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불교교류 비망록 : 이제, 다시 본다] 53. 2020년 코로나19와 남북 교류 (연재 끝)
[남북불교교류 비망록 : 이제, 다시 본다] 53. 2020년 코로나19와 남북 교류 (연재 끝)
  • 이지범 북한불교연구소 소장
  • 승인 2023.06.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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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측 조불련은 2019년 2월 이후 남측과의 모든 소식을 끊었다. 1991년 10월 말부터 남측과 교류해온 북측 안팎의 정형(정치적인 형편 또는 모양을 말하는 북측 용어)에 따른 상황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현상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위쪽과 아래쪽 두 개의 국경으로 북측 주민을 더 강력하게 통제할 기회를 제공했다. 코로나19의 외부 유입을 우려한 북측은 2020년 1월 말부터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와 단절을 취했다. 중국과 1,300km 길이의 국경선을 봉쇄 조치했다. DMZ이라 불리는 남측과의 국경도 세계에서 가장 공고하게 유지되는 국경선이다. 북중 국경을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 및 국제열차 운행도 중단했다. 영국의 BBC 뉴스는 《북한의 내부자들》(2023.6.14.) 다큐멘터리에서 “(유출입) 정보를 완전 차단하고 있다.”(수미 테리, 미중앙정보국CIA 한반도 선임분석관 역임) 또 “정보의 블랙홀이라고 묘사한다.”(박석길, 북한인권단체 LINK 한국지부 대표)고 인터뷰했다.

북측의 정보는 엄격히 통제됐다. 2022년 5월 1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정치국 회의에서 봉쇄한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시인했다. 당국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0차 전원회의(5월 31일)에서 의료체계 및 비상방역체계 점검 법안을 통과시키고, 봉쇄정책 위반 시 처벌을 가하는 등 발열자 확산 예방조치를 시행했다. 전국적인 발열자 수는 그해 5월 12일부터 증가하여 15일 정점에 도달했으며, 감소하여 7월 29일 이후 신규 발열환자 수 0명을 기록했다고 북측의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처음 발표했다.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 방역에 관한 자료는 《조선중앙통신》(2022.5.13.) 보도가 전부이다.

국가적 통제를 강화한 북측과 달리 2023년 봄, 중국 국경선을 취재한 국내 유튜브 방송은 미묘한 메시지를 남겼다. 압록강 하구의 중국 단둥에 있는 중국식당 입구에 쓰인 “나는 네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我知道你会来)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所以我会等)”라고 소개된 문구는 섬뜩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에 간 남측의 대통령은 엉뚱했다. SY 대통령은 2023년 6월 20일 아침, 프랑스 파리의 몽소공원에 천안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하지 않던 동네 바보형 코스프레에 대해 유튜브 《뉴스반장》(2023.6.21.)은 “대한민국이 불안한 휴전 국가임을 이렇게 광고하고 다니는 걸까요. 전쟁의 위협이 상시 존재하는 전시 상황의 국가임을 왜, 떠들고 다녀야 하는 걸까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거죠. 결국, 엑스포 유치엔 관심이 없고, 이마저도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려고 하는 한심한 의도가 있음을 자인한 꼴이 되어 버렸는데요. 모든 게 쇼인 것뿐입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금, 남측 사람들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불안과 긴장감에 떨기보다 차라리 분단에 대해 감정적 거리를 둔다. 분단 폭력이라는 것이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데도 일상에서 작동하는 폭력을 감각하여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폭력 없는 세상을 기획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분단에 대한 무감각은 평화에 대한 불감증의 차원”이라고 2020년에 발간된 《갈라진 마음들》 (김성경, 창비)에서 엿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북조선에 대해 갖는 부정적 감정은 사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 정치의 산물임을 역사적 실례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분단의 흔적이다.

그 상처와 틈새는 남북교류를 통해 보듬고 좁혔다. 금강산관광(1998.11.~2008,7.)과 개성관광(2007.12.~2008.11.)을 비롯한 남북공동과 이산가족상봉 행사 등이 평양과 금강산 그리고 남측에서 열렸다. 지난 70년 동안 남북교류는 단순히 정치・군사적 분단과 인식・감정의 분단을 극복하는 데 새 기원을 썼다. 종북과 빨갱이 등의 기표로 지칭하듯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근원에 분단 문제를 조금이나마 정리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5월 10일 SY정권의 출범 때로부터 남북교류와 협력은 모두 중지되고 말았다. 그간 남북대화에 일조해온 남북불교 교류에 대해 살펴본다.

