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된 인생지도
수정된 인생지도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17.06.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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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28. 새로운 시작

성찰배경: 2017년 1학기에 개설된 서강대 교양강좌 ‘참선’은 지난 6월 21일 기말시험을 끝으로 4달간의 참선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25명의 수강생들 대부분 저로 하여금 크게 보람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강생들 가운데에서 이미 ‘끊어질 수 없는 인연因緣’을 통해 <불교닷컴>에 ‘인생지도’를 소개를 드렸던, 수강생의 ‘수정된 인생지도’를 연속성을 가지고 소개를 드림으로써 ‘4달간의 참선여정’ 효과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학기초: 참나찾기 갈망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한 학기가 흘러 마쳤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지났고 참선 수업의 마지막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지난 4개월 동안 어떠했는가? 반문을 해봅니다.

이번 과제에 앞서 학기 초에 제출했던 인생지도를 다시 들추어 읽어보았습니다. ‘참된 나’를 찾기 위해 그토록 갈망하던 제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항상 남들이 세워 둔 기준에 집착을 했고 그 집착에 모든 감정들이 오고 갔던 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하나도 모르고 오로지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들에 몰두하였었기 때문에 마음은 늘 공허하고 무기력하였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4달간의 참선여정’은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를 안겨주었습니다.

수강 이전: 남을 이기기 위한 공부

저는 참선 수업을 듣기 전 뚜렷한 이유 없이 매일 악착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남들보다 잘나기 위해서 남들을 이기기 위해서 남보다 우월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하루가 고통으로 가득 찼습니다. 늘 경계를 했고 내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삶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늘 마음은 슬펐습니다. 슬픈 마음과 허전한 마음을 풀기 위하여 술로 달래는 생활이 반복되었습니다. 술로 마음을 달래 보려 했지만 잠깐만 괜찮을 뿐 다음날이 되면 무기력한 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수식관은 신세계

그러나 개강 후 시작된 이번 학기는 참선 수업을 들으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기 초에 시작했던 ‘수식관數息觀’은 저에게 ‘신세계新世界’와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했지만 참선 수업이 있는 날을 포함해 매일 아침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잡고 호흡을 정갈히 쉬고 내뱉으면서 수를 세고 있노라면 전 제가 얼마나 많은 걱정들과 생각들에 잠겨 있는지를 명확하고 뚜렷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디에서 그리고 무엇에서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저는 저를 알아가는 시간을 처음으로 가져본 시간들이었습니다. 늘 세상에 관한 지식들을 새로이 배우고 익히지만 오히려 ‘나’를 공부해보고 돌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시간들을 가지면서 뜻 깊은 생각들과 성찰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점점 여유로워지다

꾸준히 수식관을 수행한 덕에 마음의 병들이 차차 치유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저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란 사람은 누구인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삶을 살려고 하는지? 인생에서 한 번도 진실하게 저를 성찰해보지 않았던 저에게는 늘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집착들로부터 벗어나니 여유로워졌습니다. 과제들과 시험일정으로 어느 때보다 빡빡한 학기를 보냈지만 작년보다는 훨씬 더 자유롭고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부담없이 마음을 먹고 성적에 집착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공부를 하는 이유가 남들을 뛰어넘기 위해서가 아닌 진정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세상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기초를 닦는 거라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학기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학기를 마쳤습니다. 아직 성적공지가 다 뜨지 않았지만 집착을 놓았더니 오히려 이번 학기의 결과는 작년보다 좋을 것 같습니다. 신기할 따름입니다. 집착을 놓으니 오히려 모든 것이 편안해지고 결과는 저절로 따라왔습니다.

바라보는 눈의 변화

이외에도 교수님의 말씀과 이웃의 고마움, 부모님의 고마움 및 일상에 대한 성찰의 글들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기를 마친 지금도 저는 아침에 수식관을 통해 하루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참된 나’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저는 아직 찾아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지만 그래도 4개월 동안 참선 수업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짐에 따라 그토록 찾으려고 했던 ‘참된 나’를 조금이라도 찾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로운 시작: 주도적인 삶

그리고 그 결과 불투명한 미래와 주변 기준의 틀에 맞추던 삶에서, 이제는 명확한 미래 그리고 나 자신을 기준으로 한 주도적인 삶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합니다. 찾지 못했고 받지 못했던 저라는 지도를 드디어 찾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지도를 받았고 이제 목적지에 찾아가는 여정이 고되고 힘들겠지만 기분 좋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누는 삶

또한 늘 자기성찰을 미루지 않고 나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과 나누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자 오늘도 마음을 먹습니다. 항상 열람실 책상에 앉아 책을 펴기 전에 제 자신에게 늘 했던 말이 있습니다. ‘공부를 할 때는 오직 공부만 할뿐!’이 말은 공부를 빼고 다른 단어들로 매일 바꿔가며 제 자신에게 되뇌었던 말입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 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매 순간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방황하거나 헤맬 때에도 마음 속 깊이 자기성찰이 있음을 알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나 ‘좌일주칠坐一走七’, 즉 이른 아침 잠깐 앉은 힘으로 온하루를 부리기와 ‘통보불이洞布不二’, 즉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님인 두 선어禪語를 온몸에 새기며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동안 고맙고 감사했던 그리고 정말로 소중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24일

군더더기: 덧붙여 이 수강생이 저의 강의 의도를 100% 파악하고 정리한 이 ‘수정된 인생지도’를 제출하면서, 저로 하여금 21세기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야 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성찰기회 제공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잊지 않게 하는, ‘4달간의 참선여정’에 대한 진솔한 소감을 보내주었기에 함께 소개를 드립니다.

수강 소감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참선 수강생 ()()()입니다. 한 학기 동안 정말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아래 첨부한 사진은 학기 초 개강했을 때 적어둔 교수님의 말씀의 글귀, ‘좌일주칠坐一走七’입니다. 매일 매일 지갑을 열며 읽었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과제를 제출하면서 첨부해봅니다. 4개월 동안 저를 크게 성장 시켜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표현밖에 못해서 마음이 살짝 답답하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방학 때에는 원하는 책을 많이 읽어보려 합니다. 교수님도 뜻 깊은 시간을 방학 때 보내시길 바랍니다. 수강생 ()()() 올림

참고자료
수식관數息觀과 일상선日常禪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0647

인생지도: 진정한 나를 찾는 기회를 맞이하다
http://www.seondohoe.org/104058

끊어질 수 없는 인연因緣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5867

일상 속 변화된 자신: 한 줄기 빛을 보다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6556

일상속 성찰: 본연의 자리에서 나의 열매 맺기
http://www.seondohoe.org/105275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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