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변화된 자신
일상 속 변화된 자신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17.05.0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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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27. 한 줄기 빛을 보다

성찰배경: 이번 글에서는 ‘끊어질 수 없는 인연因緣’을 통해 이번 2017년 1학기에 개설된 교양강좌 ‘참선’을 수강하고 있는, 한 수강생의 ‘인생지도’를 이미 소개드렸었는데, 그 뒷이야기로 먼저 학기 초에 제출했던 인생지도 요점을 발췌해 소개드린 다음,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이웃의 고마움을 돌아보게 하는 지난 4월에 부과했던 ‘이웃의 고마움’의 요약 및 ‘참선’ 수강 반 학기가 지난 시점에서 중간시험 대신 부과했던 ‘일상 속 변화된 자신’에 대한 성찰글 전문을 소개하려 합니다. 물론 그 의도는 주로 입문하려는 초심자 분들을 위해 반 학기 약 50여일의 ‘수식관數息觀’ 수행과 일련의 성찰 글쓰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초심자 스스로 어떤 변화를 느낄 수 있는가?’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인생지도: 당당한 나 세우기

지금의 제 삶은 항상 주변의 틀에 맞춰져 왔습니다. 내가 직접 고민하고 선택한 행동들마저도 다시 생각을 해보니 타인의 기준과 선택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전 제가 직접 저를 움직인다고 생각했지만 꼭두각시처럼 타인이 절 움직이고 있음을 현재 알았습니다. 전 저를 되찾을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에 고맙고 감사합니다. 나를 돌아보는 과정을 성실하고 꾸준히 하면서 저를 알고 싶습니다. 

저는 4개월간의 참선 수업과정을 통해서 정말 제 자신을 돌이켜 보고 알고자 합니다. 그리고 참선 수업이 끝나더라도 수행 과정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참선 수행을 통해 올바른 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답답하고 공허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중심이 없던 제가 세워져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제 자신을 만드는 것이 저의 가까운 미래입니다. - 본문에서 발췌

이웃의 고마움: 소리 없는 그들의 배려

모든 인간은 근원적인 유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핵심을 저는 ‘이웃’에 넣어 성찰했습니다. 모든 사람들과 나는 연결돼 있고 근원적인 유대를 지닌다고 생각하니 매일 똑같이 지내던 삶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성찰의 결과는 바로 소리 없는 그들의 배려입니다. 당연히 작게는 내가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지만 크게는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자 하루하루가 고마움으로 그려졌습니다.

매일 아침 열람실을 깨끗하게 청소해서 쾌적한 환경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고마운 아주머니들, 학생들에게 맛있는 밥을 지어주는 식당의 직원 분들, 늦은 밤에도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경찰관들, 매일 같이 타고 다니는 지하철의 직원들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들로부터 저는 크고 작은 배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있기에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눕기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이웃들로부터 늘 배려를 받아왔지만 알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온 제가 아직도 어린 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충실히 살면서 이웃들에게 마음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저도 받은 만큼 돌려주는 그들의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항상 내가 중심이고 먼저였던 삶에서 벗어나 저 또한 소리 없는 배려를 베풀고 싶습니다. 제 삶에 충실하면서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하고 싶습니다. - 본문에서 발췌

일상 속 변화된 자신: 한 줄기 빛을 보다

반 학기를 돌아보니
어느 덧 개강을 한 지 50일이 지났습니다. 중간고사를 치루고 참선 과제를 받고 제 자신을 쭉 돌이켜 봤습니다. 참선수업을 수강한 나는 얼마만큼 변화됐는가? 개강 전에 저는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었고 하락된 자신감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한 없이 우울했고 허했습니다. 언제나 피로했고 피곤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개강을 맞이했고 참선 수업을 수강하게 됐습니다.

