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불교교류 비망록 이제, 다시 본다] 46. 2015년 남북공동 합동법회
[남북불교교류 비망록 이제, 다시 본다] 46. 2015년 남북공동 합동법회
  • 이지범 북한불교연구소 소장
  • 승인 2023.03.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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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과 개성에 가다”

2015년에 남북은 대화를 서로 원하면서도 상대방의 대화 제의는 거부하는 묘한 상황이었다.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고위급접촉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1월 16일 국방위 중대 제안을 통해 남북간 정치・군사 의제 논의를 주장했다.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도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분단 70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은 정치적 안정과 대외 경제개방을 모색하던 북측과 집권 3년차의 박근혜 정권에서도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 불렸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MBC 박성준 기자 질의에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로 통일대박론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 선언은 흡수통일과 붕괴 시도라고 북측이 간주하고, 남측은 북측의 정치・군사 회담 제의를 진정성 없는 평화공세로 받아들였다. 양측은 자신의 대화 제의에 상대방이 응하기만을 요구하면서 시간을 허송했다.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 DMZ 목함지뢰 폭발사건과 8월 20일 경기도 연천 서부전선 포격 사건으로 극렬히 충돌했다. 남측은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21일 북측은 인민군의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그날 16시 북측은 김양건 당비서 명의 통지문을 통해 고위급접촉을 제의하고, 남측이 18시에 역제의하면서 8월 22일 18시 판문점에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김양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마주 앉았다.

전쟁 위기 속에 개최된 8월 22일~25일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에서 “쌍방은 접촉에서 최근 남북 사이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③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로 중단하기로 하였다. ④ 북측은 준 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⑤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⑥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이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양측이 한발씩 양보한 결과로, 또 쌍방의 관심과 요구에 화답한 긍정적 결과였다. 2015년 10월 20일~26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은 이산(離散)의 아픔을 보듬었다. 소셜 네트워크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고호(gogho)의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2019년) 소설에는 “우레와 같은 폭탄이 떨어지던 날. 굉음 속에 엄마 잃고, 누이의 고사리손 우습게 놓쳐버렸다. 술에 절은 아버지는 누이를 만난다며 봄볕 좋은 날 서둘러 가시고, 홀로 억지로 붙인 이 목숨, 이제사 너를 만난다니. 구차히 살아온 보람이 아니겠느냐. … (중략) … 유독 매서운 겨울을 지나 애달픈 아리랑 고개를 넘어 이제야 왔구나. 이제야 만나는구나. 기가 차서 두 손만 썩썩 비빈다. 이북은 여그보다 춥담서. 오래전에 사둔 장갑 손에 찌워주고, 어떻게 핏줄은 낳고 살았는가. 낯선 조카들을 보니 주책없이 눈물이 흐른다. 헤어지지 맙시다. 다신 헤어지지 맙시다. 다 늙은 것이 애마냥 옷고름을 적신다. 죽지 말고 기다리라고, 내년 지 생일날 꼭 다시 보잠서 살아만 있으라고.”하는 글귀가 세간에 주목받았다.

그리고 금강산과 개성에서 남북불교 합동법회가 열리면서 민간교류에도 작은 숨통이 튀었다. 그땐 갈 수 있다거나 없다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남북대화의 암울한 잠복기였던 박근혜 정권 때 이뤄진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을 다시 들여다본다.

상봉작별에 눈물을 흘리는 북측 이산가족(2015.10.22. 금강산호텔 앞마당). 사진=나무위키(2016.7.16.).





금강산 신계사 복원 8돌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2015.10.15.). 사진=신문고 뉴스(2015.10.16.)





금강산 신계사 복원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 발원문 낭독(2015.10.15.). 사진=민추본 홈페이지.



금강산, 남북대화의 현장

2015년에는 남북관계의 골든타임(黃金期)이 가능토록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의 시급성이 안팎으로 제기됐다. 특히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이명박 정권에서 발표한 5.24 조치를 무력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였다. 5.24 대북 조치가 정치・제도적으로 실재하는 국면에서 남북간 교역과 교류는 제로 상태였다. 스스로 대화 의지를 밝히고 대화를 제의한 박근혜 정권에서는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구동될 남북문제 해결의 골든타임(適期)을 허비해버리고 말았다.

