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무원장은 여법한 원로회의에서 인준해야”
“새 총무원장은 여법한 원로회의에서 인준해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3.06.12 16: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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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로회의 폐단 척결 촉구하며 단식 중인 설조 스님
무자격자 참여 원로회의 불법 ‘확신’

법주사 운영위원장 설조 스님이 종단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를 해체하고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예고했다.

1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설조 스님은 12일 오후 2시 법주사 응주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로회의 의원 추대과정에서 매표행위가 있었고, 자격에 문제가 있는 의원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로의원의 패표행위에 대한 소문은 교단 주변에서 분분했다. 하지만 종단의 원로급 인사인 설조 스님이 이 사실을 공론화하면서 원로회의에 대한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설조 스님은 유력 원로의원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2차례나 원로의원 후보로 꼽혔다. 또 현 종단 체제의 시발인 94년 종단개혁회의의 부의장과 불국사 주지, 현 법주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종단 원로급 인사여서 그 무게감은 더하다.

설조 스님은 비구계가 없는 무자격자가 참여하는 현 원로회의는 ‘불법’이며 종단의 큰 ‘장애’라고 비판했다.

"원로의원 선출 부정 엄청나다"

스님은 원로의원 후보 당시 일화를 언급하면서 “원로의원 선출은 종회의원이나 교구본사 주지 선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다”고 폭로했다. 종회의원 선거나 본사주지 선거 보다 더 큰 액수의 매표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스님은 “원로의원의 자격문제는 의원들에게 물러나라고 권유할 문제가 아니다. 총무원에서 조사해 종법에 따라 승적을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설조 스님은 원로의원 자격 문제에 대해 “지난해 원로의장 스님이 이 사안을 조사하라고 했고, 총무원서 조사도 했다. 모두 다 아는 사실”이라며 “결격사유가 있는 원로의원에 대해 총무원에서 승적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파장을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조 스님은 “교단 지도부가 부패하면 1천만 신도들의 마음도 참담하고 불안해 진다”며 “대한민국에서 조계종이 점유한 만큼 부패해 지는 것으로 원로회의 의원들의 문제는 독립적인 일이 아니라 모두 연관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단 자정 못하면 외부 도움 받는 불행온다"

스님은 “가족이 아프면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교단 역시 자정하지 못하면 외부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외부 의사의 도움을 받기 전에 자체적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원로의원의 자격문제는 지난해 원로의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졌다. 하지만 현 원로의장 밀운 스님은 지난해 12월 원로의장 임기 시작 전 기자간담회에서 “총무원 호법부가 원로의원을 조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밀운 스님은 현 원로의원 스님과 대종사는 모두 검증 받은 분들로 과거 허물 문제가 없어 올라온 분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설조 스님은 2차례의 원로의원 선출과 언론 보도, 원로회의 논의 정황, 각종 자료들을 볼 때 사실과 부합한다며 원로회의를 새로 구성해야 교단이 맑아진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 설조 스님이 원로의원에 선출되지 못해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스님은 “원로의원을 할 생각이 없다. 원로회의는 종헌을 인준하고, 총무원장 인준도 한다. 막중한 책임을 진 최고 의결기구가 여법하지 않으면서 종단이 쇄신하고 발전한다는 것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가도 해결되지 않을 것(百年河淸)”이라며 “원로회의가 이렇다면 종회의원이나 본사주지, 말사주지, 승려들이 무엇을 기대하겠냐”고 말했다.

설조 스님은 자신의 문제제기는 평소 소신이자 애종심의 발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님 종단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주사에서 단식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종단 문제로 단식을 한다고 하면 조계사 주지가 자리를 내 주겠냐”며 "단식을 하면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안정된 곳에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거처에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종단 발전을 위한 일을 원로들이 제안하고 어려운 일들은 설득해 줘야 하는데, 불교현실에 대다수가 통증을 못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이미 원로의장이 지시해 조사한 것으로 총무원장이 의지가 있다면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설조 스님은 “오는 10월 선출될 34대 총무원장은 여법한 원로회의에서 인준을 받아야 한다”며 “무자격자가 있는 원로회의가 결의한 것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말해 현 원로회의가 차기 원장 선출을 인준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스님은 “무자격자가 회의에 참석해 결의한 것은 불법이자 무효이며, 이것은 판례이자 상식”이라며 “1973년 동국대학교 이사장과 총장 선출과정에서 무자격자가 투표해 선출이 무산되면서 서돈각 박사가 당선무효가 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요구 관철되지 않으면 사직당국에 제소"

설조 스님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직당국에 직소하겠다고 했다.

스님은 “내 인내력의 한계가 오면 그때 직소(소송)하게 될 것”이며 “총무원장이 의식만 있으면 승적을 정리하면 된다. 굳이 시간 끌 일이 아니다”고 했다. 또 “총무원장이 연임을 하던지 뭘 하던지 간에 이 전환기에 기틀을 잡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또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원로의원 문제에 대해 총무원장과 의견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은 내가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며 “나는 원로가 되기 위해 벙어리가 되느니, 종단을 변화할 수 있다면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원로의원의 자격문제에 대해 원로의장 밀운 스님이 ‘원로의원과 대종사는 이미 검증된 분들로 조사를 한다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한 데 대해 “원로의장도 문제가 있다. 일부 원로의원들에게 사과를 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원로의원의 자격문제는 총무원장 등 종단 지도부의 자격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스님은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교구 선거인단과 종회의원들이 잘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 법주사 차기 방장과 조실 추대와 관련해 행보로 인식하는 데에도 스님은 “방장도 조실도 안 한다.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구가 아닌 종무위원도 있다"

설조 스님은 승적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스님은 “소천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는 모 종무위원은 비구가 아니다. 비구행세하면 금생에 중이 못된다. 이를 적주라 한다. 비구계단의 전통”이라며 소천 스님 계를 설한바 없다. 63년까지 동산스님이 하고 고암 석암 스님이 했다. <불교신문>에 그 스님의 이력이 나왔는 데 이건 가짜다“고 비판했다.

이어 “승적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만들어 졌지만 승적은 소급적용이 안 되는 것”이라며 “적주 비구 문제는 종회 의결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율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격문제가 거론되는 원로의원에는 설조 스님의 사형제도 포함돼 했다. 때문에 원로의원 자격문제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스님은 “지난해 원로의원들을 조사할 때 분명히 다뤘어야 했다. 교단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엄정했어야 한다. 원로회의 구성원이 문제가 있다면 종단이 맑아질 수 없다”며 “이 문제가 내가 처음 제기한 것이라면 부담이 됐겠지만, 이미 언론 보도는 물론 원로회의서도 거론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젊은 문수 스님은 소신을 했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사중의 중진들이 찾아와 말리는 분들도 많았지만, 교단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부족해 모든 것을 실해하지 못하지만 병폐는 지적하고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설조 스님은 자신의 문제제기가 승단과 승려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스님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어두운 부분’을 자제해 달라면서 “신도들이 승려를 불신한다. 불신이 얼마나 큰 손실인 줄 잘 몰라 안타깝다”며 “불신을 없애는 데 모든 불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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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2013-06-27 13:29:09
한국불교는 총체적 위기입니다.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 암담합니다. 여기저기 훌륭한 스님들이 계시지만 그 스님들은 뿔뿔이 외롭게 흩어져 살고 있어 종단 변화를 시킬 수 없습니다. 부패한 다수의 기득권 층들이 뭉쳐 합종연횡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벽을 뚫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조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이 불교정화시킬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무도 그 외로운 절규에 힘을 보태지않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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