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 취객 방화 아찔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 취객 방화 아찔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6.19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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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발견 참사 피해, 관계기관 화재 예방 조치 면밀히 살펴야
19일 오전 조계사 대웅전을 참배한 한 불자가 이날 새벽 발생한 방화 피해 장소에서 벽화가 훼손된 데 안타까워 하며 합장하고 기도하고 있다.
19일 오전 조계사 대웅전을 참배한 한 불자가 이날 새벽 발생한 방화 피해 장소에서 벽화가 훼손된 데 안타까워 하며 합장하고 기도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이 취객의 방화로 크게 훼손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 19일 새벽 발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조계사 대웅전 주변에서 불을 질러 벽화 일부를 훼손한 혐의(일반건조물 방화미수)로 A(35)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방화범이 만취 상태여서 술이 깬 후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할 예정이며, 피해를 입은 조계사 측 관계자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A씨는 이날 오전 2시께 술에 취해 조계사 대웅전 건물 뒤편(북측, 해탈문 방향)에서 휘발성 물질인 라이터 기름으로 자신의 가방에 불을 붙였고, 이 가방이 타면서 대웅전 건물 외복 벽화가 일부 훼손됐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장에서 검거됐다.

조계사 대웅전은 조계종 총본산의 중심 건물이자 종교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조계사 대웅전은 1936년 전라북도 정읍의 보천교(普天敎) 교주 차경석이 죽으면서 주건물로 쓰이던 십일전(十一殿)이 경매에 붙여지자 이를 사들인 것이다. 근대 한국종교 건축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서울시유형문화재 제127호이다.

더욱이 조계사 대웅전 내부에는 도갑사(道岬寺)에서 옮겨온 조계사 석가모니불목조좌상(서울유형문화재 126)과 조계사 석가불도(서울유형문화재 125)가 있고, 후불벽 좌우에는 1978년에 제작한 천불도가 걸려 있다. 현판은 조선 제14대왕인 선조의 여덟째아들 의창군(義昌君) 이광(李珖)의 해서체 글씨로, 화엄사 현판 글씨를 그대로 복사하여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조계사 대웅전 방화가 크게 번졌다면 상당한 문화재가 소실될 뻔했다. 이번 방화로 훼손된 벽화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설법하는 장면이 묘사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방화로 인해 그을린 상태로 정확한 조사를 마쳐야 훼손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계사 대웅전 외벽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일대기를 형상화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19일 방화로 일부 훼손된 조계사 대웅전 벽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현재 방화로 그을려 과거와 같은 모습을 완전하게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일 방화로 일부 훼손된 조계사 대웅전 벽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현재 방화로 그을려 과거와 같은 모습을 완전하게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찰 건물은 건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내부에 각종 성보들이 즐비하고, 중요한 문화재들이 모셔진 경우가 많다. 때문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만 잃는 것이 아니라 불교문화유산이 소실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웅전은 목조건축물이어서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 2005년 낙산사 화재는 방화는 아니지만 화재에 국민의 보물인 불교문화유산을 모두 소실하고, 전통문화재 화재방지 대책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 시행하는 계기가 됐었다.

이번 조계사 대웅전 방화는 숭례문 방화 사건과 2012년 화엄사 각황전 방화 사건과 닮았다. 2008년 2월 10일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 역시 휘발성이 강한 시너를 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전소케 했다. 2012년 1월 14일 발생한 화엄사 각황전 역시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소주병에 담아 각황전 뒤편 출입문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했었다. 2010년 12월에는 범어사 천왕문이 방화로 소실됐었다. 이번 조계사 대웅전 방화 역시 휘발성이 강한 라이터 기름에 불을 붙여 일어난 사건이어서 자칫 숭례문 방화와 같은 참극을 맞을 뻔 했지만 다행히 방화 초기 발견돼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현재 조계사 대웅전 뒤편 방화 자리에는 지난 밤 불을 끄기 위해 뿌렸던 소화기 가루가 그대로 남아 아찔했던 순간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조계사 대웅전 내부가 화재로 큰 변을 당할 뻔 일도 있었다. 1998년 조계종 분규 과정에서 조계사 대웅전 불단 일부가 화대로 훼손됐지만 큰 화재로 번지지 않아 불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조계사 인근 인쇄소에서 화재가 나 조기에 진화가 되지 않았으면 자칫 조계사까지 피해를 입을 뻔 하기도 했다. 사찰에서는 화재 예방을 기원하는 소금 묻기 행사를 갖기도 한다. 조계사 역시 2016년 6월 화재예방을 기원하는 의미로 소금단지를 묻는 행사를 가진 바 있다.

조계사는 물론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화재 예방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조계사 인근 우정총국 공원 주변에는 술에 취한 노숙인이 라이터를 이용해 흡연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들에 의해 조계사에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없지만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어떤 일이 일어 날 지는 예상할 수 없다.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화재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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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으중 2020-06-21 22:35:12
지나갇 개가 짖어도 부끄러워 하는게 수행자다 그사람이 술취했던 일부러 했던 우리같은 중들은 부끄러워야 합니다 타종교가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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