DMZ 동해안 민통선과 감호(나무꾼이 선녀 날개 옷을 훔쳤다는 전설이 깃든 곳). 사진: 위키백과.





‘두개조선반대’ 판문점 선전탑 1950년대. 사진: 김녕만사진집(1993.6.) 화면 갈무리





평북 신의주 평안북도인민병원 방호복 설명장면. 사진: 뉴스1(2020.3.2.) 화면 갈무리





평양시 코로나19 방역 검사장면. 사진: 와이어드닷컴(2021.1.24.)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시대의 남북교류

지난 반세기 동안 북측에서는 교류를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 차단해야 할 요소로 규정했고, 또 종교를 ‘사상에서의 오염원’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평가했다.

그 상징적이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20년 6월 16일 오후 2시 49분경에 폭파됐다.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명령으로 인해 교류와 협력사업이 중단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미국 바이든 정부와 국제사회가 고강도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국면에서나 2018년 남북정상회담 개최에서 볼 때 이례적 대응이었다. 특히 2021년 1월 5일~12일 평양 모란봉구역 4.25문화회관(구 2.8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차 당대회에서는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 문제 등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목표와 과제 달성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변수가 그대로인 가운데,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우선 교류할 수 있는 관광사업 부문에서도 접근 방식을 달리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 지역) 남측시설에 대한 철거를 지시했다. 《로동신문》(2019.10.23.)에는 이때 부인과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총출동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그때 “(김 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영역에서 남북대화와는 별개로, 북측 최고 지도자의 결단과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도에 따라 금강산관광과 같은 남북한 교류는 또 하나의 ‘출구 전략’으로 선택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긍정적 평가와 다른 행보를 가졌다.

이처럼 북측의 남북협력 사업에 관한 상징물 철거는 교류 단절을 사실적으로 표면화했다. 남측에 대해 “해빙 무드는 끝났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내부적으로는 남풍(남측의 자유화 바람)과 안면사업(로비하는 일)을 모두 제한하고, 동요분자(사상과 태도가 일관되지 않아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를 통제하는 등 사상 단속을 강화했다.

2020년 12월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북측 당국이 남조선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거나 복제・유포한 경우 최고 사형에 이르는 극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한류 차단을 위한 이 법안에는 TV・라디오 채널의 고정과 인터넷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급속히 퍼진 남풍 문화를 근절시키기 위해서 보다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고, 그 후속 조치로 평양문화어보호법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1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 《조선중앙TV》(2023.1.27.)에서는 “(평양어보호법 관련 의견들이) 우리의 사상과 제도,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담보를 마련하는 데서 실천적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표준어인 평양말 이외에 남측말 사용을 엄격히 통제했다. 같은 시기 《로동신문》에서도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등 남풍식 말투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동지・동무라는 ‘부름말’을 즐겨 써야 한다며 외래어를 마구 쓰지 말라고 당부하는 보도 기사를 냈다.

그간 남북불교 교류에서 자주 사용했던 ‘스님’은 중(衆), ‘부처’는 불상, ‘마애불’은 돌부처상 등 기존의 용어로 바뀌거나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4월 출범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1년 차인 남북관계는 더 악화할 개연성이 짙다. 앞으로 북측이 긴장도를 더 높이는 수준까지 윤석열 정권에 대해 압박카드를 순차적으로 꺼낼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한편, 2021년까지 금강산 남측시설의 빠른 철거는 남북관계를 ‘리셋’(재설정)하기 위한 북측 수뇌부의 의지가 투영됐다. 관광사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경제개발 시간표와도 직접 맞물려 있다. 그런 까닭에 금강산 관광특구를 예전보다 다르게 독자 개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볼 때, 중국 등과 관광사업의 재개가 곧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초부터 묘향산지구 꾸리기 사업과 금강산지구 개발 등과 같은 6대 관광지 재건설 사업의 완료를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남측과의 교류나 금강산관광은 북측의 눈 밖에 있다는 점이다. 모렴행촉(염치를 무릅쓰고, 남에게 청하는 일)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 북측의 전례로 볼 때 남북교류는 지금, 정책적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현실은 리명숙 묘향산력사박물관(보현사) 해설봉사원이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걸어서 평양 속으로〉(2018.9.15.) 편에서 “과거 6.15(남북공동선언) 시대에는 부처님께 기원을 잘 올려서 통일을 이루어 가자고 남측 불자들이 많이 왔었는데, 6.15 시대 이후에 북남관계 전면 차단으로 많이 오시지 못했습니다.”라는 짧은 인터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실낱같은 교류의 희망은 2022년 9월 28일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할 때 조불련의 축하 인사를 전달받은 일이다. 진우 조계종 총무원장은 2023년 2월 3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예방한 자리에서 “과거 금강산 신계사 복원 등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최근 북측에 조선불교도연맹 강수린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해도 응답이 없다.”라면서 이어 “다행히 제가 취임할 때, 그래도 조불련의 (중국) 대리인을 통해 국외에서 구두로 축하 인사를 전달받아서 (소통이) 완전히 꽉 막히진 않았구나 했다.”고 덧붙인 말이 처음과 끝이다.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은 이미 2021년 1월 말에 사임한 상태였다.

