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0월 24일은 동아일보사의 젊은 언론인 200여명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날입니다. “신문·방송·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고 다짐한 그 선언은 언론을 압살하려 들던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고문과 거짓자백 강요 등으로 조작해낸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은 물론이고 대학가의 반유신체제운동에 대한 보도가 금기로 되어 있던 그 시기에 동아일보사에서 시작된 자유언론실천운동은 민중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면서 박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러자 중앙정보부가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등에 대한 광고탄압을 가하기 시작했고, 거기 대한 항쟁으로 ‘격려광고 운동’이 뜨겁게 펼쳐졌습니다. 결국 박 정권과 동아일보 사주는 1975년 3월 17일 폭력배 200여명을 동원해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160여명을 거리로 몰아냈습니다. 그 가운데 113명이 결성한 조직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입니다. 그보다 며칠 앞선 3월 10일, 조선일보사에서는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던 기자 32명이 폭력배들에 밀려 쫓겨났는데, 그들이 얼마 뒤에 결성한 모임이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입니다.
동아투위는 오늘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을 맞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그 기나긴 세월에 저질러온 범죄적 행태를 되돌아보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이전에 폐간되어야 마땅하다. 이 운동의 주체는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앞장서온 언론인들과 뜻있는 주권자들이 되어야 한다.”(같은 극우·수구매체인 중앙일보에 대한 응징에 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폐간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두 신문은 창간 이래 98년 동안 민족과 독자들을 기만하는 기사와 논설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내보내면서 일본의 ‘천황 폐하’와 대한민국의 역대 독재정권을 찬양하고 옹호하는 핵심적 구실을 해왔습니다. 2014년 10월 24일 발간된 <동아일보 대해부>(전 5권)와 <조선일보 대해부>(전 5권)에 두 신문의 기사와 논설을 상세히 분석하고 해설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동아일보 누리집 머리에 실려 있는 동아일보·채널A 사장 김재호의 ‘인사말’에는 이런 구절이 들어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1920년 민족자본으로 창간된 한국의 대표 신문이자 정론지입니다. 일제 치하에서는 독립을 열망하는 민족의 소리를 대변하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민주항쟁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는 권력 감시의 사명을 다하며 현대사의 뜨거운 맥박을 짚어왔습니다.” 한 마디로 터무니없는 거짓말입니다.
동아일보는 1920년 4월 1일 ‘국민주주’ 형식으로 창간되었는데, ‘창간 사주’를 자칭한 김성수는 동아일보를 교묘한 방법으로 사유화한 뒤 일제강점기에 ‘천황 폐하’에게 거액의 ‘국방헌금’을 바치는 등 부일(附日) 매국·매족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그의 장남 김상만은 박정희에게 굴복해 1975년 3월 17일 동아일보사 언론인 113명을 강제 추방한 장본인입니다. 현재 사장 김재호가 이끄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던 때 얼마나 열심히 부역행위를 했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태생부터 친일신문이었습니다. 조일동화주의(朝日同化主義)를 표방한 대정친목회 대표 예종석을 앞세워 조선총독부의 발행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1933년에 극도의 경영난에 빠진 조선일보를 인수한 방응모는 평안도에서 노다지를 발견해 부자가 된 인물로, 태평양전쟁 시기에 일본군에 고가의 고사포를 ‘기증’한 바 있는 대표적 친일파였습니다. 그의 후손인 방일영, 방우영, 방상훈으로 이어지는 조선일보 발행인들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에 어떻게 ‘친위언론’ 구실을 했는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수미일관하게 주장하는 것은 ‘반공’과 ‘친미’입니다. 과거에는 그랬다 하더라도, 촛불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올해 들어 북한 정권과 강력히 추진하는 남북의 평화공존과 각 분야의 협력에 관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와 논평을 해야 할 텐데 두 신문은 중앙일보와 더불어 ‘흘러간 노래’를 계속 불러대고 있습니다. 민족의 자주와 자결을 통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데 관해서는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는데 유독 이 신문들만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안주하던 기득권체제가 무너지는 현상이 두렵기 때문이겠지요.
동아투위는 지난해 3월 17일,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세기 동안 민족을 속여온 동아일보 차라리 폐간하라’는 경고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신문은 조선일보와 함께 더욱 극악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강도를 훨씬 높여 동아·조선일보 폐간운동을 벌이자고 제창합니다. ‘언론의 민주화 없이 나라의 민주화 없다’는 명제를 실천하기 위한 이 운동에 언론계 동지들과 시민단체들이 동참하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2018년 10월 24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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