수식관 과정의 필요성
 어느 수업보다 참선 수업에 집중했습니다. 첫 날 수업부터 시작된 수식관 실수實修 체험은 저에게 많은 느낌과 깨달음, 변화를 알려 줬습니다. 처음으로 접했던 수식관은 다소 난감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수를 세고 있는 것이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처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허리를 꼿꼿이 피고 앉아 고요하게 호흡을 하고 있으니 이 과정을 왜 거쳐 가는지를 자연스럽게 알았습니다.
 우선 수식관을 통해 저는 얼마나 많은 걱정과 잡념 속에서 저를 옭아매고 살았는지를 뚜렷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 가만히 앉아서 수를 처음에 셋까지 세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잡념에서 저는 헤매고 있고 또 걱정하고 있는 제 자신을 수식관을 통해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에 집중을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불안한 상태로 늘 살고 있었습니다.

일상 속 수식관 효과
그런 상황을 저는 수식관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제 자신을 인정하고 자세와 호흡, 수를 세는 것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차 수세는 것도 쉬워졌고 제 모습 또한 많이 달라졌습니다.
매일 아침 수식관을 통해 하루를 시작하니 우선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식관을 마친 후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긴 후 온 몸을 하루에 던지자고 다짐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에 자주 졸던 습관도 열람실에서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던 제 모습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한 곳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고 힘들 때는 호흡을 가다듬고 잠깐이나마 눈을 감고 수를 세기도 했습니다. 학점에 집착하지 않았고 오로지 제 하루하루의 삶에 집중하고 충실히 지내다 보니 저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여유로움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하루는 저의 항상 우울하고 지친 모습을 보던 친구들이 저에게 ‘좋은 일이 있느냐?’, ‘여유로워 보인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늘 불안하고 지쳐 있던 제 모습이 남들이 보기에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한 줄기 빛을 바라보다
늘 불안하던 제가 여유로움을 찾고 삶을 바라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일상에서 느낀 부분도 달라졌습니다. 경쟁의 상대로 보던 친구들과 사람들이 이제는 정말 사회에 좋은 가치를 나누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동반자처럼 느껴졌으며 사소한 일상을 이어가게 도와주는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나도 그들처럼 도와주는 이웃이 되겠다는 마음도 가지게 됐습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도 조금씩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답에 다가가고 있는 제 자신과 매일 성찰을 하고 있는 저를 바라보면 저는 행복합니다. 마치 깜깜한 동굴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웃의 고마움’에 관한 성찰을 통해서 그리고 수업시간에 ‘하루 한 가지의 선행을 행하자’는 교수님의 여러 가지 좋은 말씀들 덕에 직접 실천하려고 노력하니 더욱 제 삶이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저에게는 50일의 참선 여정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한 줄기의 빛을 봤지만 남은 50일 동안 더욱 열심히 임해서 한 줄기의 빛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을 환하게 바라볼 수 있는 빛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늘 좋은 강의로 제 삶을 풍부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4월 24일

군더더기: 덧붙여 중간시험 이후부터 종강할 때까지 나머지 반 학기 동안에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간화선看話禪 수행을 맛보게 하기 위해 선도회 입문과정 화두들 가운데 초심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척수성隻手聲’ 화두를 강의 없는 날에도 매일 참구하게 하고 매주 강의 시간에 1차례 입실점검을 받게 합니다. 그런 다음 학기말에는 수강생들에게 ‘화두 참구’ 효과가 반영된 수정된 인생지도를 부과하며 학기를 마무리합니다. 아울러 늘 이 희유稀有한 인연因緣들이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으로 잘 이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참고자료
과제 1. 인생지도: 진정한 나를 찾는 기회를 맞이하다
http://www.seondohoe.org/104058

과제 2. 이웃의 고마움: 소리 없는 그들의 배려
http://www.seondohoe.org/104514

끊어질 수 없는 인연因緣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5867

희유稀有한 인연因緣들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5121

‘한 손으로 박수치기’[척수성隻手聲]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3045

이웃의 고마움 새기기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27876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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