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6일]아, 정말 무덥습니다
[오체투지6일]아, 정말 무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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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10 09: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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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연대 사무처에서 전하는 오체투지순례단 소식

<6일째> - 무덥습니다. 아, 정말 무덥습니다.

순례자의 이마와 온 몸에 땀이 멈추지 않습니다. 대지에 귀의한 몸에서는 땀이 연신 흘러내립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햇살과 바람이 주는 고마움을 느낀 날입니다. 햇살은 순례자의 몸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대지를 살찌게 하고 바람은 대지를 어루만지며 열매를 맺게 합니다. 대지가 토해내는 뜨거움도 순례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지만, 그 기운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생명의 기운일 것입니다. 순례자는 그렇게 자연 앞에 몸을 뉘이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6일째의 순례길>

오늘 순례단은 도계암 인근지역에서 출발하여 천은사를 경유하여 국립공원을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광의면 초입에서 순례를 멈추었습니다. 순례를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멈춘 것은 수경스님의 무릎이 갑작스럽게 이상이 왔기 때문입니다.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두 성직자의 몸 상태이기에 일정을 급히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수경 스님의 무릎 상태는 내일까지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 무릎 수술을 하였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순례단은 오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삼보 후 반절’ 형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천은사 삼거리까지 대부분의 구간이 급경사이기에 불가피한 진행이었습니다. '삼보 후 반절' 형식으로 진행 중에도 수경스님은 허리 고통에 힘겨워했습니다. 오전 일정 마지막 구간에서는 오체투지 형태로 진행하였습니다. 짧은 구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성직자들의 입에서는 아픔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오체투지 순례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햇살이 너무 따가워 가만히 도로에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날이었습니다. 몇 번의 오체투지를 진행하면 처음 1~2번은 차분히 진행되지만, 곧이어 순례자의 머리와 등에는 땀이 비가 오듯 흐르고, 입에서는 듣기 힘든 고통어린 아픈 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도 따가운 햇살이 원망스럽다는 말에, 수경스님은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면서도 ‘지금은 대지의 곡식이 여물을 때가 된 것이다. 대지는 그렇게 햇살과 호흡하는 것이다’며 개의치 말라 합니다.

하지만 정말 더운 날입니다. 아스팔트 차도가 불타는 듯 하였습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햇살이 아스팔트 차도를 달구고, 그 길에 먼 길을 가는 순례자가 몸을 뉘입니다. 가만히 차도에 서 있어도 숨이 막히는 더위를 느끼는 상황에, ‘잠시 쉬어 가자’는 의견에 ‘언제가도 갈 길인데 그냥 가자’는 말이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진행되던 오후 순례는 광의면 초입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수경스님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멈추게 되었습니다.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의 이마에 땀이 멈추지 않던 시간. 돌연 오체투지 이후 수경스님이 일어서지 못하였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수경스님의 상태를 점검하였습니다. 내일까지 상황을 보아야 하겠지만 진행팀이나 참여자 모두 걱정이 많은 상황입니다.

오늘 순례는 그렇게 가을 무더위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천은사 삼거리 인근 공터에 숙박 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우리 사회가 경쟁과 대립, 갈등 속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자연이 주는 감동과 생명의 경외감대신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상생과 평화를 이야기하기보다 경쟁과 갈등을 먼저 만드는 사회. 나와 타인을 차별하고 인간적 자존감을 찾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 그 속에서 생명의 길을 찾기 위한 순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사일을 하신다는 전미숙님은 “연세든 분들이 저렇게 힘들어 하시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상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오체투지 순례를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고 하시면서 “저는 사랑의 마음이 끊임없이 변화하여 진보하는 것이 진정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기에 두 분들의 사랑이 더욱 소중하다.”며 사랑의 의미로 순례를 이해하였습니다.

경주에서 오신 유병희님은 “두 분이 세상을 주제로 수행을 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 오체투지는 당신들께서 먼저 사회 부조리에 대해 성찰하고 낮아지려는 것 같다.”며 “어떠한 결과를 원하고 한다면 욕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보면 해법이 나올 것 같고 낮춰진 만큼 공명이 일어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온 박수영 학생은 “소식을 듣고 마음이 당황스럽고 불편했습니다. 이러한 용기 있는 두 분의 행동이 경외스러웠습니다. 두 분들은 사회가 바뀌는 것보다 당신들 스스로 변화하면서 사회에 공명의 울려 주시리라 생각합니다.”며 오후 순례를 마치었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최성희님은 “집에서 소식을 접했을 때 혼자 편한 것 같아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가면 그래도 낳지 않을까 하고 왔는데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답답합니다. 아마도 두 분들은 경제나 돈이 전부가 아니라 생명, 평화의 기운을 끌어 모으고 널리 펼치시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시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며 오체투지 순례에 개인적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일정 안내>

● 9월 10일(수) : 광희면 초입(시작) - 광의면(경유) - 구만제 저수지 유원지 정자(종료)

● 9월 11일(목) : 구만제 저수지(시작) -  내온마을(경유) - 한천마을 사거리(종료)

● 9월 12일(금) : 한천마을 사거리(시작) - 산동면소재지(경유) - 현천마을 입구(계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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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 2008-09-17 16:26:38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하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다시 삼보일배을 하시겠다고 대회장에서 들었을때 정말 울고싶었습니다. 그리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모든 것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었으면 합니다.

심청정 2008-09-10 13:38:28
함께 하진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릅이 많이 좋지 않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기운내셔서 세상에 경종이 되어주십시오. 합장 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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