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노무현'의 자결
여기 틀림없는,
'민주공화국 시민'이 한사람 있었다.
그 시민은 엊그제 자결하였다.
이장, 군수에서부터 대통령까지
모든 것이
그 시민에게는 하나의 권력이었다.
아니, 그것을 걷어치워야 할 권력이었다고 느끼는
'여러 시민들' 중의 하나였거나,
그것을 걷어치울 수 있었던 '하나뿐인 시민'이었을 것이다.
그 '하나뿐인 시민'은 지금 공화국 안에 없다.
실로 법적 존재를 마쳤다.
그는 정치적으로 자결했다.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공화국 시민'이 꿈꾼 것이
이장과 군수에서부터 대통령까지
서로를 돕는 박애의 '공화국 시민'이기를
촉구한 것인지 아니면,
'공화국 시민'의 초라한 모습과 무력한 말로야말로
한동안 변경할 수 없는 그들의 운명임을 깨우친 것인지를.
'시민 노무현'은 자결했다.
아니 끝까지
'공화국 시민들' 위에 걸터앉은 모든 권력을
내동댕이치고자 했던 한때의 결심을,
그 스스로 거두어 들인 것이다.
지금 한 시민의 자결에 대해 우리 모든
'공화국 시민들'이 져야할 책임은 티끌만큼도 없다.
이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가 원했던 것이 바로 그
자유롭고 책임 있는 한사람의 시민이었을 것이므로.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과연,
자유롭고 책임 있는 공화국의 시민들이란 말인가!
오늘 자결하여 피투성이로
관에 누워있는 자는 '공화국 시민'이다.
지금 소리 내어 오열하거나 비난하거나,
숨죽여 흐느끼거나 왠지 모를 근심에 움츠린 모든 이들은
'공화국 시민'이 아니다!
왜인가!
이 사태는 분명,
'시민 노무현'의 죽음 이거나 아니면
모든 '공화국 시민'의 죽음
이 둘 중의 하나여야 하기 때문이다.
■윤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