서에서도 산24번지를 '사찰 당우 주위 사찰의 존엄, 풍치의 보지상 필요한 구역'이라는 이유로 간벌 방식을 특별히 당부한 사실도 확인된다. 사찰의 '풍치'는 구 불교재산관리법에서 현재의 전통사찰보존법까지 지속적으로 경내지를 판별하는 핵심요소로 명문화하고 있는 단어이다.

재판부는 산24의4 등 매매 이후에도 현재까지 봉은사로 531 일대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을 대표하는 국내의 사찰로서의 목적 수행을 하고 있다는 점도 패소 이유로 들었다.

봉은사는 "원심 판단은 '사찰의 품위와 풍경유지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기능적 측면 이외에 심미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고 자리에 청계사, 문화회관 자리에 명성암 등 부속암자를 가진 대찰이었고, 해방후 40만평의 토지를 소유했으나 이제는 2만평으로 줄어들었다"면서 "1941년 기록을 보면 임야가 14만평으로 풍치림이자 벌목으로 재정을 마련했으나 현재 임야는 16,000평에 불과하고 전법과 법회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고 주장했다.

1975년 삼성동 봉은사 항공사진. 봉은사 동쪽과 남쪽으로 영동대로와 봉은로가 뚫리고 북쪽으로 경기도가 이전하면서 봉은사가 3면이 잘려 나갔다. 

재판부는 또 환지 전 토지의 구체적인 용도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설령 봉은사 주장과 같이 승려의 생활에 필요한 재배지, 대처승 비구니 거주지, 불교예식 교육 공간, 경작에 해당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로 봉은사의 목적 수행 및 존립 자체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봉은사는 "산24의4는 봉은사 주위를 병풍과 같이 둘러싸고 있는 임야의 일부에 해당하므로, 사찰의 목적 수행 및 존립 자체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사찰 부지의 일부를 구성한다"며 "산24의4가 팔려 봉은사 외곽을 형성하고 있는 임야의 외형이 훼손되고 이는 '사찰의 품위와 풍경유지'를 훼손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2천년전 축성된 삼성리토성에 자리한 봉은사는 토성이 담장처럼 에워싸고 있어 담장 없는 사찰이었다"며 "이 곳은 76번지라는 새번호가 부여됐는데, 고층빌딩을 건축하려던 측과 봉은사의 마찰이 지속되고, 토성은 각종 개발로 원형이 훼손됐다" 덧붙였다. 

오른쪽 하늘색이 삼성동 76번지로 산24의4번지 자리이다. 봉은사 동쪽에 자리잡고 있으나 공사중단으로 수십년동안 방치돼 있다.[네이버지도]
삼성동 76번지 공사중단으로 흉물이 돼 있다. 왼쪽이 영동대로 오른쪽이 봉은사이다.

이 곳은 1994년부터 공사가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곳이다. 3026.9㎡(916평)가 29년째 방치돼 있다. 1993년 주식회사 신성이 지하6층~지상19층의 운봉빌딩 등 두 동의 건물을 짓기로 했다. 봉은사가 공사금기 청구소를 제기했고, 다음해 법원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사찰과 불과 6m 거리를 둔 채 사찰 경내 전체를 내려볼 수 있도록 높이 87.5m 고층으로 신축하면 사찰의 일조가 침해된다. 전체 경관과 조화되지 않고 사찰 경관이 훼손되며 조망이 침해된다”고 판시했다.

2014년 ㅇㅇ장학재단이 운봉빌딩과 스포츠센터를 짓기로 하고 지하5층~지상6층과 14층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봉은사는 즉각 성명을 내는 등 반대했다. 한때 공사가 재개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진척이 없다. 

법원 판결은 조망 침해·경관 훼손·종교활동 침해 등을 모두 인정했다. 불교재산관리법에서 정한 경내지의 조건과 판결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팔리지 않았으면 봉은사의 필요 충분한 경내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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