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여
불이여
불이여
여섯 사람 몸부림치며
저승으로 건너가게 다리를 놓아준 불이여
그러고 나니
이 나라 경제 살리는 길이 거기서 트이더냐.
아니면
빈 가지로 서 있는 나무들 금덩이라도 열리더냐.
불이었습니다.
재개발이 불이었습니다.
세입자들의 보상이 충분치 못한 것이 불이었습니다.
약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 불이었습니다.
엄동설한에 강제 철거가 불이었습니다.
불이었습니다.
농성 세 시간 반 만에 진압하려는 성급함이 불이었습니다.
작전 명령을 내린 그 결정이 불이었습니다.
경찰 특공대 투입이 불이었습니다.
컨테이너로 망루를 내려친 것이 불이었습니다.
보았습니까.
이 불들이 우루루 모여
용산 4구역의 한 빌딩의 옥상에서
여섯 사람에게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불은 이런 것이라고.
농성자이건 특공대원이건 무엇이건
닿으면 다 죽음뿐이라고. 재가 될 뿐이라고.
피도 눈물도 없음을 보여준 불
그 불을 똑똑히 보았습니까.
아 독사처럼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불
주린 돼지처럼 주둥이를 쳐들고 꿀꿀대는 불
미친 사자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불
말도 매도 촛불도 통하지 않는 불
귀도 눈도 낯짝도 없는 불
이런 불 저런 불 많고 많은 이명박 정부의 불
그 불들이 집합하여 저지른
용산의 참사 광경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까.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여섯 사람이나 불 속에서 죽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누가 목놓아 불러도 대답이 없고
천하를 다 준다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세상의 어떤 힘으로도 그들의 죽음은 깨울 수 없습니다.
도대체
재개발은 무엇이기에
35층 빌딩은
사람의 죽음 위에 세워져야 합니까.
또한 돈은 얼마나 귀한 것이기에
세입자들의 보상은
사람의 죽음 위에서도 인색한 것입니까.
알고 싶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국가의 공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한 것이기에
사람의 죽음도 불사한 것입니까.
사람에게
사는 것을 능가할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거늘
불이여
일기예보에도 없는 바람을 타고 번지는 불이여
밑바닥 풀밭으로만 내려와 타는 불이여
이명박 정부의 불이여
죽음을 주고
사람에게 죽음을 주고
부처님도 하느님도 어쩌지 못하는
그 캄캄한 죽음을 주고
그들 앞에서도 여전히
747을 공약한 대통령입니까
또한 국민을 섬긴다는 대통령이 맞습니까.
불이 보낸 사람
불이 보낸 사람을 생각하는 오늘은
끓어 솟구치는 물을 마십니다.
풀처럼 들국화처럼 뽑힐 듯한 몸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물을 마십니다.
사람을 보낸 불을 생각하는 오늘은
크게 소용돌이치는 강물을 마십니다.
다 휴지처럼, 마른 가지처럼 태울 듯한
저 설레는 불을 끄는 바다가 되게
강물을 마십니다.
생존을 위해 내미는 그 손 위에
죽음을 놓고
한 줌의 재를 놓고
보이는 머리카락도 없이
불 속에 숨은 불
그러나 불은 꺼질 것이고
어떤 불도 잡힐 것입니다.
불이 보낸 사람을 생각하며
솟구치는 물 마시는 이 예 있으니
소용돌이치는 강물 마시는 이 예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