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스님께 드리는 편지
선거인단 스님께 드리는 편지
  • 이도흠 한양대 교수
  • 승인 2013.10.07 11:45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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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지식인 제언] "여러분 손에 한국불교 미래 달렸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불자 지식인들이 유마힐거사의 눈과 심정으로 바라 본 관전평과 제언(提言)을 릴레이 기고한다. 한국불교의 4년을 이끌 지도자 후보들에게 시대정신을 담은 불교적 성찰의 계기가 되길 기원하는 재가불자들의 자발적 운력(雲力. 여러사람이 힘을 구름처럼 모으다)이다. 제언에 대한 반박글이나 논평, 성명, 입장문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존경하옵는 선거인단 스님 여러분! 가을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 관악의 능선 위로 펼쳐진 하늘이 너무도 맑고 푸르러서 서럽도록 아름답고 그지없이 그립습니다. 원효 성사께서는 유리창의 먼지만 지우면 맑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듯, 우리의 무명(無明)만 없애면 바로 불성이 드러난다 했습니다. 저 아름다운 연꽃이 향기 욱연한 산기슭에 피지 않고 진흙탕 속에 피듯, 올곧게 수행 정진하여 부처가 되었어도 그를 미루고 중생 속으로 내려가서 그들의 무명을 지우고 불성을 드러낼 때 비로소 부처가 되는 것이라 일렀습니다.

하지만, 한국 불교는 그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조계종단은 지도층 승려들의 억대 도박, 폭력, 공금 횡령, 은처, 성행위 의혹으로 썩어문드러져 그 악취가 이미 승단을 넘어 세간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대중은 물론 외국 언론까지 ‘사기협잡의 불교’로 조롱하고 있습니다. 삼보로서 부처님처럼 공경을 받아야 할 스님들이 범죄자처럼 경멸을 받고 있습니다.

정권과 이웃종교의 훼불행위는 진정으로 참아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기독교도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부처님 전에 낙서를 하고 방뇨를 하고 땅밟기를 하였으며, 목사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이명박 정권은 지도에서 절을 삭제하고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말단 경찰이 종단의 최고 수장의 자동차를 검문, 검색하는 등 50여 건이 넘는 종교 차별 및 훼불행위를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종단 집행부는 며칠 동안 정부 인사들의 산문 출입을 제한하는 현수막을 올리는 시늉만 했다가 내려 더욱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숱한 범계행위로 정권에 약점을 잡혔기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설혹 부처님께서 오신다 해도 이토록 타락이 구조화한 한국 불교를 치유할 수 없으리라 단언합니다. 어느덧 한국 불교는 소수 종교로 전락하였으며, 하루가 다르게 의로운 불자들이 절을 떠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도 범계행위로 점철된 분이 종단의 지도자가 된다면 영원히 종단과 절을 떠나겠다는 분들이 제 주위에 한, 둘이 아닙니다. 불자 없이 어찌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포교와 보살행을 행하겠습니까. 의로운 이들이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주지를 하고 소임을 맡은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 한국 불교는 임계점에 이르렀습니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의 비유처럼, 곧 죽을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있으면서도 돈과 탐욕의 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곧 바로 혁신을 하지 않으면 망하는 것이 확실한데, 지도층 승려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돈과 권력을 끌어들이는 데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혁신을 해야 합니다. 재정과 수행을 분리하여 청정승가를 세우고 땅에 떨어진 스님의 위의를 되찾아, 대중들은 스님을 부처님처럼 떠받들고 정권과 이웃 종교도들 또한 스님과 불교를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천의 사표 가운데 사표이신 선거인단 스님 여러분! 여러분의 두 손에 한국 불교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무엇이 정법(正法)이고, 무엇이 사법(邪法)입니까. 한국 불교를 혁신하여 다시 반석에 올려놓은 의인이 되실 것입니까, 아니면 파멸로 이끈 역사의 죄인이 되실 것입니까. 불법의 대의가 분명하다면, 어찌 삿된 야합과 패거리가 존재하겠습니까. 누가 돈과 높은 자리로 유혹하더이까. 그렇다면 그가 바로 불교를 망칠 마귀이니, 그와 대척점에 있는 분에게 표를 던지십시오. 누가 이해관계와 사적인 인연을 앞세워 표를 강요하더이까. 그것 모두 전도망상이니 벗어나서 실상을 직시하십시오. 말들의 잔치 속에서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시겠습니까. 그럼, 오로지 부처님만 바라보십시오.

