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거조암 주지 현소 스님이 6일 은해사 A승려의 출가기간 중 혼인기록을 제시하는 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승가의 비위행태가 증빙자료와 함께 공개돼 충격적이다. 게다가 증빙서류와 함께 진정서를 조계종총무원 호법부에 제출했는데도 6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소 스님에 따르면, 은해사에서 중요 소임을 맡고 있는 A스님은 1989년 8월부터 1994년 1월 이혼할때까지 4년5개월여간 미국에서 법적인 혼인관계에 있었다. 이 스님은 혼인 이전부터 현재까지 조계종 승려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소 스님은 근거로 A스님의 혼인증명서와 캘리포니아고등법원이 발행한 이혼증명서와 통지서 등을 제시했다.
현소 스님은 "이 내용을 지난 3월 총무원 호법부에 진정했으나 호법부가 아직까지도 처리하지 않아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워낙 충격적이고 심각한 사안이어서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현소 스님은 "2008년 이 서류를 우편으로 받았으나 개인 신상에 관한 가혹한 내용이어서 심사숙고하는 기간이 길어졌다"며 "그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단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고민한 시간이 길어진 것도 파장 때문이었다"며 "종단에서 자성과 쇄신 결사하고 있는 상황이고 은해사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소 스님은 이날 공개한 A스님과 40년지기로 알려져 있다. 이미 오래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현소 스님은 거조암 주지 재임이 불가능해지자 공개한 것이라는 은해사측의 주장에 대해 "거조암 주지는 이미 2년 전에 만기가 되면 그만두겠다고 통보했고, 만료 3개월전 하게 되어 있는 재임 신청도 하지 않았다"고 이를 부인했다.
호법부 조사와 관련해서는 "3월에 진정을 접수했는데 지금까지도 처리가 되지 않아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며 조사가 늦어지는데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조계종 <승려법>은 54조의3에서 '호적상 혼인관계나 사실혼 관계가 확인된 자'에 대해 징계에 의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제적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정서와 함께 제출된 혼인증명서와 이혼증명서 등을 관계기관에 진위 여부만 확인하면 제적이 가능한 셈이다.
그런데도 호법부는 진정인 조사와 피진정인 조사만 진행한채 아직까지도 관계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호법부는 미국 현지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아직까지 출장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호법부장 상운 스님은 "진정에 따라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이 건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많은 조사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상운 스님은 "조사라는게 기한을 정해놓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결과가 나오면 징계를 하든 행정처리를 하든 하겠다"면서도 언제쯤 조사가 종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한편, 이날 회견장에서는 은해사 7국장이 참석해 현소 스님에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은해사 기획국장 상휴 스님은 "종립학교를 운영하는데있어 현소 스님은 도움은커녕 지금까지 장학금 한 푼 내놓지 않았고 이를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는 비승가적인 행위를 보여왔다"며 "오늘 회견도 거조암 재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불만을 품고 연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휴 스님은 "호법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현소 스님이 회견을 연 것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위"라며 "교구가 어려울 때 어른들이 나서서 교구를 안정시켜야 함에도 오히려 어른들이 분란의 중심에 있어 후학들은 민망하고 곤혹스럽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