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노구의 스님이 종단 개혁을 바라며 10일째 곡기를 끊고 정진 중이다.
9kg 가량 몸무게가 줄고 얼굴은 몹시 수척해졌다. 스스로 물 잔을 들 힘도 없는 스님이지만 종단을 바로세우자는 염원에서인지 목소리에는 아직 작으나마 힘이 실려 있었다.
21일 오전 법주사 응주헌에서 단식기도 중인 설조 스님과 어렵게 인터뷰했다. 스님은 먼저 전날(20일)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 일행의 예방 사실부터 설명했다.
총무원장 스님 일행과 무슨 말 오갔나
이날 오후5시 40분께 응주헌을 찾은 것은 불교신문 사장 성직, 중앙종회의원 종상, 도공, 불국사 주지 성타, 법주사 주지 현조 스님 등 6명이다.
총무원장 스님은 설조 스님의 건강을 염려하며 위로한 뒤 "스님이 지적한 문제점들을 시원하게 답을 못드리고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면 좋지 않겠느냐"며 단식 중단을 여러차례 간청했다.
총무원장의 걱정에 고맙고 미안했던 설조 스님은 원로의원에 두 차례 나서게 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며 "종단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주변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원로회의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원고당사자 자격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출마했으나 지난번처럼 떨어졌다"고 말했다.
설조 스님은 현 원로의원 일부의 자격 문제를 설명한 뒤 "총무원장이 의지만 있으면 정리된다"며 "종단에 대한 마지막 기여라고 생각하고 유언장을 써놓고 단식하는 것이다"라고 딘식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총무원장 일행에게 분명히 했다.
스님은 "유서 써놓고 딘식기도하는 사람이 건강을 걱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총무원장에게 재차 강조했다.
스님은 총무원장에게 별도로 "원장 스님에게는 내가 빚이 있어 원장 스님 문제는 피해갔다. 혹자는 원장 일은 왜 뺐느냐하더라. 직무정지가처분을 내봐야 임기 4개월 밖에 남지 않아 실익이 없어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등의 얘기를 전했다.
설조 스님이 물 컵을 방바닥에 던진 까닭은
총무원장 일행이 방을 나가고 난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
5~6분 뒤 법주사 주지 현조 스님이 7직과 선방대중 7~8명을 데리고 응주헌에 들어왔다. 문밖에도 몇몇 대중들이 서 있었다. 현조 스님은 설조 스님의 건강을 염려하며 "병원으로 모셔야 겠다. 제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장례나 49재도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며 "내 의지와 육신 뿐이다. 내 소망마저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느냐. 단식 마칠 의사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잠시 후 현조 스님이 대중들에게 "스님을 모십시다"라고 말하자 스님들이 일어나 설조 스님 곁으로 다가왔다.
설조 스님은 사력을 다해 물 컵을 방바닥에 내리치는 것으로 의지를 피력했다. 컵이 깨져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설조 스님은 동국대 감사시절 얘기를 대중들에게 들려주며 "나를 위해서 끌고 간다지만 날 죽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어딨나. 강제로 하면 내일 아침 기자회견하고 죽고 말겠다"고 했다.
그 사이 문밖에 응급차로 추정되는 차량이 도착하고 2~3명이 내려 방안을 훑어 보기도 했으나 결국 주지 일행도 물러났다.
"범계행위자가 원로의원이라니"
설조 스님은 <불교닷컴> 취재진에게 "내가 반국가 인사도 아닌데 주지가 압박을 받았다고 해도 그렇지 결제 중인 선방대중을 끌어들인 것은 안 맞는 일이다"며 "사중을 시끄럽게 한 내 부덕의 소치다"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스님은 이어 "교단 내 범계 행위가 사회일반의 범죄율보다 높다. 특히 범계율이 역삼각형이다. 종단 지도층으로 갈수록 범계가 더 횡행하는 이런 집단이 어디있나. 이해가 안 된다"고도 했다.
설조 스님은 "중환자는 자기 병세를 모른다. 우리 종단은 환자를 애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중환자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종단의 추기인 원로회의 의원 가운데 문제가 노정된 분들부터 우선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 외에도 도덕적으로나, 종헌종법에 따른 법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원로의원들도 순차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 스님은 "나름대로 보고 느낀 것을 시정하자는 것이지, 애초부터 나는 조직도 없고 작당할 줄도 모른다"고 진정성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스님은 "가진 것은 육신과 의지 뿐이다. 내가 몸담은 교단에 마지막 기여를 하고 싶다."면서도 "대중의 호응을 못 얻는 것은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할이다. 언젠가는 대중들이 뜻을 알아 교단 정화의 필요성을 공감할 것이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지금 내가 종단을 상대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라며 "계란으로 계속치면 언젠가는 바위가 깨어질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설조 스님은 단식기도에 들기 전 상좌들에 대한 당부와 교단에 바람을 적은 유서를 미리 작성했다. 종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처님오신날을 피해 결제 이후에 단식정진에 돌입했다. 교단 정화의 바람이 관철되지 않으면 죽어서 나가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인터뷰 전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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