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머물 때 밧지족 상업도시 베살리에 전염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베살리의 시민들이 부처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부처님은 비구들과 사흘을 걸어 비사리성에 도착해 <보배경>을 설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내용의 경전이다.
부처님은 베살리 사람들에게 함께 <보배경> 게송을 외우게 했고, 제자들과 함께 발우에 물을 담아 밤새 거리와 환자들에게 뿌렸다. 시신을 치우고 거리를 청정히 하는 일을 7일 동안 계속하자 전염병은 사라지고 베살리 사람들은 다시 행복을 누렸다. <증일아함경> 중 '보배경'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 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와 한국불교 미래를 고민한 보고서가 나왔다.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부설 화엄선재불교연구소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한국 종교의 현실과 방향' 제하의 2020 종책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보배경>을 인용해 ①부처님은 재난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②부처님이 재난현장에 도착해 처음 한 일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었다. ③부처님과 제자들은 밤낮 없이 청소와 방역활동을 했다고 정리했다.
연구소는 "이 경전은 불교계가 지금 같은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산문에 빗장을 채우고 사찰 안에 칩거한 채, 코로나 19가 종식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올바른 대응 방식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서 "재난의 현장을 찾아가,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바른 가르침을 전달하며, 몸소 실행할 수 있는 봉사를 실천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전염병 사태에 불교계가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불교단체로 세계적인 자선구호단체인 대만 자제공덕회를 부처님의 자비행과 유사한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자제공덕회는 코로나19 사태를 '성찰과 참회 계기'로 삼고, 사람들이 가져야할 삶의 방식 관련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봉사와 사회적 기여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성찰과 위로, 메시지 전파, 사회적 실천을 통해 불교계가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인터넷 방송 등을 활용한 신도와의 원활한 소통, 국민을 향한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 전파를 제안했다. 또, 생활 방역 후 조직 가능한 봉사활동을 할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종단이 "사회적 거리는 두고 마음의 거리는 좁히자"는 범국민 캠페인 시작, 종단차원의 유튜브 개설과 인터넷 자료 법문 동영상 제공, 코로나 종식을 위한 구국 기도법회, 취약계층 대상 봉사와 방역 지원, 종단 차원 재난 대비 메뉴얼 제작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내놨다.
또, 교구본사별로는 초파일 삼사순례 전통을 이어 세가지 소원을 사찰 세곳에 등 세개를 다는 '3願 3寺 3燈' 운동, 치유의 숲 등 사찰 토지를 활용 방안, SNS를 활용한 신도 소통 강화 등을 하자고 했다.
수입 감소에 대비해서는 분담금 감액과 경비 절감을 함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찰 불교단체를 지원하는 운동을 권했다.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발간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일부 종교단체 행태는 향후 우리나라 종교 전체 위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종교인들이 이기적 독선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종교에 대한 실망감 피로감이 거대한 바람이 되어 몰아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종교 위상과 부룍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검토가 필요하다. 이 보고서가 범종단적 논의를 촉발시키는 마중물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
화엄선재불교연구소는 불교와 사회, 종단과 사찰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연구 모색하기 위해 화엄사가 설립한 기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