그러나 남북교류에서의 특이점은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간 교류사업을 담당한 북측 인사들이 대거 교체되거나 조직을 해산했다는 점이다. 향후, 남북교류에 나설 북측의 주요 인사들과 새롭게 시작하게 됨으로 시간과 절차 등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북한문화유적 참관행사(2005.10.15. 묘향산 보현사, 남측의 운문사 명성 회주를 비롯한 비구니 40여명 등). 사진: 평불협30년사





개성 박연폭포에서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과 함께한 필자(2015.11.3.). 사진 : 이지범



남북불교교류 비망록 후기

집필자의 자기검열에서 시작한 〈남북불교교류 비망록〉은 지난 반세기의 기록이다. 총 53회 연재물이다. 남북불교가 교류한 시기별 주요 쟁점과 기록이 중심 내용이다. 여기에 더 채운 뒷이야기는 ‘백한 마리의 원숭이’ 비유와 같이 교류에서의 발전적인 기울기를 암시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족한 내용이 많다. 그것은 필자의 한계로 인정한다. 다만, 그땐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했던가를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정리한 것이다. 이에, 강호제현의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

2021년 4월 26일 처음 쓴 〈남북불교교류 비망록〉은 2년 2개월에 걸쳐 《불교닷컴》의 협조로 게재됐다. 그 서문에서 “본 비망록은 집필 목적과 서술 내용의 왜곡 방지 등을 위해 또한 선의가 아닌 ‘악의 무리가 언제라도 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밝혀둡니다.”고 했던 예측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또 “이 글은 적을 이롭게 할 목적이나 남한 체제를 부정하는 측면에서 서술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쓰는 까닭은 남북불교 교류에 관한 기록이 사장되는 것과 자료의 보존과 발굴, 재정리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그리고 교류 당사자로서 해야 할 일종의 의무도 있습니다. 1,700년 남북한의 불교가 통일 또는 통합을 이루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분석과 이해를 돕기 위해 기록하고자 합니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남북불교 교류에는 형식과 과정이 있다. 누구와 어떻게 만났느냐는 형식과 만나서 무엇을 얘기하고, 결정한 것을 이행한 것은 교류의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주인공 또는 참관인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만이 정확하다고 주장한 몇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원고 수정・자료 보완을 위해 소장하는 관련 자료와 사진 제공을 요청하였으나 현재까지 전달해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고대중국 전국시대의 고사성어인 ‘달팽이 뿔싸움’(蝸角之爭)처럼 구태와 내분으로 일관한다면 평화통일과 남북교류는 요원하다. 7080년대식의 색깔 논쟁이나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공안 정치로는 통일의 문을 열 수 없다. 2000년도 이후,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선도한 불교계는 남북정상회담의 또 다른 수혜자였다. 지난 10년간의 남북불교 교류는 남과 북이 알게 모르게 체험한 세계로 이제, 바꿀 수 없는 현실이란 사실을 직시할 때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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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동해안 민통선과 감호(나무꾼이 선녀 날개 옷을 훔쳤다는 전설이 깃든 곳). 사진: 위키백과.
‘두개조선반대’ 판문점 선전탑 1950년대. 사진: 김녕만사진집(1993.6.) 화면 갈무리
‘두개조선반대’ 판문점 선전탑 1950년대. 사진: 김녕만사진집(1993.6.) 화면 갈무리
평북 신의주 평안북도인민병원 방호복 설명장면. 사진: 뉴스1(2020.3.2.) 화면 갈무리
평북 신의주 평안북도인민병원 방호복 설명장면. 사진: 뉴스1(2020.3.2.) 화면 갈무리
평양시 코로나19 방역 검사장면. 사진: 와이어드닷컴(2021.1.24.) 화면 갈무리
평양시 코로나19 방역 검사장면. 사진: 와이어드닷컴(2021.1.24.)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시대의 남북교류

