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세상 놔두고 왜 절만 고치냐"던 백기완 소장 별세
"잘못된 세상 놔두고 왜 절만 고치냐"던 백기완 소장 별세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1.02.15 1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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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원장 중심 조계종 적폐 청산이 우리 사회 적폐 청산"
백기완 소장 ⓒ채원희
백기완 소장 ⓒ채원희

 

진보운동계의 큰 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투병 끝에 별세했다. 항년 89세.

백기완 소장은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했다. 1932년 황해도에서 출생한 그는 1950년대부터 농민 빈민 통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왔다.

백 소장은 일본 강점기이던 어릴 적 고향 황해도의 패엽사 기둥에 "대동아 전쟁 승리만세. 미영(미국과 영국)을 격멸하자"는 구호가 해방 후 "농민만세 해방만세"로 바뀐 것을 의아해했다.

백 소장은 "조선왕조 때도 절집이 지켜지고 고려왕조때도 절집이 지켜지고 외정 때도 절집은 지켜지고 8.15해방 직후에도 간판은 달라져도 절집은 지켜지더라. 종교라는 것이 체재 내에 안주하는 자기본질이 있지 않나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백 소장의 문제의식은 1960년대 도선사 불사에 한창이던 청담 스님과 나눈 대화로 이어졌다.

"스님,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는 데 스님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절집부터 고칩니까." 

그랬더니 스님이"생각이 좀 짧구만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역사는 길다. 마음에 안드는 세상은 조금만 참고 견디면 또 흘러가고 절집은 영원히 살아서 부처님 말씀을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부처님하고 우리 같은 사람은 거리가 있네요. 부처님은 우리 속에 있고 우리 삶 속에 있어야 진짜 부처님이지, 그 필요 없는 부처 아니겠습니까?"
"젊은이는 말에 갈퀴가 들어 있어. 갈퀴로 긁어"
"절집이 잘못된 세상에 저렇게 큰 기와집만 유지하려면 안됩니다" 

백기완 소장은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 '맑고 향기로운' 글만 쓰던 무소유 법정 스님을 두고도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나에게는 와닿지 않아. 산사에 있으면 반찬은 없지만 밥은 한그릇 먹고 그것 밖에 모르는 사람은 진짜 질풍노도의 역사적 현실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 배때기가 부르니까 알게 뭐여. 가만 앉아서 이런 옷입고 불경 좀 외우면 다 좋게 생각하고 밥은 주니까"라고 했다.

백 소장은 "기와집 지워놓고 떡 선방에 앉아서 배는 안 고프고 백번 선을 해봐라 이거야. 있는 놈 없는 놈이 죽을라고 갈등하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절집의 안일함을 꾸짖던 백 소장이었지만 명진 스님은 '깡패 스님'이라 부르며 애꼈다. "중이 전두환이 까불 때 욕하다가 감옥갔잖아"서다.

명진 스님을 '불교혁신의 실체'로 소개한 백기완 선생.ⓒ불교닷컴
명진 스님을 '불교혁신의 실체'로 소개했던 백기완 선생.ⓒ불교닷컴

 

백기완 소장은 불교시민사회의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에도 힘을 보탰다. 지난 2017년 조계사와 보신각 앞에서 열리던 촛불법회, 그 이전의 조계종 총무원 소임승려들과 재가종무원의 적광 스님 공동폭행 사건, 명진 스님 제적 등 조계종 현안도 두루 알고 통탄해 했다.

백 소장은 명진 스님 제적과 관련해서 ""(시민들이) 촛불시위로 악독한 박근혜를 감옥까지 보냈는데, 이 시점에 훌륭한 스님의 옷을 벗겼다. 내 인품이 모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왈칵 눈물이 나오고 주먹이 떨려서 혼났다"고 했다.

백 소장은 지난 2017년 5월 사회원로들이 주축이 된 '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 출범에 앞장섰다.

한편, 백기완 소장의 학력은 국민학교 졸업 뿐이었지만 독학으로 통일문제와 사회 모순에 대한 인식을 키웠다. 문맹퇴치운동을 하던 1960년 4.19혁명에 뛰어들었고 함석헌 계훈제 변영태 등 재야운동가 등과 1964년 한일협정 반대운동을 했다. 고 장준하 선생과는 백범사상연구소 설립 등을 함께 했다.

백기완 소장은 1974년 유신 반대 1백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다. 1979년 'YMCA 위장결혼 사건' 1986년 '부천 권인숙양 성고문 폭로 대회' 주도 혐의 등으로 수차례 투옥과 고문을 당했다. 

2000년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투쟁운동을 비롯해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 용산참사 투쟁,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 이명박 퇴진 운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집회 등에 늘 참여했다.

일생을 모진 고문의 후유증 속에서도 우리 시대를 바로 세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백기완 소장은 '장산곶매 이야기' 등 소설과 수필집을 낸 문필가이자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이다. 
<항일민족론>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두 어른> 등 다수의 평론·수필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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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장님의 2021-02-15 11:48:16
큰소장님의 왕생극락을 발원합니다.
빛으로 돌아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