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합천평화의집
  • 승인 2016.02.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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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70년,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후손들] 5. 원폭 피해자 지원 특별법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였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핵무기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0주년이 되던 해였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알지 못합니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폭발과 화재,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이 70만 명에 달했습니다. 피폭 피해는 국적 인종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징용 등에 동원됐던 조선인들 역시 원자폭탄에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한국인(조선인)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 지조차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약 7만 명, 나가사키에서 약 3만 명의 한국인이 피폭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중 5만 명은 현장에서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피폭 한국인 가운데 4만 3,000여 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우리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원폭 피해자들은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다가 죽어갔습니다. 일상적인 삶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이들을 우리나라 정부는 외면했습니다. 피폭자와 그 후손들은 정부의 도움 없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걸어 ‘원폭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배상은 없었습니다. 원폭피해자 자신만 고통을 겪은 것이 아닙니다. 그 2세와 3세까지 피폭의 상흔이 대물림됐습니다. 2015년 9월 30일 기준으로 국내에 2,524명의 원폭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아픔은 우리 정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특별법 제정도 요원합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뜻에서 ‘합천 평화의집’과 함께 ‘잊혀진 70년, 한국인 원폭피해자들과 후손들’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한국 정부와 전쟁의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 원폭을 투하한 미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 직접 일본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과 재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재판 끝에 일본 정부로부터 ‘원폭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 곽귀훈(원폭피해자1세) 재판 ⓒ한국원폭피해자협회.사진=합천평화의집

1990년 5월,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과 일본 양국이 40억 엔을 각출하기로 합의했고, 원폭피해자복지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책임과 배상의 차원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원폭피해자복지기금은 한국인 원폭피해자 의료지원과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건립 등에 사용되었고, 2008년에 고갈되어 2009년부터 한국 정부의 예산에서 지원되고 있습니다.

이 기금과 별도로 일본 정부는 2002년 5월 재외피폭자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대한적십자사는 2003년 8월 나가사키현과 체결한 계약에 의거하여 추가로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한․일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재한 원폭피해자 피폭자 건강수첩 신청과 교부, 원호수당 및 장례비, 의료비 지원, 원폭증 인정 접수 관련 업무 등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 받고 있는 모든 지원들은 국내에서 법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국내 유일의 원폭피해자 복지시설인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지원조차 국내법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원폭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1세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으며 원폭피해자 2세 등의 후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지난 2005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한국원폭2세환우회>, 시민사회 단체가 주축이 되어 원폭피해자 지원 대책에 초점을 둔 특별법 제정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005년(17대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2009년(18대 국회)에는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이 각각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무관심으로 인해 매번 계류되다 폐기되었습니다.

▲ 국회 앞 1인 시위,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성락구 회장 ⓒ원폭피해자및자녀를위한특별법추진연대회의(사진=합천평화의집)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정의당 김제남 의원들이 대표 발의하여 4개의 원폭피해자 특별법 지원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려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한국 정부가 소홀히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정부는 원폭피해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국회 앞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 ⓒ원폭피해자및자녀를위한특별법추진연대회의(사진=합천평화의집)

현재 19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은 크게 실태조사와 원폭피해자와 그 후손들의 의료비 지원, 생활비 지원과 함께 기념사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자국민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실태조사 및 전수조사를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인 원폭피해자 현황을 말할 때 항상 ‘만 명’ 단위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사망하고 나면 원폭피해 실태의 전모를 규명하는 일도, 후세대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도 어려워집니다.

▲ 원폭피해자 보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사진=평화의집)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전쟁의 증인이자 핵 피해의 증인이기도 합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는 단순히 과거와 역사의 문제도, 특정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역사를 바로세우는 일이며 인권과 생명의 문제입니다. 원폭피해자 1세의 이들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사망자 수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또한 2세들의 평균 연령도 50대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아픈 이들에게는 국가의 방치와 무관심 속에서 병고를 치유해 가는 것 자체가 큰 고통입니다.

▲ 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앞 1인 시위, 원정부 서울지부장ⓒ원폭피해자및자녀를위한특별법추진연대회의(사진=합천평화의집)

한국은 제2의 피폭국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폭피해자가 많은 국가입니다. 그리고 원폭이 투하된 지 7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원폭피해자 1세도 원폭2세환우들에게도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원폭피해자 및 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되어 원폭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합천평화의집은 2002년, 한국인 원폭2세피해자 故 김형률님의 커밍아웃에서 시작된 한국원폭2세 인권운동의 성과를 모아 2010년 3월, 한국원폭2세와 뜻있는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에 설립한 비핵․평화운동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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