2014년 9월 26일∼29일 윤이상평화재단 영담 이사장을 비롯한 3명은 평양 윤이상음악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 참관을 위해 방북했다. 그다음 해 동안 양측은 관계 개선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대화의 첫 물꼬였다. 2015년 8월 22일~2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한 남북 고위급접촉의 성과였다. 그해 10월 20일부터 외금강산 온정리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에는 남측 상봉단 96가족 389명과 북측 96가족 141명이 참가했다. 그 당시 대부분 80대로, 90대와 최대는 100세 이상 최고령 층이라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들이 생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2023년 1월 중순에도 황해도 연백이 고향이던 90세 실향민도 유명을 달리했다는 슬픈 소식을 접할 뿐.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최고령인 1세대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게 됨에 따라 2세~3세대들이 중심이었다. 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산가족의 존재조차 아는 이들도 없거나 드문 편이다.

이보다 앞서 2015년 10월 15일 오전 11시 신계사 대웅보전에서 ‘금강산 신계사 복원 8돐 기념 조국통일기원 북남불교도 합동법회’가 개최됐다. 박근혜 정권에서 남북 민간교류의 첫 신호탄이었다. 2007년 10월 신계사 공동낙성식 때 300여 명이 참가한 이후, 최대 인원인 100여 명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남측 65명이 참가한 데 반해 북측에서 30여 명이 참석했던 낙성식 때보다 열 명이 더 많은 40여 명이 자리했다. 그것은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 주관하는 신계사 남북합동 법회이었기도 했다. 또 문화보존지도국, 금강산관광총회사 임원들과 안내원도 참석했다.

8.25 남북 고위급 합의에 따라 치러진 민간차원의 남북 공동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날 법회는 리영호 조불련 책임부원과 진효 민추본 사무총장의 공동사회로 진행됐다. 조국통일을 기원하는 타종,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남북측의 헌화 순으로 진행했다. 지홍 조계종 민추본 본부장의 경과보고,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의 개회사,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봉행사가 이어졌다. 남북공동 발원문은 리현숙 조불련 전국신도회 상임부회장과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장이 신도대표로 낭독했다. 사홍서원을 봉독하고,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지성당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통해 조국통일 실천행에 나서자. 또한 합동법회의 인연으로 참석자 모두가 통일보살이 되기를 기원한다.”라는 개회사를 했다. 남북은 공동발원문을 통해 “반목과 대결에서 벗어나 화해와 단합의 새 시대를 열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용맹정진하겠습니다. 또한 신계사가 통일도량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금강산 관광길도 앞장서 열고 신계사 순례길도 반드시 이어 놓겠습니다.”라는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불자들이 역할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특히, 이때 전준호 대불청 회장은 2014년 6월 29일 신계사에서 첫 인연을 맺은 리현숙 조불련 전국신도회 상임부회장에게 조불련 청년조직 결성과 교류를 공식 제의해 2016년 초, 조불련 전국신도회 산하에 청년위원회가 조직되는 성과를 이뤘다.

합동법회 참석자들은 법회 후 외금강 목란관에서 점심 공양을 마치고, 외금강산 옥류동 계곡을 따라 구룡연 폭포까지 왕복 산행으로 대화의 꽃을 피우고, 교류 의지를 다졌다. 이때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에게 “남북 교류가 좀 더 편안하고 원만하게 이어져야 한다. 남북불교가 함께 상생공존 발전하기를 바란다.”라며 말을 건넸다. 이에 강 위원장은 “공존 합심을 통해 남북불교 교류와 통일의 의지를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라며 이날 대화의 장을 평했다. 조계종단의 금강산 신계사 방문단은 그날 오후 5시 30분 남측으로 귀환했다.

남북 불교계 수장이 참석한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는 2010년 5.24 대북 조치에도 불구하고 2015년까지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한 사찰복원 기념행사로 치러졌다. 이 합동법회는 조계종 총무원장과 조불련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성사됐다. 2015년 3월 26일 중국 심양 칠보산호텔에 열린 남북불교 대표자 회담에는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차금철 서기장・리영호 책임부원과 남측의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지홍 민추본부장・진효 민추본 사무총장과 실무진이 참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먼저 양측의 선물교환에 이어 ① 광복과 분단 70년 남북공동 법회 추진사항, ② 남북불교 문화재 교류협력사업 추진사항, ③ 서산대사 춘・추계 국가제향 봉행 추진사항, ④ 북측사찰 성지순례 및 평화의 불 방북 추진사항 등을 협의했다.