지난 반세기 동안 북측에서는 교류를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 차단해야 할 요소로 규정했고, 또 종교를 ‘사상에서의 오염원’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평가했다.

그 상징적이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20년 6월 16일 오후 2시 49분경에 폭파됐다.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명령으로 인해 교류와 협력사업이 중단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미국 바이든 정부와 국제사회가 고강도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국면에서나 2018년 남북정상회담 개최에서 볼 때 이례적 대응이었다. 특히 2021년 1월 5일~12일 평양 모란봉구역 4.25문화회관(구 2.8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차 당대회에서는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 문제 등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목표와 과제 달성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변수가 그대로인 가운데,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우선 교류할 수 있는 관광사업 부문에서도 접근 방식을 달리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 지역) 남측시설에 대한 철거를 지시했다. 《로동신문》(2019.10.23.)에는 이때 부인과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총출동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그때 “(김 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영역에서 남북대화와는 별개로, 북측 최고 지도자의 결단과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도에 따라 금강산관광과 같은 남북한 교류는 또 하나의 ‘출구 전략’으로 선택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긍정적 평가와 다른 행보를 가졌다.

이처럼 북측의 남북협력 사업에 관한 상징물 철거는 교류 단절을 사실적으로 표면화했다. 남측에 대해 “해빙 무드는 끝났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내부적으로는 남풍(남측의 자유화 바람)과 안면사업(로비하는 일)을 모두 제한하고, 동요분자(사상과 태도가 일관되지 않아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를 통제하는 등 사상 단속을 강화했다.

2020년 12월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북측 당국이 남조선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거나 복제・유포한 경우 최고 사형에 이르는 극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한류 차단을 위한 이 법안에는 TV・라디오 채널의 고정과 인터넷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급속히 퍼진 남풍 문화를 근절시키기 위해서 보다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고, 그 후속 조치로 평양문화어보호법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1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 《조선중앙TV》(2023.1.27.)에서는 “(평양어보호법 관련 의견들이) 우리의 사상과 제도,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담보를 마련하는 데서 실천적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표준어인 평양말 이외에 남측말 사용을 엄격히 통제했다. 같은 시기 《로동신문》에서도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등 남풍식 말투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동지・동무라는 ‘부름말’을 즐겨 써야 한다며 외래어를 마구 쓰지 말라고 당부하는 보도 기사를 냈다.

그간 남북불교 교류에서 자주 사용했던 ‘스님’은 중(衆), ‘부처’는 불상, ‘마애불’은 돌부처상 등 기존의 용어로 바뀌거나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4월 출범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1년 차인 남북관계는 더 악화할 개연성이 짙다. 앞으로 북측이 긴장도를 더 높이는 수준까지 윤석열 정권에 대해 압박카드를 순차적으로 꺼낼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한편, 2021년까지 금강산 남측시설의 빠른 철거는 남북관계를 ‘리셋’(재설정)하기 위한 북측 수뇌부의 의지가 투영됐다. 관광사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경제개발 시간표와도 직접 맞물려 있다. 그런 까닭에 금강산 관광특구를 예전보다 다르게 독자 개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볼 때, 중국 등과 관광사업의 재개가 곧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초부터 묘향산지구 꾸리기 사업과 금강산지구 개발 등과 같은 6대 관광지 재건설 사업의 완료를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남측과의 교류나 금강산관광은 북측의 눈 밖에 있다는 점이다. 모렴행촉(염치를 무릅쓰고, 남에게 청하는 일)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 북측의 전례로 볼 때 남북교류는 지금, 정책적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현실은 리명숙 묘향산력사박물관(보현사) 해설봉사원이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걸어서 평양 속으로〉(2018.9.15.) 편에서 “과거 6.15(남북공동선언) 시대에는 부처님께 기원을 잘 올려서 통일을 이루어 가자고 남측 불자들이 많이 왔었는데, 6.15 시대 이후에 북남관계 전면 차단으로 많이 오시지 못했습니다.”라는 짧은 인터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실낱같은 교류의 희망은 2022년 9월 28일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할 때 조불련의 축하 인사를 전달받은 일이다. 진우 조계종 총무원장은 2023년 2월 3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예방한 자리에서 “과거 금강산 신계사 복원 등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최근 북측에 조선불교도연맹 강수린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해도 응답이 없다.”라면서 이어 “다행히 제가 취임할 때, 그래도 조불련의 (중국) 대리인을 통해 국외에서 구두로 축하 인사를 전달받아서 (소통이) 완전히 꽉 막히진 않았구나 했다.”고 덧붙인 말이 처음과 끝이다.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은 이미 2021년 1월 말에 사임한 상태였다.

