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평양 방문 한 달여 만의 일이다. 19일 국내 언론은 ‘한반도 평화, 디딤돌 될 교황의 방북 수락’(한겨레 사설)・‘교황의 방북 수락을 환영한다’(경향신문 사설)・‘교황이 평양 땅 밟는 순간, 김정은 비핵화 의지 국제 공증’(한국일보 3면) 등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에 대해 의미와 평가 등을 짚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9월 쿠바를 방문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8월 14~18일 서울에 방문한 교황이 2018년 10월 방북 초청을 수락해서 한반도 정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겨레신문》(2018.10.19.)이 기사에서 다룬 것과 같이 첫째,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교황의 사상 첫 방북 자체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북-미 양쪽을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게끔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둘째, 세계 12억 가톨릭 사회의 영적 지도자의 방북을 통해 북한을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평가됐다.
그때 로마 교황은 “김정은(국무위원장), 공식 초청장 보내주면 갈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했던 北초청 3년간 없었는데, 문 대통령, 교황에 또 방북 요청”이라고 《중앙일보》(2021.10.30.)는 관련 기사를 썼다. 미국 연방정부 산하의 USAGM(옛 BBG)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사 《미국의 소리》(2021.10.26.)는 교황 방북에 대해 “김정은이 갖고 싶어 하는 지위와 위신, 관심을 주게 될 뿐”이라는 회의적 입장을 내놓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0월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째 면담한 자리에서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라며, “북측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화답했다. 1974년 이탈리아 로마에 개설된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관 등 남측 가톨릭계는 교황의 평양행을 현재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그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식은 북측 조불련의 중국 방문이다.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은 중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2006년 4월 창설된 중국 세계불교포럼의 제5차 대회(2018.10.29)에 참가해 연설했다. 중국과의 연대를 통한 조불련의 위상 제고와 그해 동안의 남북교류에 대해 다시 살펴본다.
조불련 위원장, 중국에 가다
조불련 제6대 강수린 위원장은 2012년 11월 18일 취임한 후, 국제활동을 처음 가졌다. 2018년 10월 29~30일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티엔시(莆田市)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차 세계불교포럼에는 강 위원장을 단장으로 차금철 서기장, 통역관 등 4명이 참석했다. 2009년 3월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영산범궁에서 열린 제2차 세계불교포럼에 심상진 위원장 등 대표단이 참가한 후, 두 번째 대표단을 파견했다. 그 이전에도 조불련 중앙위원회 어명선 방문단장은 2002년 11월 19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불교협회에서 이첸(一誠) 법사 등과 회동하고, 북측은 경전함을 선물로 전달하는 등 양국의 친선과 우의를 다졌다.
1953년 5월 30일 중국 베이징시 서성구 광제사에서 창립한 중국불교협회는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와 공동 주최로 2018년 10월 제5차 세계불교포럼을 개최했다. ‘교류하며 서로 배우고, 중도로 원만 융화하자.(交流好感 中道圓滿)’라는 대주제를 내걸고, 그 아래 총 7개의 분과로 나눠 진행했다. 남북한이 함께 참가한 제5차 세계불교포럼에는 일본・베트남・미얀마・미국・호주 등 58개국 천여 명의 불교 지도자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세계불교포럼 푸티엔대회에서는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불교도들이 함께 노력하자는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이날 채택된 공동선언문에는 △ 불교의 중도 원융사상 실천, 평등 포용의 자세로 다른 종교와 문명 교류 추진 △ 불교의 자비 평화의 교리를 알리고, 세계의 항구적 평화 유지에 진력 △ 불교와 해상 실크로드 관계 연구해 불교문화 유대 역할을 발휘 △ 각 국가의 불교 역사와 세계전파 경로 정리, 불교발전과 인재양성 및 포교사업, 봉사 등 협력을 강화 △ 불교의 인류 예술에 대해 탐구, 세계 불교문화 전승해 시대에 맞는 불교문화를 창달하고 △ 불교의 자비 정신을 알리고, 각국 불교도가 공익자선 실천에 기여하고 복지 증진한다. △ 불교의 환경보고 사상과 이념을 널리 알리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삶을 촉진, 청정하고 장엄한 정토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하자 등 7개 항목이 담겼다.
중국불교협회가 격년제로 개최하는 세계불교포럼은 2006년 4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제1차 불교포럼으로 시작됐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체제에서 중국 공산당 제16기 6중전회(2006년 10월)가 ‘결정’한 바와 같이 사회의 조화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본질적인 속성을 종교와 종교교류에 포함시킨 현대 중국불교의 또 다른 모습이다. 북측의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은 2018년 10월 29일에 열린 제5차 세계불교포럼 푸티엔대회에 개막 연설을 처음 했다. “조선불교도들은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 화해와 화합을 위하여 용맹정진할 것이다.”는 그의 연설문(중국어, 한글본)은 현재, 중국불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그의 발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대표 여러분. 나는 먼저 조선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특히 전통적인 조중 친선관계가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 발전되고 있는 때에 제5차 세계불교연단에 우리 대표단을 친절히 초청하여준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와 중국불교협회에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이번 제5차 세계불교연단의 주제로 설정한 ‘교류호감, 중도원융’이 불교의 리념으로 보나 조성된 정세로 보나 지극히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 찬동하며, 이번 연단이 원만히 진행되어 보다 큰 성과가 이룩될 것을 바랍니다.