또 조계종 민추본과 북측 조불련은 그해 10월 2일 개성 민속려관에서 실무회의를 가졌다. 개성 실무회의에는 지홍 민추본 본부장을 단장으로 전준호 대불청 회장을 비롯한 6명과 조불련 차금철 서기장과 리현숙 전국신도회 상임부회장 등 3명이 참석했다. 개성 회의에서는 ① 금강산 신계사 남북합동 법회(10월 15일), ② 서산대사 추계제향 11월 봉행 제안 등이 다뤄졌다. 조불련은 묘향산 수충사 추계제향 제안에 대해 그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개최 여부를 추후 검토 사안으로 다뤘다.

이때 조불련은 묘향산에 북측의 1급 국가시설(제1・제2 국제친선전람관)이 있으므로 상부의 현안 보고와 결정이 필요했다. 또 명목적이더라도 ‘서산대사 제향’ 형태가 국가 차원의 명칭을 거론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조불련 단위로 확정하기 어려운 특수 사안이라 평가할 수 있었다. 그해 10월 15일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에서도 수충사 제향 행사를 거듭 요청하였으나 이와 관련한 고려사항이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또 같은 시기에 제안된 ‘108 산사순례단’ 방북 행사는 금강산과 개성 등 관광이 가능한 관할 지역에서의 개최를 환영하면서도 추후 검토 사안으로 조치했다. 종교색이 짙은 행사와 명칭이라는 점에서 재평가됐을 가능성이 짙다.

신냉전의 남북한 기류에서도 불교 교류는 진행됐다. 2015년까지도 남측 불교계는 구충제와 양초, 밀가루 등을 북측 조불련에 지원하면서 ‘신뢰의 끈’을 이었다. 그것은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를 통해 또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중단된 남북 교류는 2018년 8월 20일~26일 금강산호텔에서 제21차 이산가족 상봉(남측 89명, 북측 83명)이 성사되었지만, 기약 없는 작별을 나눴다. 지금은 마지막 상봉이 아니었기를 소망하게 된다.



개성 남대문 옛 앞거리, 연복사종(1937년 7월 촬영). 사진=한국개성승경사진첩(平成30年刊)





개성 영통사 복원 10돌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2015.11.3.). 사진=이지범.





개성 천마산 관음사 방문 기념촬영(2015.11.3.). 사진=이지범.



개성, 초청된 자들의 여행

해방과 분단 이후에 개성특별시(2003.9.)는 초청받은 이들만이 왕래할 수 있다. 물론, DMZ 군사분계선(북측은 분리선) 이북 땅은 똑같다. 방북하려면 공식이든 비공식 라인으로 모두 북측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 통일부에서도 발급된 초청장을 근거로 방북 허가증을 발급하고 있다. 누군가 초청장을 받고 중국 베이징과 심양 등의 대사관・영사관에서 비자(북측은 사증)를 발급할 때도 북측 기관에서 발행한 초청장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개성 방문은 곧, ‘초청받은 자들의 여행’이다.

2016년 2월부터 중단된 개성공단은 북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2004.10.20. 출범)에서 발행하는 방문증(유효기간)을 받아 출입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평양 경유의 개성 방문은 사증으로 대체하고, 판문점에서도 소수의 인원일 때는 마찬가지다. 출국할 때 공항 등에서는 그 사증을 회수한다. 다만, 대규모 인원이 판문점을 경유해서 개성 시내를 들어갈 때는 북측 조불련의 초청장을 받아 통일부의 허가를 거쳐 판문점 북측 출입사무소(CIQ) 날인의 ‘방문증’을 패용하고 들어갈 수 있다. 축구경기장에서 감독과 코치들이 등록증을 착용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개성 방문증은 또 하나의 기념품이 되는 셈이다.

개성 영통사 방문에 대한 초청장은 2005년 10월 낙성식(준공식)을 전후로 발급 주최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조선경제협력위원회 산하의 개성 령통사복원추진위회 명의로 초청했다. 이후로는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가 발급하였으나 2015년 11월 남측인사 75명을 초청한 이후로 멈추었다.

남측 천태종과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은 2015년 11월 3일 오전 10시 개성 영통사 보광원에서 ‘령통사 복원 10돐 기념 조국통일기원 북남불교도 합동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합동법회는 8.25 남북 고위급 합의에 따라 개성에서 개최한 남북 공동행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남측 천태종 춘광 총무원장・천태종의회 무원 부의장 등 75명과 북측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리규룡 부위원장・차금철 서기장 등과 개성 영통사 주지 혜명・평양 광법사 주지 수덕・평양 정릉사 주지 룡산・평양 법운암 주지 대평 등 주요사찰 주지와 부전, 리현숙 조불련 전국신도회 부회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은 남측 천태종과 공식 행사를 처음 가졌다. 필자는 강 위원장과 처음으로 만나 박연폭포에서 기념촬영도 했지만 그땐 몰랐던 마지막 인사였다.

