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불교대축전에 참석했다. 수장인 진우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사찰 규제 철폐와 성보 반환에 힘써주심에 감사 인사를 했고, 대중은 그를 반겼다.
불과 몇 시간 전, 윤 대통령은 국회가 가결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9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엄동설한에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했던 유가족은 절규했다. ‘자식 잃은 부모’에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은 대통령의 무자비에 혀를 찼다.
대통령이 국가 대표이자 지도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가 보여온 언행 불일치와 부적절한 처신을 보면 어른인지는 모르겠다.
사람은 직접 겪지 않고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역지사지’다. 우리 뇌의 전두엽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기능을 갖는다.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한다.
‘참척지변’이라고 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일컫는 말이다. 세상 그 어떤 슬픔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비통하기에 ‘자식 잃은 부모’에게 ‘참척을 당했다’고 한다. 또, 창자가 끊어질 만큼의 슬픔과 고통이 크다는데서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고통을 ‘단장지애’라고 했다.
부처님은 “자타불이”를 말했다. “입장 바꿔서” “내가 저 사람이었다면” 하는 ‘역지사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를 (나처럼) 아끼고 가엾게 여기라고 했다. 부처님의 ‘자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생을 기쁘게 하고, 중생의 고통을 없애’는 행위가 따라야 자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교대축전에서 ‘부처님 자비로 행복한 대한민국’이라고 새해 발원지를 썼다. “정부의 약자복지는 부처님 가르침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민생 예산은 대폭 줄이고, 부자 감세안을 내놓는 정부의 수장이 한 말과 글이다.
‘바이든’과 ‘날리면’ 논란에 이어 ‘배추’와 ‘매출’을 두고 정부여당과 국민이 실랑이 중이다. 이러니 윤석열 대통령의 새해 소원 ‘부처님 자비로 행복한 대한민국’에서의 자비는 ‘자기부담’, '셀프'일 수도 있겠다.
IMF 이후 최대 무역적자를 논하지 않고라도 주변을 보면 월급만 빼고 모든게 올랐다. 오르지 못한 월급마저도 못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자비'가 '자기부담(셀프)'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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