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사 D스님의 ‘서류상 사실혼’ 사건은 애초부터 정치적 판단이 좌우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조계종은 승풍실추에 대한 종도와 국민들의 지탄 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택했다. 종단은 쇄신의지를 포기했다고 선언한 셈이다.
지역 사찰 운영권을 둘러 싼 폭로에 당사자는 미국 영주권 취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증명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은 조계종 중앙무대로 옮겨지면서 종단 쇄신의지의 척도로 인식돼 왔다.
결국 사실관계를 최초 폭로하고 호법부에 진정한 현소 스님이 스스로 취하서를 제출하고 호법부는 취하서를 인용해 징계 철회를 요청했다. 사실혼 관계가 담긴 결혼증명서의 진위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조차 밝히지 못하고 총무원은 징계사건을 결국 정치적 판단으로 사실상 종결시켰다.
이날 초심호계원은 사건을 ‘각하’했고, 호법부는 ‘징계를 철회’했다. 징계를 요청한 총무원과 사법부가 사건을 종결 시킨 이유를 각각 달리 말하는 웃지 못 할 일마저 벌어졌다.
취하서에는 D 스님 사생활에 관한 문건을 신원을 알 수 없는 모 인사로부터 입수해 진위여부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유포했다며 호법부에 제소한 것을 취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D스님의 결혼증명서는 D스님 스스로도 인정했다. 하지만 진정인 현소 스님이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문건’이라는 말로 자신이 폭로한 증거자료의 사실 여부를 부정했다. 현소 스님이 말대로라면 사실 확인도 안 된 문건으로 종단을 지탄의 대상으로 몰고 간 셈이어서 오히려 징계 대상이 되어 버렸다.
제94차 초심호계원은 명적암 방화 혐의로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천안 사미에 대해 멸빈을 확정했다. 횡령 혐의로 변상금 4,200만원이 청구된 ㄱ스님과 방화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법계강급이 청구된 ㄷ스님의 심리를 종결했다.
또 백양사 도박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8명의 스님에 대한 심리를 연기했으며, 공금유용과 재산비위 사건으로 기소된 백양사 주지 시몽스님에 대해서도 심리를 연기했다. 명의신탁한 토지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ㄱ스님 사건도 심리를 연기했다. 95차 초심호계원은 9월 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