북측의 리영호 조불련 책임부원과 남측 덕중 천태종 복지국장의 공동사회로 개막한 이날 합동법회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남북측의 헌화 순으로 진행했다. 월도 천태종 총무부장의 영통사 복원 10주년 경과보고,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의 개회사, 춘광 천태종 총무원장의 봉행사가 이어졌다. 남북공동 발원문 낭독과 사홍서원을 끝으로 법회를 마무리하고,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그다음 경선원으로 이동해 대각국사 진영에 참배하고, 천마산 관광도로를 따라 박연폭포와 관음사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가졌다. 이후 개성 민속촌에서 늦은 점심을 마치고 서울로 귀환했다.

지금도 무채색의 개성 시내와 황량한 들판 그리고 방문객들과 분리된 북측 주민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돼 있다. 비록 초대받은 그들만의 잔치, 기념 법회였을지라도 만남의 역사는 다시 방문할 때 시나브로 이루어질 것 같다.

# 다음 편은 ‘2015년 남북종교인들의 모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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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작별에 눈물을 흘리는 북측 이산가족(2015.10.22. 금강산호텔 앞마당). 사진=나무위키(2016.7.16.).
금강산 신계사 복원 8돌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2015.10.15.). 사진=신문고 뉴스(2015.10.16.)
금강산 신계사 복원 8돌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2015.10.15.). 사진=신문고 뉴스(2015.10.16.)
금강산 신계사 복원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 발원문 낭독(2015.10.15.). 사진=민추본 홈페이지.
금강산 신계사 복원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 발원문 낭독(2015.10.15.). 사진=민추본 홈페이지.

금강산, 남북대화의 현장

2015년에는 남북관계의 골든타임(黃金期)이 가능토록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의 시급성이 안팎으로 제기됐다. 특히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이명박 정권에서 발표한 5.24 조치를 무력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였다. 5.24 대북 조치가 정치・제도적으로 실재하는 국면에서 남북간 교역과 교류는 제로 상태였다. 스스로 대화 의지를 밝히고 대화를 제의한 박근혜 정권에서는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구동될 남북문제 해결의 골든타임(適期)을 허비해버리고 말았다.

2014년 9월 26일∼29일 윤이상평화재단 영담 이사장을 비롯한 3명은 평양 윤이상음악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 참관을 위해 방북했다. 그다음 해 동안 양측은 관계 개선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대화의 첫 물꼬였다. 2015년 8월 22일~2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한 남북 고위급접촉의 성과였다. 그해 10월 20일부터 외금강산 온정리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에는 남측 상봉단 96가족 389명과 북측 96가족 141명이 참가했다. 그 당시 대부분 80대로, 90대와 최대는 100세 이상 최고령 층이라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들이 생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2023년 1월 중순에도 황해도 연백이 고향이던 90세 실향민도 유명을 달리했다는 슬픈 소식을 접할 뿐.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최고령인 1세대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게 됨에 따라 2세~3세대들이 중심이었다. 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산가족의 존재조차 아는 이들도 없거나 드문 편이다.

이보다 앞서 2015년 10월 15일 오전 11시 신계사 대웅보전에서 ‘금강산 신계사 복원 8돐 기념 조국통일기원 북남불교도 합동법회’가 개최됐다. 박근혜 정권에서 남북 민간교류의 첫 신호탄이었다. 2007년 10월 신계사 공동낙성식 때 300여 명이 참가한 이후, 최대 인원인 100여 명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남측 65명이 참가한 데 반해 북측에서 30여 명이 참석했던 낙성식 때보다 열 명이 더 많은 40여 명이 자리했다. 그것은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 주관하는 신계사 남북합동 법회이었기도 했다. 또 문화보존지도국, 금강산관광총회사 임원들과 안내원도 참석했다.

