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쉘 공드리, 도정 스님
제주의 미쉘 공드리, 도정 스님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5.02.12 18:2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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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 대신 연장 들고 손수 모신 명품, 남선사 부처님…“If you rescue me!”

▲ 팟캐스트 전국구 생선향기의 스타 도정 스님이 제주 남선사에서 석불을 조성할 당시의 모습. 스님은 못하는게 없는 만능인이다. (사진=붇다의향기)

팟캐스트 ‘정봉구의 전국구’ 특별판 ‘생선향기’의 스타 도정 스님은 웃기는(?) 말만 잘하는 스님이 아니다.

도정 스님은 기와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다. 미얀마에서 초기불교를 공부한 학승이고, 매일 14시간씩 정진한 수행승이다. ‘생선향기’에서 몇 번 선보였듯이 구성진 염불을 하는 염불승이다. 반듯한 절을 지으려면 한옥부터 알아야한다고 한옥을 배운 건축가이기도 하다. 출가전에는 합기도 사범으로 체육인이었다.

스님은 한국불교의 르네상스인(만능인)이다.

“남선사는 굉장히 아름다운 절”

팟캐스트에서 ‘생선향기’가 나지 않을 때, 스님은 제주 남선사에서 수행을 한다. 스님은 전국구에서 남선사를 “굉장히 아름다운 절이다”라고 소개했다. 남선사는 원래 있던 절이 아니다. 스님은 직접 법당을 짓고 도량을 가꾸며 남선사라고 이름을 붙였다. 스님의 작품이 채워진 절은 갤러리 법당이 됐다.

남선사 도량을 세우며 스님은 인터넷에 카페를 열었다. ‘붇다의 향기’(cafe.daum.net/buddha-gandha)이다. ‘생선향기’ 방송 전부터 카페는 스님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 남선사 표지석 위 말을 탄 LED 조명과 영화 <수면의과학> 포스터

남선사 말 조명, <수면의 과학> 연상케 해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자리한 남선사 입구에는 표지석이 있다. 남선사(南禪寺)라고 적힌 표지석 위에는 연화좌에 말을 타고 앉아 있는 부처님을 조성한 LED조명이 서있다. 스님이 직접 만들어 설치한 조명이다. 말은 스님의 작품에서 종종 등장한다. 기와에 그려진 선화에서도 어렵지 않게 말을 찾을 수 있다.

이 조명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이터널 선샤인> 등을 제작한 프랑스 영화감독 미쉘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The Science of Sleep)>(2006년) 포스터를 닮았다. 영화의 여주인공 샤롯 갱스부르는 제인 버킨의 딸이다. 승마용품도 내놓는 명품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버킨백은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가방이다.

▲ 도정 스님의 기와 그림에도 말이 등장한다
스님 작품 속에도 말 말 말…

영화 <수면의 과학>에서 말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말을 타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가기도 하고, 말 자체가 자유를 뜻하기도 한다. 영화포스터 카피처럼 ‘사랑은 왜 꿈처럼 되지 않을까’

도정 스님이 말을 탄 부처님 조명을 표지석 위에 올려놓았는지 알 수 없다. 스님은 말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스님 작품 속에 그려진 말들은 무엇을 뜻하나?

스님에게서 이유를 들은 적이 없으니, 상상해 본다. 영화처럼 스님이 몰래 말을 타고 사랑했던 여인을 만나러 가길 원해서는 아닐까 하고.

“당신이 나를 구해준다면”

<수면의 과학>의 주제곡은 ‘if you rescue me’(네가 나를 구해준다면)이다. 가사는 이렇다. “If you rescue me. I’ll never have to be alone again.”(나를 구해준다면 다시는 혼자 두지 않을게요)

남선사 마당에 들어서면 달달하고 단순한 이 노래가 어울리는 조형물이 있다. 스님이 직접 쪼고 다듬어 모신 석불이다.

여느 불상과는 다른 낯선 생김이지만 스님은 32길상 80종호를 따라서 부처님을 금인으로 표현했다. 수인은 손바닥을 펴서 참배객이 석불과 손바닥을 마주 댈 수 있게 했다. 온기를 느낄 수 있게.

석불의 손모양은 ‘너의 두려움을 모두 없애주겠다’는 시무외인을 결한 듯이 보이지만 불모(佛母)인 스님의 말은 다르다. 스님은 ‘하이파이브 수인’이라고 했다.

▲ 도정 스님이 조성한 석불. 불상의 손모양(수인)이 특이하다. 스님은 대중과 손을 맞댈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했다. (사진=붇다의향기)

“석불은 삼장법사가 한라산서 도마뱀 잡는 모습”

스님이 불상을 설명하는 내용은 이렇다.

부처님 당시 삼장에 능통한 스님이 있었다. 부처님은 그 스님을 ‘뚣짜 뽀리라(쓸모없는, 석두 뽀리라)’라고 불렀다. 뽀리라 스님은 자신이 교학에만 밝고 선수행을 하지 않아 이치에는 밝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는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가서 장로스님에게 선수행의 가르침을 청했다.

장로는 신통력으로 뽀리라 스님이 아만이 높아 깨닫지 못할 것을 꿰뚫어봤다. 자신은 늙고 총기가 없다며 다른 스님에게 가르침을 미뤘다. 그 스님은 다른 스님에게 미루고 미룬 끝에 7살짜리 아라한 사미에게까지 차례가 왔다.

사미는 자신은 어리고 배움도 적다고 사양했다. 뽀리라 스님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자 사미는 “저 산에 도마뱀이 구멍 6개를 파 놓고 살고 있는 데 도마뱀을 잡으려면 5개의 구멍을 막고 나머지 구멍에서 기다리다가 잡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육근을 통해 들어오는 6개의 대상이 뚜렷해지면 오근(눈 귀 코 혀 몸)을 막아놓고 의근(의식)에만 신경 써야합니다”라고 말했다.

뽀리라 스님은 어린 사미의 가르침대로 수행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이다.

스님은 “석불 모습은 뽀리라 삼장법사가 한라산에서 도마뱀을 잡는 모습으로 조각해 제주의 멋을 살렸다”고 했다.

▲ 영화 '수면의 과학'에 등장하는 스테판의 거대손
남선사에 가면 당신이 해야 할 일

승복 입고 머리 깎은 불모의 설명이 아니어도 석불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에게 큰 느낌을 준다. 부처는 누구이고, 중생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남선사 석불 앞에 서면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석불 앞에 마주한 중생은 손을 맞대 찬 석불에 온기를 전한다. 석불은 자신 앞에 홀로 선 중생에게 우리가 되어준다.

남선사에선 스마트폰을 통해 <수면의 과학> 주제가 ‘If you rescue me’를 들어보자. 그리고 석불과 손을 맞대볼 일이다. 노래 가사처럼 “영원히 너를 혼자두지 않겠노라”는 속삭임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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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마음 2015-02-14 15:14:18
도정스님 작품에 꾸밈없는 천진스런 동심이 살아 있음을 엿본다....ㅎ

산야 2015-02-13 15:01:05
굳굳하게 무소에 뿔처럼 홀로 가는 님이 존경스럽습니다그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구려.....
따스한 봄날에 찾아 가겠습니다.

................. 2015-02-12 20:20:08
이런 도정스님을 밀어줘야 조폭에게 빼앗낀 조계종이 제자리로 돌아 올 것이다....!

혜의 2015-02-12 19:42:07
남선사에는 가보고 싶습니다.
겨울나그네가 되어 연말쯤에 한 번 남선사
성지순롓길에 오르고자 서원을 세워봅니다.
아직 제주도도 못가본 저의 소박한 서원이 이루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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