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15년…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개혁 15년…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 윤남진
  • 승인 2009.04.10 10: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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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3월의 실패_단순한 선거법 개정문제가 아니다

[주] 오늘은 94년 4․10 승려대회가 열린 날이다. 1994년 최초 개혁입법으로 제도화된 총무원장 선거. 이 제도로 5명의 총무원장을 뽑았고, 금년에 세 번째로 정상 임기를 마치는 총무원장을 보내고, 여섯 번째 총무원장을 뽑는다. 이번 선거도 몇몇 동아리지은 본사들과 금권에 기반을 둔한 유력 인사들의 결합방식에 따라 그럭저럭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불교가 처한 내적 역량의 빈곤과 외부환경에의 부적응 현상을 극복할 획기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도 잠재적이지만 대중의 감각적 요구로 표출되고 있다. 이에 '94년 시스템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교단(불교계)을 둘러싼 안팎의 변화된 환경을 분석한 후, '94년을 넘는 새로운 시스템'을 거칠게나마 설계해 보는, 일종의 '교단의 정치적 미래담론'을 열어가기 위한 제언의 형식으로 본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글의 순서는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계획하고 있으나 다소의 순서나 제목의 변경이 있을 수 있다.  

 ①09년 3월의 실패_단순한 선거법 개정문제가 아니다.
 ②94년 시스템_그 역사적 사명의 종언
 ③'특수한', 때로는 '소수자'로서의 한국불교
 ④새로운 시스템의 기초_'다양성'과 '보편성'의 담지
 ⑤09년 선거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

2009년, 금년 말 제33대 조계종총무원장 선거가 실시된다. 조계종 홈페이지에 의하면 1962년 4월 초대 총무원장이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32대째(권한대행 포함)이다. 평균 재임기간이 1.5년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조계종총무원장 자리는 불안정하고 부침이 컸다.

1994년 조계종은 홍역을 치른 끝에 권력의 분산과 대중공의제의 확대를 골격으로 한 개혁입법을 단행했고, 총무원장의 선출방식도 교구대표 선거인단과 중앙종회의원으로 구성되는 확대된 간선제로 변경되었다. 중앙종회의원 및 교구본사주지 선출방식도 직선제로 바뀌었다.

그 동안 이 새로운 총무원장선거법으로 선출된 총무원장은 월주(1994년), 고산(1998년), 정대(1999년), 법장(2003년), 지관(2005년)스님 등이다. 필자 나름의 기준에 의한다면 이 새로운 선거제도가 정상적으로 실시된 것은 2002년 딱 한번 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월주스님의 경우는 94년 개혁의 흐름을 탔고, 고산스님과 정대스님의 경우는 98년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할 수 있고, 지관스님의 경우는 '원로의원의 강림'이므로 선거제도의 본래 취지를 정상적으로 반영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개혁된 제도의 취지가 잘 반영된 정상적인 것으로서 2002년의 선거를 꼽는 또 다른 이유는, 법장스님의 당선을 알리는  당시의 기사에서 ‘선거혁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이 제도의 설계자들이 당초에 기대했던 결과가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비록 94년에 설계한 제도가 제한된 형태의 선거제도이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문중이나 파벌, 권력과 금력을 대중공의(공론정치)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제도의 설계자들에게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겠다.

이 제도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시비 혹은 변경의 시도는 2002년도 선거를 앞두고 최초로 이루어졌다. 당시 중앙종회는 '종헌․종법 제개정 특별위원회'(위원장, 종하)의 주도로 공청회 등이 진행되었고, 2005년도 총무원장 선거 후이자 2006년 13대 중앙종회 만료 전인 2006년 3월 경, 중앙종회 내에 ‘종헌․종법 제개정 기초위원회’(위원장, 향적)가 구성되고 총무원장 선거제도에 관해 전국의 스님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공론화를 시도했다.

이 두 번의 논의과정을 살펴 볼 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총무원장 선출제도의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추대제', '교구선거인단 수의 재적승비례제' 등의 채택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선거공영제 등 부정선거 및 선거과열 방지라는 명백히 합의가능한 제도개선조차도 함께 유산되었다는 사실이다. 달리 분석하자면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빌미로 삼아 선출제도의 직접적인 '변경'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충실케 하는 '개선'이 목적은 아니었던 것이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좀 삐딱한 시각으로 해석해 보자면, 현행 제도에 따른 총무원장 선거가 지극히 깨끗하고 모범적으로 치러짐으로써 당선자에게 추호의 흠결도 남기지 않는 선거결과는 거꾸로, 특정한 세력 또는 특정한 인사들에게는 재미없는 결과로 될 수도 있겠다는 추론도 불가능 한건 아니다.
    
금년(2009) 말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이 공론화되었다. 금년의 경우는 이전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간추리자면 '추대제'로의 변경을 주장하는 세력이 없었으며(특히 과거 추대제, 나아가 제비뽑기조차 옹호하던 그룹에서 공공연히 반대), 선거공영제를 중심으로 계파간 합의안이 도출되었고, 실질적으로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어 독회에까지 부쳐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이전과 같다.

최소한의 선거부정 방지책조차 선택적으로 입법되지 못하고 일괄 폐기되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교구선거인단 선출방식(교구본사주지가 교구선거인단 10인을 사실상 확정하여 일괄적으로 교구종회에서 형식상의 찬반을 묻는 방식)의 변경을 둘러싸고 교구본사주지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그 조항에 대해 없었던 일로 물러섰다고 해서 이 개정안이 통과되었을까?

가사 그렇게 하였다 하더라도 선거법 개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종단정치 시스템에서 볼 때에, 총무원장 선거의 진행과정 그 자체가 다양한 정치적 세력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거나 타협하거나 거래를 할 수 있는 온갖 가능성의 공간이며, 총무원장이라는 위치는 실질적으로 종헌․종법 상에 명기된 지위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선거라는 공간에서 이처럼 조형(造形)된 결과에 의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정치적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재주를 부릴 눈속임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도 밥벌이를 지속할 수 있는 마술사는 드문 법이다. 선거부정 행위의 원천적 차단, 선거과정 및 절차상의 논란과 그에 대한 정치적 거래 가능성의 증발을 의미하는 총무원장선거법의 개정이야말로, 현재의 시스템에서 종단정치의 ‘오래된 마술사들과 그 조연들’의 자연스런 퇴장을 의미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결국은 단순한 선거법의 개정문제로 한정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며, 오히려 94년에 설계된 종단체제 그 자체의 한계의 노정 내지는 체제를 재설계할 필요에 대한 유력한 증거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더불어 94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극적으로 전개된 지식정보사회화와 디지털 문명의 진전이 종단운영체제의 변화를 독촉하는 강력한 외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앞으로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윤남진

불교시사 블로거. 전국불교운동연합, 깨달음의 사회화운동, 조계종총무원과 포교원 등에서 일했다. 현재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에서 종교 및 NGO 분야로 특화된 사회통계 및 여론의 조사/분석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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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2009-05-06 07:11:54
여러가지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윤남진 선생님 건강 잘 챙기세요.

청야/ 2009-04-14 14:04:36
불교는 흔적도 없었다.
썩은 살 도려냈더니 손에 피묻힌 거 탓하는 꼴아니냐>

청야 2009-04-13 09:37:52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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