8.25 남북 고위급 합의에 따라 치러진 민간차원의 남북 공동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날 법회는 리영호 조불련 책임부원과 진효 민추본 사무총장의 공동사회로 진행됐다. 조국통일을 기원하는 타종,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남북측의 헌화 순으로 진행했다. 지홍 조계종 민추본 본부장의 경과보고,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의 개회사,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봉행사가 이어졌다. 남북공동 발원문은 리현숙 조불련 전국신도회 상임부회장과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장이 신도대표로 낭독했다. 사홍서원을 봉독하고,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지성당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통해 조국통일 실천행에 나서자. 또한 합동법회의 인연으로 참석자 모두가 통일보살이 되기를 기원한다.”라는 개회사를 했다. 남북은 공동발원문을 통해 “반목과 대결에서 벗어나 화해와 단합의 새 시대를 열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용맹정진하겠습니다. 또한 신계사가 통일도량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금강산 관광길도 앞장서 열고 신계사 순례길도 반드시 이어 놓겠습니다.”라는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불자들이 역할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특히, 이때 전준호 대불청 회장은 2014년 6월 29일 신계사에서 첫 인연을 맺은 리현숙 조불련 전국신도회 상임부회장에게 조불련 청년조직 결성과 교류를 공식 제의해 2016년 초, 조불련 전국신도회 산하에 청년위원회가 조직되는 성과를 이뤘다.

합동법회 참석자들은 법회 후 외금강 목란관에서 점심 공양을 마치고, 외금강산 옥류동 계곡을 따라 구룡연 폭포까지 왕복 산행으로 대화의 꽃을 피우고, 교류 의지를 다졌다. 이때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에게 “남북 교류가 좀 더 편안하고 원만하게 이어져야 한다. 남북불교가 함께 상생공존 발전하기를 바란다.”라며 말을 건넸다. 이에 강 위원장은 “공존 합심을 통해 남북불교 교류와 통일의 의지를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라며 이날 대화의 장을 평했다. 조계종단의 금강산 신계사 방문단은 그날 오후 5시 30분 남측으로 귀환했다.

남북 불교계 수장이 참석한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는 2010년 5.24 대북 조치에도 불구하고 2015년까지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한 사찰복원 기념행사로 치러졌다. 이 합동법회는 조계종 총무원장과 조불련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성사됐다. 2015년 3월 26일 중국 심양 칠보산호텔에 열린 남북불교 대표자 회담에는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차금철 서기장・리영호 책임부원과 남측의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지홍 민추본부장・진효 민추본 사무총장과 실무진이 참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먼저 양측의 선물교환에 이어 ① 광복과 분단 70년 남북공동 법회 추진사항, ② 남북불교 문화재 교류협력사업 추진사항, ③ 서산대사 춘・추계 국가제향 봉행 추진사항, ④ 북측사찰 성지순례 및 평화의 불 방북 추진사항 등을 협의했다.

또 조계종 민추본과 북측 조불련은 그해 10월 2일 개성 민속려관에서 실무회의를 가졌다. 개성 실무회의에는 지홍 민추본 본부장을 단장으로 전준호 대불청 회장을 비롯한 6명과 조불련 차금철 서기장과 리현숙 전국신도회 상임부회장 등 3명이 참석했다. 개성 회의에서는 ① 금강산 신계사 남북합동 법회(10월 15일), ② 서산대사 추계제향 11월 봉행 제안 등이 다뤄졌다. 조불련은 묘향산 수충사 추계제향 제안에 대해 그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개최 여부를 추후 검토 사안으로 다뤘다.

이때 조불련은 묘향산에 북측의 1급 국가시설(제1・제2 국제친선전람관)이 있으므로 상부의 현안 보고와 결정이 필요했다. 또 명목적이더라도 ‘서산대사 제향’ 형태가 국가 차원의 명칭을 거론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조불련 단위로 확정하기 어려운 특수 사안이라 평가할 수 있었다. 그해 10월 15일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에서도 수충사 제향 행사를 거듭 요청하였으나 이와 관련한 고려사항이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또 같은 시기에 제안된 ‘108 산사순례단’ 방북 행사는 금강산과 개성 등 관광이 가능한 관할 지역에서의 개최를 환영하면서도 추후 검토 사안으로 조치했다. 종교색이 짙은 행사와 명칭이라는 점에서 재평가됐을 가능성이 짙다.

신냉전의 남북한 기류에서도 불교 교류는 진행됐다. 2015년까지도 남측 불교계는 구충제와 양초, 밀가루 등을 북측 조불련에 지원하면서 ‘신뢰의 끈’을 이었다. 그것은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를 통해 또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중단된 남북 교류는 2018년 8월 20일~26일 금강산호텔에서 제21차 이산가족 상봉(남측 89명, 북측 83명)이 성사되었지만, 기약 없는 작별을 나눴다. 지금은 마지막 상봉이 아니었기를 소망하게 된다.