그러나 남북교류에서의 특이점은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간 교류사업을 담당한 북측 인사들이 대거 교체되거나 조직을 해산했다는 점이다. 향후, 남북교류에 나설 북측의 주요 인사들과 새롭게 시작하게 됨으로 시간과 절차 등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북한문화유적 참관행사(2005.10.15. 묘향산 보현사, 남측의 운문사 명성 회주를 비롯한 비구니 40여명 등). 사진: 평불협30년사
북한문화유적 참관행사(2005.10.15. 묘향산 보현사, 남측의 운문사 명성 회주를 비롯한 비구니 40여명 등). 사진: 평불협30년사
개성 박연폭포에서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과 함께한 필자(2015.11.3.). 사진 : 이지범
개성 박연폭포에서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과 함께한 필자(2015.11.3.). 사진 : 이지범

남북불교교류 비망록 후기

집필자의 자기검열에서 시작한 〈남북불교교류 비망록〉은 지난 반세기의 기록이다. 총 53회 연재물이다. 남북불교가 교류한 시기별 주요 쟁점과 기록이 중심 내용이다. 여기에 더 채운 뒷이야기는 ‘백한 마리의 원숭이’ 비유와 같이 교류에서의 발전적인 기울기를 암시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족한 내용이 많다. 그것은 필자의 한계로 인정한다. 다만, 그땐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했던가를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정리한 것이다. 이에, 강호제현의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

2021년 4월 26일 처음 쓴 〈남북불교교류 비망록〉은 2년 2개월에 걸쳐 《불교닷컴》의 협조로 게재됐다. 그 서문에서 “본 비망록은 집필 목적과 서술 내용의 왜곡 방지 등을 위해 또한 선의가 아닌 ‘악의 무리가 언제라도 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밝혀둡니다.”고 했던 예측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또 “이 글은 적을 이롭게 할 목적이나 남한 체제를 부정하는 측면에서 서술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쓰는 까닭은 남북불교 교류에 관한 기록이 사장되는 것과 자료의 보존과 발굴, 재정리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그리고 교류 당사자로서 해야 할 일종의 의무도 있습니다. 1,700년 남북한의 불교가 통일 또는 통합을 이루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분석과 이해를 돕기 위해 기록하고자 합니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남북불교 교류에는 형식과 과정이 있다. 누구와 어떻게 만났느냐는 형식과 만나서 무엇을 얘기하고, 결정한 것을 이행한 것은 교류의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주인공 또는 참관인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만이 정확하다고 주장한 몇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원고 수정・자료 보완을 위해 소장하는 관련 자료와 사진 제공을 요청하였으나 현재까지 전달해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고대중국 전국시대의 고사성어인 ‘달팽이 뿔싸움’(蝸角之爭)처럼 구태와 내분으로 일관한다면 평화통일과 남북교류는 요원하다. 7080년대식의 색깔 논쟁이나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공안 정치로는 통일의 문을 열 수 없다. 2000년도 이후,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선도한 불교계는 남북정상회담의 또 다른 수혜자였다. 지난 10년간의 남북불교 교류는 남과 북이 알게 모르게 체험한 세계로 이제, 바꿀 수 없는 현실이란 사실을 직시할 때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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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범
경북 경주 출생으로 1984년부터 불교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하다가 1990년 초, 법보종찰 해인사에 입산 환속했다. 1994년부터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2000년부터 평양과 개성·금강산 등지를 다녀왔으며, 현재는 평화통일불교연대 운영위원장과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불교교류 60년사’ 등과 논문으로 ‘북한 주민들의 종교적 심성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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