존경하는 대표 여러분. 지금 조선반도에는 화해와 협력, 평화와 번영, 통일을 갈망하는 우리 민족의 지향과 념원이 실현되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첨예한 정치적 대립과 군사적 대결로 치닫던 북과 남 사이에서는 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실천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핵전쟁 위험이 극도에 도달하였던 조미 사이에서도 핵시험과 로케트 발사중지, 핵시험장 페기, 미군유골 송환, 대규모 합동군사 연습중지 등 세기를 이어오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일련의 긍정적 조치들이 취해져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불교도들을 비롯한 세계 인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중략)…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전쟁은 최대의 악행이며 평화는 최대의 자비라고 가르치시였습니다. 나는 북남, 조미 수뇌분들께서 손을 맞잡고 뜻을 합쳐 탄생시킨 력사적인 선언들이 바로 악을 징벌하고, 선을 권장할 데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와 평화, 화해와 화합의 불교 리념과도 일맥상통하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조선불교도들은 조선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사변들과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 찬동하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 화해와 화합을 위해 변함없이 용맹정진할 것입니다. 나는 이 기회에 중국불교협회를 비롯하여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모든 불교도들이 부처님의 리념을 받들어 력사적인 북남공동선언들과 싱가포르 조미 공동성명의 리행을 위한 우리의 실천행에 사심 없는 지지와 련대를 보내주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끝으로 나는 조・중 두 나라 수뇌분들의 세 차례 상봉과 회담, 호상 교류를 통하여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승화 발전되고 있는 전통적인 조중 관계와 더불어 두 나라 불교도들 사이의 련대 협력과 교류가 더욱더 강화 발전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와 중국불교협회에 다시 한 번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은 개막식장에서 당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의장인 문덕 천태종 총무원장과 편백운 태고종 총무원장 등 남측불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때 강수린 위원장은 편백운 태고종 총무원장과의 회동에서 “① 태고종단에서 홍(紅) 가사를 전달하겠다.”는 것과 ② “금강산 유점사 복원으로 전통불교 계승하자.”라는 제안에 대해 적당한 시기에 서로 접촉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자는 원칙적인 틀에 협의했다.
1990년 중반부터 중국 베이징시 소재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에서 근무한 이력의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은 그때 중국이 만들고 개최한 세계불교포럼을 체험하면서 세계종교와의 만남도 같이 경험했다. 이로써 대국굴기의 부활을 선언한 중국불교와의 즉, 차이나 코드(China code)를 처음 만들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DPRK 종교계의 한목소리
북측 종교계를 대표하는 조선종교인협회(KCR, 강지영 회장)는 2018년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직후, 10월 4일경 남측의 7대 종단대표들에게 “올해 안에 평양에서 남북종교인 모임을 갖자.”고 제안하는 등 한목소리를 냈다. 남측 일간지에 의해 보도된 이 제안은 개신교와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측에 전달됐다고 한다.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 방북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남과 북측의 종교대표들은 3.1운동 당시 종교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 취지를 살려 남측 정부와는 별도로,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또한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가능성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북측 “조선종교인협회 주최로 3.1 인민봉기 99돌 기념행사가 1일 평양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교당에서 진행됐다.”고 《서울평양뉴스》(2018.3.1.)가 보도했다. 강지영 조선종교인협회장을 비롯한 윤정호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부위원장,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원회,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성원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날 기념 보고회에서는 남조선의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보내온 축전이 소개했다고 전했지만, 그 내용은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남측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방북단 15명)는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초청으로, 2009년 5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다. 2018년 11월 28일부터 3박 4일간 방북 일정에는 평양 정성제약공장 등 기존 협력사업장의 모니터링을 비롯해 옥류아동병원과 류경치과병원 등 추진할 협력사업과 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평양교원대학과 과학기술전당을 찾았다. 이때 북측의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영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에게 “조계종이 신계사 운영을 정상화해달라.”라고 한 소식까지 전했다. 같은 해 11월 18~19일에는 북측 금강산 온정리의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 행사’ 방북단으로 원택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과 덕조 사회부장, 제정 불교문화재연구소장 3명이 참가해 금강산 신계사를 참배하고, 복원한 전각의 상태를 확인했다.
《카톨릭뉴스》(2018.12.26.)는 북측 조선종교인협회가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의 제안으로, 성탄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물을 남측에 처음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남측 개신교단들과 가톨릭이 2014년에 결성한 신앙과직제협의회를 통해 전달된 북측의 성탄 영상물은 12월 21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성탄음악회에서 공개됐다. 1분 38초 분량의 영상에서는 조선종교인협회 강지영 회장의 인사말, 평양 장충성당 성탄미사와 평양 봉수교회 성탄예배 영상 그리고 메시지 등으로 이뤄졌다.
어느 해보다 평화와 통일의 열기가 다시 차올랐던 2018년도. 그해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방북했던 인사들에 의해 전달된 교류 소식도 끝내 멈추었다. 그 숱하게 채택한 공동선언문과 기원문에서 효험을 얻기도 전에 교류의 딜레마(dilemma)로 남았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을 상징하는 판문점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금강산・개성은 다시 옛날 옛적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 다음 편은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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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범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1984년부터 불교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하다가 1990년 초, 법보종찰 해인사에 입산 환속했다. 1994년부터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2000년부터 평양과 개성·금강산 등지를 다녀왔으며, 현재는 평화통일불교연대 운영위원장과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불교교류 60년사’ 등과 논문으로 ‘북한 주민들의 종교적 심성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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