개성 남대문 옛 앞거리, 연복사종(1937년 7월 촬영). 사진=한국개성승경사진첩(平成30年刊)
개성 남대문 옛 앞거리, 연복사종(1937년 7월 촬영). 사진=한국개성승경사진첩(平成30年刊)
개성 영통사 복원 10돌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2015.11.3.). 사진=이지범.
개성 영통사 복원 10돌 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2015.11.3.). 사진=이지범.
개성 천마산 관음사 방문 기념촬영(2015.11.3.). 사진=이지범.
개성 천마산 관음사 방문 기념촬영(2015.11.3.). 사진=이지범.

개성, 초청된 자들의 여행

해방과 분단 이후에 개성특별시(2003.9.)는 초청받은 이들만이 왕래할 수 있다. 물론, DMZ 군사분계선(북측은 분리선) 이북 땅은 똑같다. 방북하려면 공식이든 비공식 라인으로 모두 북측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 통일부에서도 발급된 초청장을 근거로 방북 허가증을 발급하고 있다. 누군가 초청장을 받고 중국 베이징과 심양 등의 대사관・영사관에서 비자(북측은 사증)를 발급할 때도 북측 기관에서 발행한 초청장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개성 방문은 곧, ‘초청받은 자들의 여행’이다.

2016년 2월부터 중단된 개성공단은 북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2004.10.20. 출범)에서 발행하는 방문증(유효기간)을 받아 출입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평양 경유의 개성 방문은 사증으로 대체하고, 판문점에서도 소수의 인원일 때는 마찬가지다. 출국할 때 공항 등에서는 그 사증을 회수한다. 다만, 대규모 인원이 판문점을 경유해서 개성 시내를 들어갈 때는 북측 조불련의 초청장을 받아 통일부의 허가를 거쳐 판문점 북측 출입사무소(CIQ) 날인의 ‘방문증’을 패용하고 들어갈 수 있다. 축구경기장에서 감독과 코치들이 등록증을 착용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개성 방문증은 또 하나의 기념품이 되는 셈이다.

개성 영통사 방문에 대한 초청장은 2005년 10월 낙성식(준공식)을 전후로 발급 주최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조선경제협력위원회 산하의 개성 령통사복원추진위회 명의로 초청했다. 이후로는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가 발급하였으나 2015년 11월 남측인사 75명을 초청한 이후로 멈추었다.

남측 천태종과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은 2015년 11월 3일 오전 10시 개성 영통사 보광원에서 ‘령통사 복원 10돐 기념 조국통일기원 북남불교도 합동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합동법회는 8.25 남북 고위급 합의에 따라 개성에서 개최한 남북 공동행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남측 천태종 춘광 총무원장・천태종의회 무원 부의장 등 75명과 북측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리규룡 부위원장・차금철 서기장 등과 개성 영통사 주지 혜명・평양 광법사 주지 수덕・평양 정릉사 주지 룡산・평양 법운암 주지 대평 등 주요사찰 주지와 부전, 리현숙 조불련 전국신도회 부회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은 남측 천태종과 공식 행사를 처음 가졌다. 필자는 강 위원장과 처음으로 만나 박연폭포에서 기념촬영도 했지만 그땐 몰랐던 마지막 인사였다.

북측의 리영호 조불련 책임부원과 남측 덕중 천태종 복지국장의 공동사회로 개막한 이날 합동법회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남북측의 헌화 순으로 진행했다. 월도 천태종 총무부장의 영통사 복원 10주년 경과보고,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의 개회사, 춘광 천태종 총무원장의 봉행사가 이어졌다. 남북공동 발원문 낭독과 사홍서원을 끝으로 법회를 마무리하고,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그다음 경선원으로 이동해 대각국사 진영에 참배하고, 천마산 관광도로를 따라 박연폭포와 관음사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가졌다. 이후 개성 민속촌에서 늦은 점심을 마치고 서울로 귀환했다.

지금도 무채색의 개성 시내와 황량한 들판 그리고 방문객들과 분리된 북측 주민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돼 있다. 비록 초대받은 그들만의 잔치, 기념 법회였을지라도 만남의 역사는 다시 방문할 때 시나브로 이루어질 것 같다.

# 다음 편은 ‘2015년 남북종교인들의 모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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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범
경북 경주 출생으로 1984년부터 불교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하다가 1990년 초, 법보종찰 해인사에 입산 환속했다. 1994년부터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2000년부터 평양과 개성・금강산 등지를 다녀왔으며, 현재는 평화통일불교연대 운영위원장과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불교교류 60년사’ 등과 논문으로 ‘북한 주민들의 종교적 심성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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