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으로 추앙받는 송담 스님이 조계종 탈종을 선언한데 이어 그 문도들도 전원 탈종결의를 했다. 책임소재를 떠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교계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스님께서 이사장으로 계시는 재단법인 법보선원 이사회가 최근 종단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관리법에 동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후속조치이자 얼마 전에 끝난 용주사 주지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 예측이 사실이라면 스님께서는 탈종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종단과 세상을 향해 궁극적으로 어떤 지침과 가르침을 주시고자 하는 것인지 안타깝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디 필자 뿐이랴. 송담 스님의 결단 앞에 많은 종도들이 유례없는 충격을 경험하며 스님께서 꼭 그렇게 하실 수밖에 없으셨던, 보다 분명하고도 중차대한 탈종의 이유와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승가 내부의 갈등이나 잡음은 석가모니부처님 재세 시에도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일이다. 전해지는 많은 이야기에 따르자면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승가였다. 하지만 교단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부처님께오서는 그 사건으로 인해 실망하시어 당신 스스로 교단을 떠나겠다고 하시거나, 혹은 교단을 해체하겠다고 하시거나, 혹은 “스승의 역할을 더는 못하겠노라”고 엄포를 놓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때마다 계(戒)와 율(律)을 제정하여 단속하고, 상황에 적절한 법을 설하시어 승가의 나아갈 길을 짚어주셨을 따름이다.
조계종은 대내외적으로 독신 수행을 표방하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조계종의 승려가 된 이로서 탈종을 한다면 흔히 독신 수행을 하지 않는 종단으로 소속을 바꾸거나 환속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종단이 종지를 부정하는 행위를 일삼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고 그 정체성이 소멸되었을 경우일 것이다.
필자는 설혹 종단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큰 타격을 입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교계 안팎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오셨던 분들께서는 ‘탈종’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감정과 의사를 표시하기보다 먼저 무너진 종지를 바로세우기 위해 애쓰고 솔선수범으로 본을 보여주셔야 할 책임과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진정으로 ‘조계종’이라는 배를 버려야 하는 지경이면 왜 지금 이 배를 버릴 수밖에 없는지, 지난 세월동안 그 누구보다도 조직의 정신적 스승들을 믿고 승선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설명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와 같은 상황에 이르도록 선원(종단의 주역)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오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사과도 아울러 갖추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날의 조계종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자신들은 과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지 이러한 점에 대해 자자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거듭 주장하지만 지도자급 승려의 탈종은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온갖 유사 종단이 난립하고 있다. 종단의 지도자급 승려들에겐 개인화와 조계종의 파편화를 막아야 하는 내재적 의무가 있다. 출가한 종도가 종단에 재산 등록을 거부하면서 불자들에게 어찌 시주의 복을 말하고 사회에 기부를 권장할 수 있는가? 어느 조직이든 분산, 분열되면 정체성과 동력을 상실하고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이 교훈이다. 출가자들에게 부처님의 삶은 세세생생 따르고 익혀야 하는 ‘본(本)’이다. 당신께서 탁발과 분소의로 평생을 살아가심으로써 출가자가 사사로이 재산을 가지거나 축적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가르침을 위대한 모범으로 남기셨다. 우리는 이 점을 바탕으로 해서 행동해야 마땅하며, 어려운 때 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송담 스님이나 재단의 이사들이 보기에 법인법에 문제가 있고, 선원(법인)을 종단에 등록함에 있어 거부감이 들거나 혹여 불이익이 예상되었다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개정안 등을 마련하여 의견을 내는 것이 두루 좋지 않았을까 한다. 설사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되거나 대면하기 싫은 경우라도 “조계종의 위기는 곧 한국불교의 위기”라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고 세부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재가를 막론하고 수많은 불자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송담 스님의 탈종선언과 도제들의 연이은 탈종은 한국불교 전체에 너무 큰 상처다. 역사적인 상흔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종단은 송담 스님의 탈종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종단의 책임 있는 소임자들과 인연 있는 스님들이 송담 스님을 친견하여 스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혹여 잘못 알려진 바나 오해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며, 스님께 종단과 사회의 큰 스승으로서 지속적으로 가르침을 주실 것과 탈종을 거두어 주실 것을 앙청해야 한다.
필자로서는 송담 스님과 문도들의 탈종의 구체적인 연유가 무엇이고,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깊은 심중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종도들에 대한 책임감 및 역사적 무게를 인식한다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탈종을 철회하고 공론의 장에서 관련한 종단사를 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종단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직간접의 원인과 과정을 파악하고 권위와 신뢰가 회복되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법 집행에 있어서 긍정적 효과 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많아서 끝내 종도들의 탈종을 가져온 집행부라는 평가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각 법인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혹여 지나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로가 극약처방 보다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발전적으로 회향하는 승가다운 처신이 필요하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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