존경하옵는 선거인단 스님 여러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고향에도 가보지 못하고 어머니도 뵙지 못한 나그네처럼, 저리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며 그처럼 청정한 승가를 미치도록 그립니다. 이제 저도 50대가 넘으니, 업의 원리가 과학보다 정확하고 속세의 법보다 엄격하게 적용됨을 살아갈수록 절감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종단의 수장을 선출하는 고귀한 일을 맡으신 일이 좋은 업으로 이어지기를 바라옵니다. 어떤 입장에 있든, 종문의 주인이 되어 불조의 혜명인 불이중도(不二中道)의 법을 펴서 절망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견성성불(見性成佛)의 희망의 빛을 비춰주시기를 원하옵니다. 스님들께서 찍으실 표 한 장, 한 장에 부처님께서 자리하시니, 부디 친견하시기를 바라옵니다. 나모 석가모니불!

/ 이도흠 한양대 교수·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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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속퇴승 2013-10-09 15:25:13
자격도 없는 속퇴승을 후보로 인정해 줘서 고맙습니다.

날치기로 통과시켜준 선관위에 먼저 감사 드립니다.

기득권을 유지해 주기로 약속한 지지자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재가연대, 민불동지회, 닷컴에도 감사드립니다.

자격 미달자는 지금부터라도 참회하며 수행자의 본분을 찾아 보겠습니다.

1번이 1등이 되었으니

강력한 리더십 하에

세계속의 한국불교

사부대중이 화합하는 불교가

될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종단을 혼란케 한점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종단 대표 범계승 짜승이가 2013-10-07 18:52:35
뽀선이가 나름 강심장인데.. 울 짜승이가 똥줄이 타서 지손으로 발등을 찍었구나..

짜승이 뽀선이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치는구만.. ㅎㅎㅎ

물어봅시다 2013-10-07 16:13:18
불교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스님들의 사치, 외제차 문제들도 상당히 심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종단의 뜨거운 감자는 보선스님의 속퇴 문제입니다
그런 것에는 전혀 언급이 없으셔서 속퇴라는게 수장으로서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건지
속퇴하신분이 총무원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의로운 척 하는자 2013-10-07 15:42:06
난 누구의 편도 아니고 5명 모두 원장되실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조계종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 말대로라면 5명의 후보중에 뽑힐 분이 계신가
없다고 본다
모두다 탈퇴해야된다
그런중에 제대로 누굴 뽑으라는 건가
몇달동안 성명서, 칼럼 등으로 총무원장 물러가라고 외친분이 아닌가
정의로운 척 하면서 현 총무원장 반대편에서 이런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다른편 선거운동하는지 모르는가

초등학생 2013-10-07 13:20:02
한국 불교 미래는 총무원장이 미래를 만드는것은 아니다.만들어진 것은 곧 사라진다.
종단이 만드는 미래는 곧 사라진다. 천수경 시작과 끝이 있듯이..
만든것은 사라지는것이 일체가 공한것인데 무슨 한국 불교의 미래가 있을수 있느냐..?
과거심도 얻을수 없고 , 현재심도 얻을수 없으며 , 미래심 또한 얻을수 없느니라..
자기 자신도 썩어가는 송장인줄 알면 [과거 , 현재 , 미래]가 어찌 있다고 말할수 있느냐.?
자기 자신을 알고 바로 보고 [깨달음]이 오면 스스로 나아갈 것이다.
만든것은 다 살라지니라.그래서 구지 만들 필요는 없다. 이것이 참 진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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